소화 안 된다고 모두 같은 소화불량이 아니다
소화 안 된다고 모두 같은 소화불량이 아니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7.28 13:33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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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 증상과 치료법
▲ 조기포만감, 만복감, 복부 통증 등을 호소하는 소화불량의 경우 평소 담배, 술, 탄산음료 등을 피하고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야 위장에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원인 모르는 ‘기능성 소화불량’ 많아… 궤양 등에 의한 소화불량과 달라
탄산음료, 속 쓰림 더 심해질 우려… 평소 맵고 자극적인 음식 피해야

평소 급하고 불규칙하게 식사를 해온 김강호(65) 씨는 몇 개월 전부터 식사만 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포만감이 심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굶을 수도 없었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온몸에 힘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참고 견디기 어려웠던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기능성 소화불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화불량은 말 그대로 섭취한 음식물에 대한 소화 작용이 불량하다는 의미다. 상부위장관(주로 위, 십이지장)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소화기 증상들을 포함하는 용어로,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한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소화불량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6년 48만9251명에서 2011년 64만514명으로 연평균 5.5% 증가했다. 연령별 진료 인원으로는 70대가 가장 많았고, 60대, 50대 순이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았는데, 남성보다 예민한 성격으로 외부 자극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불량의 종류
소화불량은 크게 ‘기질적 소화불량’과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나뉜다. 기질적 소화불량이란 위·십이지장 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 종양, 췌장과 담도 질환 등 다른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의의 진료와 혈액검사, 내시경, 초음파, CT 촬영 등의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으며, 원인을 치료하면 소화불량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고통을 호소해도 정작 내시경을 통해 소화기관을 살펴보면 이상이 없어서다. 이처럼 소화기의 운동성과 기능상 문제는 내시경 등으로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능성 소화불량은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보통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소화기 기능이 약해지며 과식, 야식, 기름진 음식 등 불규칙한 식습관 또한 소화기능을 약하게 만든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 이상이 감염된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위에 살면서 위염, 소화성 궤양 등 위장질환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상당수에서 이 균이 발견되며 2주일 정도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증상이 호전된다.
김재규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이 1년에 3개월 이상 나타날 경우 만성적 소화불량으로 진단한다. 만성적 질환이 되기 전에 잘못된 식습관을 고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인스턴트 음식, 기름진 음식, 커피 등 서구화된 식습관의 10∼20%만 줄여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화불량 증상
소화불량의 증상은 상복부 또는 명치 위치에 조기 포만감(식사량에 비해 빠르게 위가 찬 느낌), 만복감(식사와 상관없이 음식물이 위에 차 있는 느낌), 팽만감, 식후 구역감, 잦은 트림, 가슴 쓰림, 통증, 이물감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많은 환자들이 이를 “소화가 안 된다”, “배가 불편하다”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료하는 의사들은 좀 더 명확하게 증상을 청취해 정확한 양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같은 소화불량이라 하더라도 양상에 따라 증상유발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5~10% 이상의 체중감소 △40세 이상에서의 최초 연하곤란(삼킴장애) △지속적인 구토 △출혈 증상(흑색변, 토혈, 혈변 등) △빈혈 △발열 △위암 가족력 등의 경고 증상이 있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화불량 치료
소화불량은 올바른 생활습관과 식이요법이 최선의 예방이자 치료다. 담배, 술, 탄산음료는 소화불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통 소화가 잘 안 되면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습관적으로 마시는 탄산음료는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괄약근 기능을 약화시키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속 쓰림을 더 심하게 만든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도 필수다. 이는 정신적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위장 과민성을 감소시키며, 위장운동을 촉진시켜준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 또한 피해야 하는데, 이같은 음식은 소장으로 음식물의 배출을 느리게 하거나 장운동의 변화를 일으켜 복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적으로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좋다. 속이 쓰리고 통증이 주로 나타나면 ‘제산제’, ‘산분비 억제제’ 등이 처방되며, 포만감이 있고 팽만감이 주로 나타난다면 위장관 운동을 촉진시키는 약이 처방된다. 위장 자체가 과민하면 위장 과민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간혹 소화가 안 될 때 물이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경우가 있는데, 당장 밥을 목으로 넘기기는 쉬울지 몰라도 소화액이 물에 희석돼 소화에 장애를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고, 소식과 규칙적인 식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위장에 무리를 주지 않고, 소화불량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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