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뭄과 수재, 철저한 대비로 극복을
[기고]가뭄과 수재, 철저한 대비로 극복을
  • 백부길 기자/부여
  • 승인 2017.08.18 13:10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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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와 말복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피부에 닿는 온도도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매년 여름이 그랬겠지만 올해는 특히 변덕이 심했던 것 같다.
가뭄과 수재가 교차하면서 천신(天神)이 인간의 인내심이 얼마나 되는지 마음껏 시험한 해인 것 같다. 알려졌다시피 70일간의 가뭄으로 논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고 수많은 농민들의 애를 태웠다.
6월 6일 현충일에 순국선열을 위로하는 눈물처럼 비가 잠깐 내린 것을 제외하고는 7월로 넘어갈 때까지 비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 일이 벌어졌다. 7월 16일 필자가 거주하는 충북 청주에는 2시간 만에 300mm의 기습폭우가 내려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 이 지면을 빌어 먼저 비명에 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에 망연자실 할 때 고향인 경상도 선산에선 안부전화가 왔다. 청주는 물난리가 났지만 선산에는 고작 17mm가 내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꽤나 큰 나라네요”라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끊어야 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기상청은 ‘대기 불안정’ 한마디만 한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내로라하는 기상전문가들이 예측을 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다만 지자체와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시내의 모든 중장비를 총동원하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복구해준 점은 두고두고 갚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또 일이 벌어졌다. 응급복구가 끝나갈 무렵 설상가상으로 또다시 100mm의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흙탕물을 바라보며 ‘저토록 많은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데 저장해서 가뭄에 대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수해지구와 산사태 난 곳을 돌아보며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딘가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굵고 큰 나무가 있다고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급경사로 지반이 약한 곳은 어김없이 무너진다. 특히 점질토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밀리고 만다. 벌거숭이 산이라도 경사도가 완만하다면 산사태가 나지 않는다. 필자의 목장은 70일간의 가뭄으로 풀 한포기 없어 크게 걱정했지만 흙 한 삽도 유실되지 않았다.
산사태는 대단히 무섭다. 큰 돌과 자갈이 떠내려 와 낙엽과 지엽이 수통을 막아 물길이 역류하며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된다. 생활쓰레기도 수통을 막는 주범이다. 평소에는 몰라도 큰비가 내리기 전에는 주변 정리는 꼭 해야 한다.
수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지하철이나 도로변 등지에 수해방지함이 있어도 관리를 하지 않아 곰팡이가 핀 곳도 많다. 여름이 아니어도 언제든 수해를 입을 수 있다. 지진에 철저히 대응하는 일본처럼 우리 역시 즉각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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