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성경시집’ 펴낸 김영진 성서원 회장 “아들 제물로 바쳐야하는 아브라함 처지 헤아리면 자살하지 못해”
국내 첫 ‘성경시집’ 펴낸 김영진 성서원 회장 “아들 제물로 바쳐야하는 아브라함 처지 헤아리면 자살하지 못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8.25 13:20
  • 호수 58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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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성서 출판, 어린이잡지 ‘새벗’도… 한국잡지협회장 역임
20년간 성경 1189장 시로 재해석… ‘모세오경’ 이어 4권 곧 발간

국내 최초의 ‘성경시집’이 나왔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시로 읊은 책 ‘성경의 노래’(성서원)가 그것이다. ‘성경 대서사시‧찬송가’란 부제가 붙었다. 성경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달아놓았다. 문학작품 해설처럼 시작노트와 메시지를 넣었다. 시작노트는 시의 구조를 설명하는 설계도면인 셈이고 메시지는 본문의 역사‧문학적 배경을 밝혀놓은 것이다. 마치 신들린 듯한 이 작업을 완성하는데 20여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인 김영진(73) 성서원 회장을 만나 책을 펴낸 계기, 노인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등을 들었다.

-성경을 시로 모두 다시 썼다는 말인가.
“성경은 구약전서 39권, 신약전서 27권 합해서 66권입니다. 장과 절을 보면 구약은 929장, 2만3213절이고, 신약은 260장, 7941절입니다. 그래서 성경전서는 66권, 1189장, 3만1154절입니다. 이것을 수십번씩 읽고 각장의 내용을 시와 산문(메시지, 시작노트)으로 다시 기록한 것입니다.”
-비기독교인에게도 유익한가.
“성경은 인간사의 모든 것이 담긴 웅장한 대하드라마입니다. 타락한 자, 믿고 구원받은 자, 거역하고 멸망한 자 등 30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해요. 하나님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낸 이 놀랍고 위대한 사랑과 구원의 편지인 성경이 사람들에게 쉽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기는 무언가.
“사업을 하며 잘 지내는 가운데 늘 마음속에 이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남들이 안하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우연히 시편을 읽다가 ‘성경 말씀으로 시를 지어 즐거이 주를 노래하자’(시 95:2)란 말씀을 읽고 천둥이 치듯 눈이 번쩍 뜨였어요.”

김 회장은 IMF 이후로 회사 실무는 멀리하고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글을 썼다. 왼쪽 눈 근육에 마비가 올 정도였다. 국민일보가 연재를 해준 덕도 보았다. 이번에 나온 책은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다룬 ‘모세오경’으로 조만간 4권이 잇따라 나온다.

-매 장마다 찬송가와 그림도 있다.
“평생 찬송가 연구에만 매달려온 오소운 목사가 정서한 기존 멜로디 악보에 제가 작사한 성경찬송을 넣었어요. 찬송은 지상에서 하나님을 향해 부르는 천상의 노래입니다. 찬송하는 순간에는 세속의 삶이 천상의 삶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김천정 화백이 일러스트를 예쁘게 그려주어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낄 겁니다.”

김영진 회장은 경북 예천 출신이다. 안동의 미션스쿨 경안고를 다니며 기독교를 접했다. 졸업 후 동양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근면‧성실함을 인정받아 입사 1년 만에 과장이 됐고, 3년 후 이 출판사에서 만든 기독교서적 파트를 맡아 분사해 나왔다. 26세에 출판사 사장이 된 김 회장은 기독교출판사 ‘성서원’을 설립하고 ‘성서대백과사전’, ‘칼빈 성경 주석’ 등 전집류를 발간해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300개 출판사 가운데 랭킹 30위에 올랐다. 어린이 잡지 ‘새벗’도 인수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장, 한국기독교문인협회장, 한국잡지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중‧고교 시절 1000권의 독서가 밑바당이 돼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책한테 길을 물어’ ‘책 읽는 사람이 세계를 이끈다’ ‘백두산’ 등이 있다. 한국문학예술대상, 대통령 표창,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1945년 함태영 목사 등이 세운 초동교회의 장로이며 경기도 벽제역 사거리에 ‘김영진성경시문학관’을 운영 중이다.

-기독교서적하면 ‘성서원’이다.
“동양출판사에서 가지고 나온 ‘명화로 엮은 이야기 성경’(3권)을 얼마나 팔았는지 몰라요. 12권으로 된 ‘성서대백과사전’은 15억원을 들여 올 컬러로 제작했어요. 당시 서초동 땅 한평이 30만원하던 시절이었지요. 성경 주석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칼빈 성경 주석’은 전 40권으로 1만질이 나갔습니다. 한창 때는 직원 500명에 편집직원만 60명이었어요.”
-시인이기 때문에 ‘성경의 노래’ 출간이 가능했을 것 같다.

▲ 김영진 성서원 회장이 최근 펴낸 ‘성경의 노래’.

“황금찬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어요. 1975년부터 초동교회 예배 후 황금찬 시인을 좌장으로 문인 10여명이 문학 사랑방을 2,3시간씩 열었어요. 수필은 조경희 선생에게 추천 받았고요.”

좀처럼 남의 책 서평을 쓰지 않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김영진 시력 50년’에 즈음해 “김영진 시인의 시는 몸짓이고 시선이고 온 몸의 진동이다. 날숨과 들숨 사이에 멈춰 있는 공기, 폐부에서 맴도는 뜨거운 입김이다. 조금 있으면 폭발할 시의 뇌관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어린이잡지 ‘새벗’도 인수했다고.
“소백산 기슭에 살던 어린 소년에게 ‘새벗’은 ‘희망’이나 다름없었어요. 안동사범학교 다니던 형님이 구해준 과월호를 읽고 또 읽곤 했습니다. 1981년 겨울, 폐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 마음 속에 막연히 새벗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200호에 인수해 550호까지 발간했어요”
-‘김영진성경시문학관’은 어떤 곳인가.
“원래는 ‘김영진문학관’이라고 해서 제가 그동안 쓴 책 50여권, 시 액자 200여개, 신문연재칼럼을 모아놓은 병풍 그리고 성서원에서 출간한 책과 각계 인사에게서 받은 책, 기념품 등을 전시해놓았습니다. 저의 삶과 문학적 성과를 집약해놓은 곳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이곳을 찾는 교인들이 문학적으로 성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노인 자살률을 줄이는데 종교가 도움이 될까.
“굳이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노인에게 종교는 좋아요.”
-자살 직전 도움되는 성경 말씀은.
“아브라함은 꽤 오래 살았지만 우리처럼 얼마나 복잡하고 생의 고비가 많았겠어요.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충격이 컸겠습니까. 아브라함이 그 말에 순종하려는 찰나 수풀에 뿔이 걸려있는 양을 발견한 겁니다. 하나님이 준비해놓은 거지요. 인간에게 궁극의 평화는 용서입니다. 물론 용서하는 일은 어렵지만 감정 충돌, 복잡한 일들을 하나님에게 물어보고 기도하고 정리하며 살면 편해요.”
-기도하면 들어주신다는 얘기인가.
“제 경우는 사업이 어렵고 탈출구가 안 보일 때 ‘제가 하나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부족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불쌍히 여기시고 하나님의 지혜를 주십시오’ 하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기도 중에 응답이 있어요. 응답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어떤 마음에 종합적으로 오는 것을 받아가지고 그대로 행하면 고비를 넘기게 됩니다.”
-100세시대 노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과거 같으면 제 나이는 고려장감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모든 걸 거쳐 왔고, 진짜 삶을 터득했고, 진짜 살아볼만한 나이가 지금의 나이에요. 왜 가만히 있나요. 일거리가 없으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얼마든지 자기 처지에 맞는 일이 있어요. 이 세상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그것이 중요해요. 노인은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돼서 살아야 합니다. ‘백세시대’ 신문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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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8-25 20:55:17
식물들은 신체의 일부를 잘라서 땅 속에 심으면 대부분 뿌리를 내리고 또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잘 자라난다. 인간도 장기를 잘라서 기증하면 장기의 주인은 사망해도 장기는 다른 사람에게 이식돼서 주인의 생명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잘 살아 간다. 헌혈을 하면 혈액은 수혈 팩에서 독립적으로 살다가 수혈하면 생명을 계속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서 통제되는 단일생명체인가 아니면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집단생명체인가?

이산 2017-08-25 20:54:19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이 책은 우주의 기원과 운행을 포함해서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 지식, 철학, 가치관이 모두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