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견이 그린 안평대군의 꿈, 한국에서 볼 날 올까
안견이 그린 안평대군의 꿈, 한국에서 볼 날 올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8.25 13:39
  • 호수 5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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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아야 할 국외 반출 문화재들
▲ ‘몽유도원도’, ‘왕오천축국전’ 등 국보급 유물을 비롯한 16만여점의 문화재들이 미국·일본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협상·경매·기증의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환수를 추진하는 중이다. 사진은 ‘몽유도원도’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때 대거 유출… 20개국 16만여점 빼앗겨
‘왕오천축국전’ ‘오구라 컬렉션’ 등 불법 근거 찾아도 환수 어려워

한국전쟁 때 미국에 불법 유출됐다가 지난 7월 국내에 돌아온 문정왕후와 현종의 조선 왕실 어보(왕실의 의례용 도장)가 8월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거북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두 어보는 이날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각각 별개의 진열장에서 65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민간과 정부가 나서 끊임없는 요구를 한 끝에야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정왕후와 현종의 어보는 국내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국외 반출 문화재를 전부 되찾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되찾아야할 반출 문화재는 총 20개국 16만8330여점이나 된다.
문화재 환수에는 협상과 경매, 기증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반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해당 유물을 문화재로 지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유권이 이미 그 나라나 개인에게 속해 있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소유권을 가진 측에서 내놓지 않으면 되찾을 방법이 없다.
미국은 자신들이 불법으로 소유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것마저도 이행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외 반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선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출경로를 추적해 불법으로 유출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시간은 걸리지만 기증을 받아 되가져올 수 있다.
제한적이고 어렵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에 있어서는 기간을 정해 문화재를 대여해 오는 것도 방법이다. 2011년 프랑스로부터 찾아온 ‘외규장각 의궤’처럼 소유권은 그 나라에 두면서 문화재는 돌아오게 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의 현실적 방안은 경매 등을 통해 되찾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다행이다. 2015년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으로 지자체도 문화재 회복의 길을 열기 위해 서울, 경기, 충남 등이 조례 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호남 기초단체 16곳이 고대 가야문화권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단체장들이 모인 바 있다.
현재 국내에 돌아오지 못하는 대표적인 반출 문화재 중 하나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도원을 안견이 3일 만에 완성, 회화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숙주와 박팽년 등 당대 문장가 21인의 찬시로도 유명하다.
국내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정작 진품은 일본 덴리대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1991년 이 덴리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은 충남 서산시가 민간차원의 ‘몽유도원도’ 반환운동을 벌였으나 현재까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신라 승려 혜초가 쓴 세계 최초의 기행문 ‘왕오천축국전’도 되찾아야 할 유물 중 하나다.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폴 펠리오가 중국 간쑤성(甘肅省)의 천불동 석불에서 발견한 책이다. 처음엔 혜초가 중국인인줄 알았지만 1915년 일본인 학자 다카구스 준지로가 신라 승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폴 펠리오가 정당하게 돈을 주고 구입해 한국과 중국 모두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든 상태다. 2010년 소장처인 파리국립도서관이 3개월간 대여해줘 국내에 잠시 전시된 바 있다.

▲ 오구라 컬렉션 중 하나인 ‘조선 대원수 투구’의 모습.

일제강점기 때 반강제적으로 빼앗긴 유물의 경우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훔친 유물들도 상당하지만 몇몇 수집가들이 합법을 가장해 약탈한 것도 많다. 오구라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해 반출한 문화재들로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것만 조선 왕실에서 대대로 내려져 온 ‘대원수 투구’를 비롯 1000여점에 달한다. 오구라 컬렉션은 개인이 수집한 해외소재 한국컬렉션 중에서도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컬렉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고유물(557건)부터 도자‧회화‧공예‧복식 등 다양한 장르의 유물로 구성되어 있고 역사‧예술‧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경남 창녕에서 출토된 신라시대의 ‘금동 관모’,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비로자나불입상’과 ‘은평탈육갑합’ 등 39점(중요문화재 8점, 중요미술품 31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반출 문화재 대부분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일본이나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국보급 문화재 환수를 위해서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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