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고 육체가 편하면 빨리 늙는다”
“많이 먹고 육체가 편하면 빨리 늙는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9.01 13:42
  • 호수 5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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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연구 세계적 권위자 유병팔 교수 주장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유병팔(87) 부산대 석좌교수는 ‘노화의 원인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노화를 더디게 하는 비결은 절식과 운동’이라는 대책도 내놓았다. 유 교수는 ‘1일 1식’과 꾸준한 운동으로 현재까지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가 밝힌 노화의 원인과 노화를 늦추게 하는 방법을 공개한다. 이 내용은 유 교수의 ‘125세 건강 장수법’(에디터)에서 발췌했다.

 

 

필요 이상의 음식 섭취한 인체는 비정상적인 신진대사 일으키고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으로 발전하면서 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

▲ 유병팔 교수는 센트럴미주리대학, 일리노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텍사스주립대 보건과학센터 교수를 지냈다. 미국노년학회 회장, 미국노화학회 생물학분야 회장 등을 역임했다. 연구 논문 370편 발표. 호암의학상(1998년) 수상.

노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 기능이 변화(쇠퇴 또는 손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신체 기능이 손상이나 퇴보를 초래하는 이유는 신체 조직을 구성하는 약 37조 개의 세포가 총체적으로 늙어가기 때문이다.
건강 장수를 위한 노화방지는 질병을 고치듯 치료로 해결할 수는 없다. 노화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비약(秘藥)은 없다. 항간에서 노화 방지 또는 항 노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팔리는 제품들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노화를 늦추는 비약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건 이미 우리 몸 안에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다.
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나. 노화는 신체 안에서도 조직 기관별로 다르게 시작한다. 뇌는 20세부터, 대장 및 소장은 55세, 유방 35세, 방광 65세, 허파 20세, 음성 65세, 눈 40세, 간장 70세, 신장 50세, 뼈 35세, 치아 40세, 근육 30세, 청각 55세, 머리털 50세 등이다.
사람은 많이 먹으면 빨리 늙는다. 과식은 지방의 증가로 인해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도 되지만 산화 스트레스와도 관련 있다. 산화 스트레스란 호흡으로 들이마신 산소와 섭취한 음식물이 체내에서 반응하는 신진대사 과정 중에 활성산소가 급격히 증가해서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일컫는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가 만들어낸 부산물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산화와 환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산화 스트레스 학설에 따르면 인체 세포에서 호흡한 산소 중의 일부(보통 1%, 운동 시에는 4% 이상)가 활성산소로 바뀌면서 세포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템플대학 병원이 2015년 과잉 섭취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한 중년남성 6명에게 하루 6000칼로리(정상치의 약 2.5배)를 일주일간 섭취하도록 했더니 이틀 후에 벌써 인슐린 저항 현상이 나타났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는 혈당 흡수가 반으로 떨어지는 등 당뇨 증세로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활성산소의 증가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실험의 결과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한 인체는 비정상적인 신진대사를 일으키고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으로 발전하면서 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몸이 편하면 빨리 늙는다. 육체운동은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 부족은 신체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혈액순환 기능을 떨어뜨림으로서 세포에 공급되어야할 산소를 감소시키거나 체내의 유해한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지 못하여 체내에 축적할 수도 있다.
염증은 면역기능과 노화촉진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염증이라면 무엇에 물리거나 찔린 상처에 세균이 침범해 붉게 부풀어 오른 부위를 연상한다. 이 현상은 정상적인 방어 작용인 급성염증 반응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가라앉아 원래대로 회복된다.
우리 몸은 체내와 체외를 막론하고 완전히 세균에 둘러싸여 있다. 방어 시스템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은 외부에서 침범하는 해로운 세균을 잡아먹는 백혈구의 대식세포이다. 대식세포는 혈액에만 존재하지 않고 혈관에서 빠져 나와 허파나 근육 같은 조직 안까지 몸 전체를 순찰하면서 인체에 해로운 것은 가리지 않고 거의 다 청소한다. 염증은 바로 대식세포들이 상처를 청소하고 수선하는 과정에서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에 의해 생긴다. 대식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뿐만 아니라 정반대로 때가 되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증 사이토카인도 분비하는 양면 기능을 갖고 있다.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는 노화 현상을 촉진시킨다. 당뇨병‧간염‧췌장염‧관절염‧폐질환 등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의 공통점은 병의 진행 과정에서 모두 염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염증을 통제하는 것이 노화 과정을 조절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증거이다.
비만은 만성염증의 원인이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영양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지방조직은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조직이기도 하며, 면역과 관련이 있는 전신의 신체 기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관임이 밝혀졌다.
비만이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면역 기능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가 내장의 지방조직에 침입하는 현상이다. 침입한 대식세포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매개체들을 생산한다. 동시에 지방세포 조직 자체도 비슷한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매개체를 분비한다. 이때 분비되는 물질 중에는 인슐린에 대해 강한 저항을 일으키는 조직 괴사 요소도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왜 비만하면 당뇨병이 생기고 인슐린 효력이 없어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피하지방의 양이 감소하여 피부가 얇아지면서 주름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복부의 내장 기관 주변에 지방이 쌓이면서 뱃살도 늘어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아직 그 이유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 심각한 이유는 외관상의 문제보다는 지방이 축적되는 곳이 바로 내장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내장 지방은 인슐린 저항, 고혈당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여러 유해 물질을 다른 지방 조직보다 더 많이 분비해 노화에 따른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으로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면 당뇨나 인슐린의 민감도가 호전된다. 이는 운동이 뱃살(내장지방)을 줄이고 이에 따라 염증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들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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