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등 심야에 약국 찾는 사람 많아요”… ‘공공심야약국’ 도입 요구 높아
“어르신 등 심야에 약국 찾는 사람 많아요”… ‘공공심야약국’ 도입 요구 높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9.08 10:53
  • 호수 5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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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약사와 상담 통한 약 구입 원해

심야에도 쉽게 전문적인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일부 안전상비의약품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안전한 처방을 받길 선호하기 때문이다.
심야의 경우 심각한 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이면 응급실을 이용하면 되지만, 약으로 해결 가능한 정도의 통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약국이 문을 닫아 불편함이 더해진다. 결국, 심야에 발생한 통증을 억지로 참아 내거나 응급실을 갈 수밖에 없어 추가 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경기‧대구‧제주서 운영…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의약품 남용 줄여
적자 운영 등 고민 많아… 비용 지원 위한 ‘약사법 개정안’ 발의

▲ 현재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조천약국의 모습.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해열제, 감기약, 소화제 등의 안전상비의약품을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에는 대한노인회의 노력이 컸다. 안전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국회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 대한노인회 임직원들이 국회를 찾으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주변에 약국이 없는 농촌과 심야에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현재, 상당수의 사람들이 약사의 정확한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공공심야약국’ 도입과 같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주)리서치앤리서치가 서울 및 수도권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상비의약품 사용 행태 및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공공심야약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없다’는 응답은 7.9%, ‘잘 모르겠다’는 4.1%로 집계됐다.
공공심야약국은 약사들의 자발적 운영을 통해 심야시간 약 구입불편 해소와 응급실 진료비로 지출되는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위한 조례안을 만들어 실제로 운영 중인 곳은 경기도, 대구시, 제주도의 20곳 약국이다. 이곳 약국들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중무휴 형태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심야약국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대한약사회 지역약사회의 자부담액과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도비 지원금이 연간 2억2700여만원에 이르며, 현재 6곳인 공공심야약국을 2배 수준인 12곳으로 늘려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 약사회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1년간 공공심야약국을 통해 일반의약품 판매에 따른 복약지도는 2만2121건(판매약은 2만7019건) 이뤄졌고, 전화를 통한 정보제공은 987건, 처방조제는 733건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화를 통한 상담의 경우, 심야시간대 비대면 방식으로 의약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의약품 복용을 감소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시간에 판매되는 품목별 의약품으로는 소화제(5474건)가 가장 많았으며, 해열‧진통‧소염제(4493건), 호흡기 질환 치료제(4107건), 의약외품(3078건), 비타민류‧드링크류(2607건), 피부‧모발‧두피(2504건), 한방제제(1868건) 순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근무약사 고용, 적자운영 등의 문제가 상당해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법적 지원장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 부천에서 자체적으로 24시간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곤 약사는 지난 2010년 시범사업 형태로 6개월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심야약국이 7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요일 교회 예배 시간, 가족들과 잠시 보내는 시간을 빼고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정상근무를 한 뒤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약국 전등을 켜서 운영하고 그 이후부터 오전 7시30분까지는 ‘벨을 누르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붙이고 약국간판만 켠 상태에서 내부 등은 소등한 채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김유곤 약사는 “심야에는 밤늦은 퇴근길에 숙취해소제를 찾는 회사원들과 병원이나 약국에 갈 시간조차 없이 일하는 사람, 지병으로 인해 통증이 심해져 찾아오는 노인들 등 하루 평균 10명 정도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온다”면서 “심야약국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재정적으로는 적자를 보고 체력도 많이 소진됐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항상 약국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적은 이용을 보이고 있는 심야약국에 대해 이용자 수가 적정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환자 안전을 포함해 국민 건강증진에도 기여하면서 환자의 진료비 절감 효과를 도모할 수 있으며,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데에도 공헌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심야약국 근무 약사들은 개인적인 휴식이나 여가 활동 등을 포기하면서 사명감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최소한 시간당 4만5000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해 심야약국을 활성화시키고 취약시간대 대국민 의료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야간과 휴일에 이용이 가능한 공공심야약국 제도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1일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심야공공약국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보면, 시도지사 또는 시군구 단체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심야시간대와 공휴일 의약품 구매 편의를 제공하는 약국을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했다.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받으려면 약국개설자가 시도지사 등에게 신청하면 되고, 심야시간대 등 운영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비용에 대한 근거도 마련했다. 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등이 예산 범위에서 운영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 의원은 “증세가 호전될 수 있는 경증인데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찾아 불필요하게 지출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근거가 없어 안정적인 운영과 지원이 어려운 만큼 이번 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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