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취향저격, 순우리말-살피
신조어-취향저격, 순우리말-살피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09.22 13:22
  • 호수 5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쏭달쏭 신조어·순우리말 익히기<86>

자기 취향에 꼭 맞춘 것처럼 마음에 쏙 들 때
신조어-취향저격

‘모든 삶은 취미와 기호(嗜好)를 둘러싼 싸움이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문장이다. 취미와 기호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취향이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나 경향으로, 취향에 따른 소비는 자기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마치 자신을 위해 주문제작한 것만 같은 물건을 발견했을 때 젊은이들은 ‘취향을 저격당했다’라는 ‘취향저격’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취향저격’은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조준해 맞춘 것처럼 마음에 쏙 들 때 쓰는 말로 줄여서 ‘취저’라고도 한다.
취향은 물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영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연예인이나 이상형을 봤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인 그룹 아이콘(iKON)의 노래 ‘취향저격’에서는 ‘너는 내 취향저격’이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이제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취향저격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시대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고 있는 경우는 인터넷 검색이다. 온라인에서 검색을 할 경우에는 기록이 남는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사이트에서는 관련된 광고를 띄워준다. 또한 이용자의 특성을 분석해 책, 의류, 드라마 등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활발하다. AI(인공지능) 스피커 또한 개인 비서처럼 이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취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것을 증명하듯 취향과 관련된 말은 또 있다. 개인의 취향을 줄인 ‘개취’,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를 줄여서 ‘취존’ 등이다. 최은진 기자


두 땅의 경계선 혹은 물건과 물건 사이를 구별 지은 표
순우리말-살피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  중국 당나라의 사상가인 한유가 그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지어 보낸 시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에 등장하는 ‘등화가친(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해 글 읽기 좋다는 의미, 燈火可親)’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랫동안 정설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016년 484개 공공도서관 대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출량이 가장 적은 달이 9월, 11월, 10월 순이었다. 즉 가을에 해당하는 9~11월에 가장 책을 안 읽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게 물든 낙엽을 책갈피에 끼어 넣는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은 여전히 책을 읽기에 가장 적합한 계절이다.
여기서 책갈피에 끼워 넣는 물건을 우리말로 ‘살피’라고 한다. 두 땅의 경계선 혹은 물건과 물건 사이를 구별 지은 표를 의미한다. 갈피는 어떤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경계, 또는 겹친 물건의 사이를 뜻한다. 엄밀히 말하면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의미한다. 그리고 갈피를 알아보기 쉽도록 한 표가 ‘살피’다. 즉 갈피는 추상적인 개념이고, 살피는 형태가 있는 구체적인 물건을 말한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