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파리 같은 게 아른거리는 비문증, 노화 따른 현상
날파리 같은 게 아른거리는 비문증, 노화 따른 현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9.22 13:58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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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증 증상과 치료법

점, 벌레 등 다양한 형태로 보여… 근시 심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
앞에 보이는 물체 무시하는 것이 중요… 시야 방해 심하면 수술을

가을바람을 만끽하기 위해 주말 나들이에 나선 김영호(67) 어르신은 따사로운 햇살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걷는 도중 갑자기 눈에 벌레가 들어간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시야에 날파리 같은 작은 점이 보였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인공눈물을 이용해 눈을 씻어내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자 안과를 찾은 김 어르신은 의료진으로부터 ‘비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비문증은 눈앞에 먼지나 벌레 같은 무언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으로, 시야에 따라 이물질의 위치도 함께 움직인다. 사진은 정상인 시야(왼쪽)와 비문증 환자 시야(오른쪽)의 모습. 사진=대한의학회

비문증은 점, 선, 구름, 벌레 등이 눈앞에 떠다니는 것 같은 증상으로, 일명 ‘날파리증’이라고도 불린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이물질의 위치도 함께 변하는 특성이 있다.
눈 속에는 유리체라고 하는 맑은 액체가 눈의 용적 대부분을 채우고 있어서 눈 안으로 들어오는 시각적 자극을 거의 그대로 투과시켜 망막으로 전달시킨다. 그러나 유리체에 작은 혼탁이 있을 경우 빛이 통과하다가 망막 위에 그림자를 만들기 때문에 파리나 모기와 같은 곤충 모양, 점 모양, 동그란 모양, 아지랑이 모양, 실오라기 같은 줄 모양 등이 다양한 형태로 보이게 된다.

숫자도 여러 개 보일 수 있으며 때로는 눈을 감아도 보이곤 한다. 보고자 하는 방향을 따라다니면서 보이는데, 주로 맑은 하늘이나 하얀 벽, 하얀 종이를 배경으로 보았을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선의 중심에 있는 경우도 있고 조금 옆에 위치할 수도 있다.

◇비문증 원인
비문증은 대부분 연령의 증가에 따른 유리체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비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연령별 인원은 60대(30.7%)가 가장 많았으며, 50대(30.2%), 40대(12.3%), 70대(11.4%) 순이었다.
유리체는 눈 속을 채우는 투명한 젤 같은 물질로, 나이가 들수록 액체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젤리 모양의 유리체가 액체로 변하면서 남은 젤리 부분은 점차 수축하게 되고 섬유질의 밀도는 부분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것이 경미한 혼탁을 유발해 망막에 그림자가 지게 되고 이 그림자가 실 모양, 벌레 모양 등으로 시야에 보이는 것이다.
시신경과 단단히 붙어 있는 부분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후유리체 박리’라고 한다. 이렇게 떨어진 부분은 투명하지 않고 혼탁해지므로 눈으로 들어가는 빛의 일부를 가리게 되어 환자 스스로 본인의 시야에 검은 점 혹은 실오라기 같은 불순물이 있다고 느낀다.
신기철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는 “특히 아주 심한 근시를 가진 사람에게 비문증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보통사람보다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이 외에도 백내장 수술, 당뇨망막병증, 후유리체 박리, 망막 혈관의 파열에 의한 유리체 출혈, 포도막염, 고혈압망막증 등의 망막혈관질환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문증 진단
눈앞이 어른거려 불편하다면 잠시 위를 쳐다봤다가 다시 앞을 주시하면 일시적으로 시선에서 없어질 수 있다. 일부는 계속 보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옅어지고 적응이 된다.
비문증이 있는 사람은 그 물체에 대해 자꾸 신경을 집중시키는 습관이 생기는데, 신경을 집중시키고 걱정을 하는 행위는 증상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손해이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안과의사의 검진을 통해 그 현상이 단순한 비문증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그 물체를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물체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커지거나 번쩍이는 번갯불 등이 보이면 망막박리, 유리체 출혈 등의 초기증상일 수 있으므로 안과에서 안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안통, 충혈, 시력저하, 두통 등의 동반 증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면 염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비문증과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심각한 망막질환인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발견시기에 따라 시력의 유지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비문증 치료
일반적인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 보이는 물체들이 작아지거나 흐려지는 등 적응이 되기 때문에 치료를 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혹(대략 5% 내외) 병적 비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심한 근시, 백내장 수술 후, 망막박리를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 중에 망막박리를 경험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자주 관찰을 해야 한다.
병적 비문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를 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망막박리가 있으면 레이저치료, 포도막염이 있으면 염증치료, 당뇨망막증이 있으면 당뇨조절과 레이저치료 등의 치료를 해주면 되는 식이다.
신기철 교수는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혼탁물질이 크고 시축을 가려 시야를 방해할 때는 안구 내 유리체에 떠다니는 것을 없애기 위해 안구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최근에는 비침습적이고 봉합이 필요 없는 23~25 게이지(주사바늘 지경) 유리체 절제술이 많이 보급돼 위험성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이 역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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