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어르신 건강관리 돕는 ‘효사랑 주치의’ 시행
서울 성동구, 어르신 건강관리 돕는 ‘효사랑 주치의’ 시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0.13 10:44
  • 호수 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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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시도… 주치의가 75세 이상 어르신 집 방문해 진료

[백세시대]

서울 성동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파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전담주치의와 방문간호사가 지역 내 75세 이상 어르신 집을 방문해 진료하는 ‘효사랑 주치의 사업’을 시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성동구는 의사 1명과 간호사 17명을 채용해 ‘효사랑 주치의 전담반’을 구성하고 △건강 측정 △질환 관리 △우울증 치료 △치매 안심 △의료 복지 등 5개 분야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서울 성동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전담주치의와 방문간호사를 한 팀으로 편성해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건강을 관리하는 ‘효사랑 주치의’ 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성동구 왕십리에 거주 중인 박영미 어르신이 주치의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주치의 전담반’… 의료비 지원까지 원스톱
내년부턴 독거노인 안부 알림 서비스… 새 공공의료복지모델 기대

기자는 이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성동구의 ‘효사랑 주치의 전담반’인 의사 권춘근씨, 간호사 박미경씨와 함께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거주하는 박영미(75․가명) 어르신 집을 방문했다. 박 어르신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협심증 등의 각종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관절까지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고 싶어도 밖에 나가는 게 쉽지 않은 상태였다.
주치의 전담반은 가장 먼저 어르신의 혈압과 혈당을 재며 몸 상태가 나빠진 곳은 없는지 점검했다. 의료진이 도착하기 1시간 전 고구마를 먹었다는 박 어르신의 혈당 수치는 무려 310mg/㎗에 달했다. 이에 박 간호사는 “당뇨가 있기 때문에 밥을 드신 후에는 꼭 방안에서라도 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움직임이 없으면 당 조절이 잘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최근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 박 어르신은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했고, 바로 의사 권씨는 어르신을 눕힌 뒤 허리와 관절 등을 살피며 운동 능력을 파악했다. 이후 무릎 보호대 착용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평소 많이 걸을 때나 계단을 오를 때 착용하면 훨씬 편할 것”이라며 “다리에 힘을 주게 되면 무리가 오게 되니 꼭 다리를 뻗은 상태에서 마사지를 한 뒤에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식이생활까지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 어르신은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아픈 곳에 대해 진찰해주고 관리법까지 알려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항상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 9월부터 이 사업을 시행했다. 하반기부터 시작한 만큼 75세 도래자인 1600여명을 우선 대상자로 선정하고 문진과 구강건강, 치매선별검사, 우울증검사 등을 실시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성동구 내 거주 중인 75세 이상 모든 노인(1만6230여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한다.
임희순 성동구보건소 방문보건팀장은 “우선 올해는 1942년 10~12월생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우편을 발송한 뒤 전화 상담을 추가로 하고 있다”면서 “전화 상담 뒤 방문에 응한 어르신들의 경우 1차로 방문간호사가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건강관리가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되면 주치의와 함께 방문해 정기적인 건강관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성동구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시범 운영하며, 구청 복지팀과 보건소를 주축으로 취약계층 노인들이 집에서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의사 1명과 함께 방문간호사도 1인당 1동씩 전담할 수 있도록 17명을 고용했으며, 대상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넘어선 전 대상으로 넓혔다. 이는 의료비가 가장 급증하는 연령이 바로 75세 이상부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75세 이상 의료비는 지난 2015년 11조4000억원에서 2030년 58조7000억원으로 5.2배 늘어나고 1인당 의료비는 같은 기간 459만원에서 882만원으로 2.7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이 없어 의료기관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75세 이상 노인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 사업 확대 시 국가 전체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불어 한양대병원 등 지역 내 106개 의료기관과 협약, 비급여 의료비 20%를 지원하는 ‘성동형 의료복지 시스템’과 서울시 유일의 만성질환자 관리사업인 ‘고혈압‧당뇨 등록관리사업’과 연계해 방문 진료에서 건강관리, 의료비 지원까지 원스톱 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에는 독거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자녀가 지방 또는 해외에 거주해 어쩔 수 없이 홀로 생활하는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정기적으로 전화 상담과 방문 진료를 실시해 결과를 자녀들에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어려운 재정여건이지만 어르신 건강을 챙기는 사업에 구의회, 지역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준 결과”라며 “성동구의 전국 첫 시도가 새로운 공공의료복지모델로 발전하길 바라며, 어르신들이 걱정 없이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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