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협상 절차 돌입… 자동차‧철강‧농산물 압박에 대비를
한·미 FTA 개정협상 절차 돌입… 자동차‧철강‧농산물 압박에 대비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0.13 13:43
  • 호수 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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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 개정협상 수순에 들어갔다. 협정 폐기까지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공에 FTA의 효과분석 선행을 주장한 우리의 방어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양국은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한·미 FTA 협상의 개정 작업이 공식화된 것이다.

다음날인 5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의 가전업체 월풀이 낸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청원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삼성과 LG전자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이 현실화된 셈이다.

한‧미 FTA의 현행 유지 입장을 견지했던 정부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의 압박이 그만큼 거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이런 파상공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공약과 맞닿아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제조업 부활 등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무역불균형이 심해진 만큼 대폭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진작부터 주장해왔다. 심지어 참모들에게 “FTA를 폐기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동맹국이라는 명분보다 미국의 실리를 먼저 챙기겠다는 심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강경 입장이 분명해진 만큼 우리의 대응 또한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 미국에 끌려가다가는 우리 산업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FTA 개정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무(無)관세인 수출용 자동차에 일본, 유럽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수준(2.5%)의 관세를 붙인다면 우리 자동차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 여파는 철강 산업과 기계, 부품산업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뻔하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농업분야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1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우리정부에 농산물 수입관세 즉시철폐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FTA 발효 이후 15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쌀, 고추, 마늘, 양파 등 품목에 대해 농산물 관세를 당장 없앨 것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를 5~10년 더 부과하겠다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은 “FTA 개정으로 관세율이 높아지면 수출 감소액은 5년간 약 170억 달러(약 19조원)대에 이르고 일자리 또한 15만개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쯤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미 세탁기 수출 또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 전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운규 산업통산부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의 통상 현안과 점차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면서 “국익 우선과 이익균형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갈수록 세지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우리는 냉정하고도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 등 안보 상황 탓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단 내년 초로 예상되는 본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애초의 계획대로 FTA에 따른 양국의 손익 계산서를 명확히 파악하고, 서비스 부문 적자개선 등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에 대한 치밀한 협상전략을 짜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국익을 최대한 지키고 피해는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개정 협상 절차 착수를 정치공세의 빌미로 삼을 게 아니라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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