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지회 노인대학 한자반 학생들 한자능력시험 전원합격 “일 냈슈~”
충남 논산시지회 노인대학 한자반 학생들 한자능력시험 전원합격 “일 냈슈~”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10.13 13:50
  • 호수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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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능력검정시험에 도전해 전원 합격한 충남 논산시지회 노인대학 한자반 학생들이 주먹 쥔 손을 위로 올리며 시험 합격을 기념하고 있다.

[백세시대]

5급 1명, 7급 12명… 88세 강복례 어르신도 거뜬히 합격
만점 받은 박춘자 어르신 “노인대학서 배움의 한 풀어”

‘집에 어르신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셔라’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빌려서라도 모시고 싶은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80대 중반의 고령에도 한국어문회가 주관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에 도전해 전원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룬 충남 논산시지회(지회장 박희성) 부설 노인대학(학장 정무영) 한자반 어르신 13명이다.
지난 8월 26일 시험에 응시한 어르신들은 9월 22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발표를 확인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원이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똑똑한 학생으로 손꼽히던 조성욱 어르신이 5급을 취득했고, 만점을 받은 박춘자 어르신을 비롯한 강복례․권희자·김종순·김혜숙·박명혜·박정희·송진순·조성욱·최인호·한상의·황란수 어르신 등 12명 모두 7급 시험을 통과한데다가 평균 점수도 91점으로 높았다.
단 한 개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박춘자 어르신은 “오빠와 남동생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여동생까지도 무사히 학업을 마쳤지만 그 시절 장녀로 태어난 저는 중학교 입학만 하고 졸업은 하지 못했다”며 “배움에 대한 한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오던 중 한자반 친구인 황란수의 손에 이끌려 노인대학에 와 이런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어르신은 “나도 이렇게 잘할 수 있는데 형제들만 가르쳤다”며 “이번 추석에 가족들을 만나 한껏 자랑했다”고 말했다. 박 어르신의 오빠와 동생들은 “모두 장하다며 진작 배웠으면 큰 인물이 됐을 것”이라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한자반 최고령 어르신인 88세 강복례 어르신은 “시험 보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뒀는데 합격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시험장으로 직접 운전해 어르신들을 모시고 간 고현정 지회 교무부장은 “시험장으로 향하는 내내 어르신들이 전화를 걸어 시험 보러 간다며 자랑하는 모습이 활짝 핀 해바라기 같았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노인대학 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정무영 학장은 공부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방학기간인 8월에 특강을 진행했다. 정 학장은 기출문제나 유사문제를 풀도록 하고,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한자능력시험에 대비했다.
정 학장은 “70~80대 되는 분들 중에는 가정이나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공부를 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그만둔 분들이 많고, 100세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런 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덜어 드리는 게 노인대학의 역할”이라며 “한자는 어르신들이 간판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게 하고, 뜻글자를 이해하다보면 치매예방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박희성 지회장은 “깜빡깜빡하기 쉬운 높은 연세에도 열정을 갖고 공부에 임했기 때문에 전원합격이 가능했다”며 “다들 합격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최은진 기자 cej@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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