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서울 구로구지회 ‘IT무궁화봉사클럽’ “컴맹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받고 매일 카톡해요”
대한노인회 서울 구로구지회 ‘IT무궁화봉사클럽’ “컴맹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받고 매일 카톡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0.13 14:08
  • 호수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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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지회의 노인자원봉사 ‘IT무궁화봉사클럽’ 회원이 지역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클럽 정숙자 코치로부터 이메일을 배운 80대 어르신은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이에 감동 받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컴퓨터를 선물하기도 했다.

[백세시대]

60~70대 회원 15명, 경로당에서 일주일 세 번 컴퓨터 교육
인터넷 모르던 어르신들 답답했던 마음 확 뚫려 고마워 해

서울 고척동에 사는 임영빈(가명‧78) 어르신은 최근에 비로소 IT(정보통신)의 편리함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주고받았던 임 어르신이 이제는 손주와 영상통화도 한다. 임 어르신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유튜브도 보면서 외로울 틈이 없다”며 웃었다.
임 어르신이 이렇게 IT 세계에 몰입하게 된 건 서울 구로구지회의 노인자원봉사 ‘IT무궁화봉사클럽’ 덕분이다. 이 클럽은 임 어르신처럼 컴퓨터조차 켤 줄 모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 클럽은 2009년에 생겼다. 남녀 노인 7명으로 출발했다가 현재는 15명으로 늘었다. 회원들은 60대 후반~70대 초반으로 여성이 더 많다. 대부분 전업주부들이고 남자회원은 회사원 출신, 목사 등이다.
이 클럽의 정숙자(75‧구로구 신도림동) 코치는 “클럽이 생긴 계기는 구로구의 환골탈태 시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밀집한 구로구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디지털구로구로 변신을 꾀했다. 양대웅 전 구로구청장은 9개의 컴퓨터 교육장을 만들고 IT 강사를 뽑았다. 25명을 뽑는데 80여명이 몰렸다. 정 코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정 코치는 “시험에 합격해 ‘구로구실버IT’ 강사가 돼 처음엔 교육장에 보조강사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경로당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고 기억했다. 정 코치는 불교 상담단체의 상담사로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말동무를 해주는 봉사활동을 오래 해왔다.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했고 수필가로도 등단, ‘아름다운 사연, 그 뒤’(2016년)란 제목으로 봉사일기를 펴낸 팔방미인이다. 그가 운영하는 다음카페 ‘무궁화금수강산’의 회원 수는 100여명에 이른다.
클럽 회원들은 거주 지역과 가까운 경로당을 3~4개씩 맡아 일주일에 3차례, 2시간씩 교육한다. 교육 내용은 인터넷 검색, 키보드 사용 등 컴퓨터 기본활용서부터 메일 주소 만들기, 인터넷 카페 및 블로그 활동 등 수준 높은 단계에 이른다. 스마트폰 경우는 문자 및 카톡 주고받기, 영상통화 등이다.
올해 4월부터 봉사에 참여하는 남순화(67‧구로구 항동) 회원은 “요즘 세상에 인터넷, 스마트폰을 쓸 줄 모르면 답답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학창시절부터 뭐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고 강사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남씨는 구로구 주민센터, 구로정보화교육장 등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혔다.
남 회원은 “문자가 와도 그걸 열어볼 줄 몰라 답답한 생활을 하던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나선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좋아한다”며 “여자친구에게 이모티콘을 보내고 싶다며 가르쳐 달라는 할아버지도 있다”며 웃었다.
클럽 회원들은 자판조차 만질 줄 몰랐던 노인들이 한글타법에 익숙해져 메일을 보내고 댓글도 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정 코치는 “할아버지에게 한글과 함께 컴퓨터를 1년여 가르쳤는데 이 할아버지가 어느 날 아들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메일을 받아본 아들이 ‘어디서 배웠느냐’고 놀라면서 컴퓨터를 사 주더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종운 서울 구로구지회장은 “자원봉사클럽 코치들은 자비를 들여가면서도 기쁘고 즐겁게 봉사한다”며 “우리 지회 소속의 3개 자원봉사클럽 중 컴맹 노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하는 IT무궁화봉사클럽 회원들의 노고에 늘 감사해 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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