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환자식도 입맛 따라 골라먹는 시대
병원 환자식도 입맛 따라 골라먹는 시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0.27 10:50
  • 호수 5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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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더 들어도 고급식 선호… 서울아산‧강북삼성병원 등 신메뉴 개발

[백세시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입원실 복도에는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반납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항상 북적인다. 그러나 급식 회수차에서는 음식을 깨끗이 비운 식판을 찾기가 힘들다. 밥과 반찬에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식판도 있다.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받고 이틀 째 입원 중인 김모(63)씨는 “음식이 대체로 싱겁고 밥에 비해 반찬이 부족해 손이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식사제한이 없는 일반 환자에 갈비찜‧해물탕스테이크까지 제공
암 환자에겐 콩‧생선 위주로 제공… 외국인 환자 위한 식단도 내놓아

병원에서 먹는 환자식은 의사 처방에 따라 제공되는 식단을 말한다. 건강 상태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음식이 제공되다 보니 일반음식처럼 짜고 맵고 단 음식이 아니어서 맛이 없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들의 입맛이 서구화되고 중국, 몽골, 러시아 등 외국인 환자까지 늘어나면서 환자식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 환자식은 일반식과 치료식으로 나뉜다. 일반식은 사용하는 식품의 종류, 영양성분, 조리방법, 질감 등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 식사로, 식사제한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외상환자, 산과 환자, 정신과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반식은 밥, 국, 육류, 채소로 구성된 ‘1식 4찬’이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식품을 조리해 제공하기 때문에 강한 자극성 양념이나 식품, 익히지 않은 메뉴는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급식까지 제공되는 ‘일반식’
하지만 최근에는 단체급식 수준에 불과했던 일반식이 환자 입맛에 따른 ‘맞춤식사’로 바뀌고 있다.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고급식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병원에서는 고급식에 갈비찜부터 시작해 영양밥, 낙지연포탕, 꽃게 해물탕, 스테이크, 삼계탕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최근 입원환자를 위해 차별화된 점심식사인 ‘프레시 런치’를 제공한다. 프레시 런치는 입원 중 자극적이지 않은 병원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아 적절히 식사를 하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개발된 환자식이다. 
신선한 채소에 어육류(닭고기, 달걀, 치즈, 생선, 두부 등)와 소량의 과일을 곁들였고 빵, 죽, 주먹밥 등의 곡물도 함께 제공된다. 프레시 런치 한 끼는 450~500k㎈(칼로리)정도로, 기존 식사보다는 칼로리가 다소 적지만, 적당량의 단백질과 함께 풍부한 항산화 영양소가 포함돼 있어 여성 환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김은미 강북삼성병원 영양팀장은 “메뉴 개발도 중요하지만 음식 제공형태를 새롭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프레시 런치를 도입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환자식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환자식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상태에 맞게 제공되는 ‘치료식’
환자의 질병 치료를 위해 각 질환에 맞게 제공되는 치료식 또한 진화하고 있다. 암환자, 당뇨‧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 등의 상태에 따라 맞춤식사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 후 환자의 영양 상태를 평가하고 영양적 문제가 있는 환자를 선별, 임상 영양사에 의한 적절한 영양관리와 함께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기호까지 최대로 고려한 맞춤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콩, 두부 등의 제품이 매일 1회 정도 제공되고 고기 대신 등푸른 생선 등 ‘오메가 3’가 풍부한 식단이 마련된다. 암 환자의 식단이기 때문에 육류를 최대한 제한해 하루에 한 번 정도 제공하고, 대신 두부와 생선은 횟수를 늘려 식단에 포함시키는 식이다.
암 환자 식단 중 ‘후두암식’의 경우 음식을 삼키기 좋은 형태로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또한 후두암의 경우 수분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게 되면 위험하므로 수분을 제한하고 부족한 열량은 중간 중간 간식을 통해 보충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환자가 육류를 선호하지 않으면 생선과 두부, 계란으로 대체해 단백질을 보충하는 등 환자 개별 선호에 맞춰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친화병원’ 명성에 맞게 고령 환자들을 위해 ‘갈은식’, ‘다진식’ 등이 제공되며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만큼 나물 등의 반찬도 모두 잘라서 제공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 환자에게 곤충식을 내놓기도 했다. 밥과 국 중심의 치료식은 섭취 부피에 비해 열량과 단백질 섭취가 떨어지는 만큼 부피가 작지만 고단백질인 곤충식이 대안이 되고 있어서다. 곤충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용으로 권장하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로 만든 ‘고소애(고소한 애벌레)’다. 김형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곤충식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환자식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외국인 환자 위한 식단도
최근에는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병원마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식단 개발에도 열심이다.
서울대병원은 ‘서양식’과 ‘할랄식’으로 구분해 외국인 환자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특히 할랄식의 경우 수프 14종, 애피타이저 6종, 메인요리 36종, 샐러드 18종, 라이스 8종 등 끼니마다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할랄용으로 도축된 육류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잘 유통하지 않는 쌀과 향신료 등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래도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 환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타 병원에 비해 태국식, 몽골식 음식을 추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랍환자의 경우,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을 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 환자와 보호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저녁식사 메뉴를 1.5배에서 2배까지 제공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아랍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제한해야 하는 음식도 많은데 입원해서 이슬람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더 이상 외부에서 음식을 사오지 않아도 된다며 환자들의 만족감이 높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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