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장 “사무국장 15년… 467개 경로당 속사정 훤히 꿰고 있어요”
김봉철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장 “사무국장 15년… 467개 경로당 속사정 훤히 꿰고 있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0.27 13:55
  •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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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34년 지방공무원… 면사무소에서 숙식하며 계화간척지 농사 이끌어
일자리사업, 재능나눔활동 등 1200여명 참여… 전국 郡에서 최다

어느 경로당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경로당 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지회장이 있다. 김봉철(76)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장 얘기다. 김 지회장은 15년간 지회 사무국장을 지내며 이 지역 노인복지의 기반을 닦은 주인공이다. 김 지회장은 “지회에 와보니 직원이 나 하나뿐이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연인원 1만5000명에게 무료급식을 시작했다”고 그 시절을 회고했다. 이 무료급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부안군지회 노인회 사무실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노인회에 헌신한 삶과 지회 운영철학 등을 들었다.

-부안은 산과 육지, 바다가 모두 있다.
“전답과 임야가 각각 40%이고 염전도 있습니다. 과거에 어염시초(물고기,소금,땔나무)가 풍부해 ‘생거부안’이라고 했답니다.”
-부안하면 새만금이 떠오른다.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제방 완공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진척이 늦어요. 부안의 갯벌에서 나는 백합, 바지락, 맛조개 등이 깨끗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새만금 개발로 갯벌이 없어져버려 그곳에 삶을 의존하던 어민들도 사라졌어요. 2023년 이곳에서 7만명이 참가한다는 ‘세계잼보리대회’를 앞두고 개발 사업이 활발해질 것을 기대합니다.”
-부안의 노인현황은 어떤가.
“5만6100여명의 주민 가운데 노인이 1만6600여명입니다. 인구대비 30% 가까이 됩니다. 확인된 100세 어르신이 16명이지만 실제는 그보다 많아요. 과거엔 호적을 늦게 신고해 그렇습니다. 508개 마을에 경로당이 467개로 ‘1마을 1경로당’입니다. 마을의 65세 노인은 경로당에 대부분 가입해요.”
-농촌이 많은 부안에서는 경로당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복지관이 한 곳 있지만 시설도 적고 그곳에 가려면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야 할 정도로 멀기도 하고 번거로워요. 유모차 끌고 다니는 노인들이 이용하기가 힘들지요. 경로당이 복지관 역할을 합니다.”
-노인재능나눔활동 참여자가 많다고.
“작년과 같이 올해도 500명의 참여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다니며 떳다방, 보이스피싱 사기예방과 금연, 치매예방 활동을 했어요. 치매 증세가 보이는 경로당 노인을 보건소에 연계시키는 일들도 합니다. 문제는 보건소에서 치매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약도 준다는 사실을 노인들이 모른다는 점이에요.”
-어떻게 많은 인원을 배정 받았나.
“농촌에선 재능나눔활동 사업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밖에 나와 움직이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도 유지되니까 참여했던 노인들이 또 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군에서 예산이 지원되는 일자리사업에 715명이 참여하고 있어요.”

김 지회장은 노인들에게 일자리가 왜 필요한지 군에 인식시키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재능나눔활동을 시작하는 발대식과 활동을 마치는 평가회 등에 김종규 부안군수를 초청해 사업의 진행과 성과를 전하고 참여자들을 격려해오고 있다.

-일자리사업은 어떤 것들인가
“경로당을 관리하는 관리인과 순회지도자가 있고 게이트볼을 지도하는 체육강사, 경로무료급식 도우미 등이 있어요. 점심을 못해 먹는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일도 하고, 노노케어도 합니다.”
-경로당 현안이라면
“국비로 지원되는 냉·난방비 중 남는 부분을 부식비로 전용이 가능하도록 융통성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고 부식비도 좀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 김봉철 부안군지회장과 지회 직원들이 노인회관 건물 앞에서 담소하고 있다.

부안출신의 김봉철 지회장은 지금껏 부안을 떠나본 적이 없다. 군 제대 직후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34년간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면서기부터 시작해 산업계장, 부안읍 총무과장 등을 거쳐 동진면 부면장으로 퇴임했다. 부안군지회 사무국장을 15년간 지내고 2014년 부안군 지회장이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농업 부문에 오래 근무했어요. 1979년 10·26사태 당시 원래는 박정희 대통령이 부안 계화면 간척지에 올 예정이었어요.”

당시 계화 지역은 성공한 간척지로 국가적으로 큰 관심거리였다. 벼농사를 담당한 김 지회장은 2년간 면사무소에 숙소를 마련해 직원들과 열심히 간척지 농사를 지도했다. 대통령 시찰 며칠 전 농수산부 장관이 군용헬기를 타고 사전답사를 왔다. 그런데 2500ha의 넓은 간척지에 하필이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전망대 부근의 논만 염분이 많아 벼들이 뻘겋게 타 죽어가고 있었다. 그걸 본 장관은 “안 되겠다”며 돌아가 버렸다. 박 대통령은 계화에 가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삽교천 행사에 참석했다.
이 얘기를 옆에서 듣던 한홍 부안군지회 사무국장은 “(박 대통령이)계화간척지를 찾아와 머물다 주무시고 다음날 올라갔다면 대통령 시해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을 오래 했다.
“정년퇴임을 3개월 남겨두고 하루는 군수가 저를 부르더니 ‘노인회에서 봉사를 해보면 어떻겠는가’ 그래요. 노인회장이 ‘성실하고 노인 잘 모실 직원 한명을 소개해 달라’며 천거를 부탁했더랍니다.”
-와보니 지회 사정이 어떻던가.
“지금 이 노인회관(3층)이 당시는 2층이었어요. 직원이 하나도 없고 지회장은 건강이 안 좋아 한 달에 서너 번 나왔어요. 결재 맡을 일이 있으면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연합회 회의가 있는 날이나 출장을 갈 때는 문을 걸어 잠그고 가야 했어요. 하필이면 그때 꼭 찾아오는 노인이 있어 ‘왜 문을 잠가놓느냐’는 항의를 듣기도 했고요.”

지금처럼 노인회 주관의 복지사업이 없던 시절에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참에 군 사회과장(현 행복지원실장)의 권유로 경로무료급식을 시작했다. 지회 식당에서 50명의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일이다. 시장에 나가 식재료를 사고 정미소에서 쌀을 사와야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 총무부장 한 명을 두었다. 총무부장의 월급은 예산에 편성돼 있지 않아 사비를 쓸 수밖에 없었다.

-급식에 종사할 사람도 필요했을 텐데.
“노인대학에 나오는 노인 130명에게 봉사에 참여해 주길 간절히 호소했더니 25명이 동참해주었어요. 조리, 급식, 배식, 설거지는 물론 그분들이 호박‧가지‧시금치 등 반찬거리를 집에서 가지고 오고 김장철에는 김치도 한통씩 가져왔습니다. 봉사를 하는 이들이 마음이 넓어요.”
-지회의 운영철학은 무엇인가.
“직원들에게 항상 지회를 찾아오는 노인을 집안어른처럼 섬기고 친철하게 대하라고 말합니다.”
-100세 시대 노인의 사회적 역할이라면.
“어른다운 노인, 어른다운 노인이란 한 마디로 존경 받는 노인입니다. 인사만이라도 제대로 받는 노인이 돼야 합니다. 앞에서 인사하고 뒤돌아 욕을 하면 그건 아니지요.”

김봉철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이 지회장들에게 지급하는 직책수행경비가 아주 큰 힘이 된다”며 “다만 노인회가 하루속히 사단법인을 탈피하고 정부에서 보조 육성하는 기관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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