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일만에 풀리는 한‧중 ‘사드 갈등’… 양국 한 차원 높은 협력 시대 기대
480일만에 풀리는 한‧중 ‘사드 갈등’… 양국 한 차원 높은 협력 시대 기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1.03 14:15
  • 호수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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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이 봉합됐다. 지난해 7월 8일 당시 박근혜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한 지 480일 만에다.
외교부는 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홈페이지를 통해 양국 간 진행돼 왔던 사드 문제와 관련한 협의 결과문을 중국 측과 동시에 게재했다.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양측은 “최근 한‧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 소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 재확인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 정리 △교류협력의 조속하고도 전면적인 정상화 추진 등이다. 양국 간 협의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채널을 통해 지난 8월부터 비공개로 이뤄졌다.
합의의 핵심은 물론 사드 관련이다. 양국이 각각 자기 입장을 천명하고 상대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선에서 봉합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한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자위적 조치임을 재확인하고, 사드가 북한 이외의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만큼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반면, 중국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했다. 동시에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했으며,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한국 입장에 중국이 “유의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사드를 둔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정치적 타협점을 만든 셈이다.

또한 양국은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측 간 공동문서들의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와 사드 추가 배치 문제도 언급됐다. 합의문에서 양국은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으며, 이에 대해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전했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 어떤 형식으로든지 관련 문구를 명문화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

한‧중 양국의 이 같은 관계개선 합의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11월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자리에서 양자회담을 한다. 이는 수교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한중관계를 정상화로 되돌리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과 내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한 시 주석의 방한도 가시권에 들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앞서 정리할 사안들이 있다. 바로 중국 사드 보복 조치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한류와 관광에 대한 금한령이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 규제도 즉각 해제해 사드 갈등 이전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우리 기업의 중국 내 경영여건 개선과 양국 기업간 무역 원활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 보다 많은 협력을 모색한다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완화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드 합의는 양국 관계 회복을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갈등 재발을 막고 양국 간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불신을 신뢰로 바꾸고 외교·안보·경제의 삼각 채널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달 열릴 한중 정상회담이 이의 기반을 조성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수출 다변화로 중국 의존을 줄여나가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설픈 봉합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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