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인생 후반전을 알차게… 오팔족(OPAL) 늘어
활기찬 노년생활-인생 후반전을 알차게… 오팔족(OPAL) 늘어
  • super
  • 승인 2006.08.27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뒷방 늙은이 NO! 즐거운 실버랍니다”

평일 밤 대학로 소극장 앞이다. 뮤지컬 공연이 끝나 관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오고 있었다. 뮤지컬이라 이십대에서 사오십대까지 관객층이 다양했다.

 

그런데 그중 육십대 이상으로 보이는 할머니 관객 세 명이 눈에 띄었다. 10시가 가까워진 시각이라 극장 앞을 나서는 할머니들의 걸음을 쟀지만 기분은 좋아보였다.


5년 전 환갑을 넘겼다는 세 할머니는 모두 여고동창생들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식사를 하고 음악, 무용, 뮤지컬, 영화, 연극 등의 공연관람을 한다고 했다.


“삼남매를 두었는데 젊었을 때는 정신없이 애들 키우고 사느라, 이런데 와 볼 새가 없었어요. 출가시키고 손자까지 두었으니 할 일은 다 했어요. 이제부터는 제대로 즐길 나이가 됐어요.”


“한창 애들 키울 때는 삼사 년에 한번 만나면 잘 만나는 거 였어요. ‘우리 만나자, 만나자’ 서너 번 다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도 만나지지가 않았어요. 약속을 철썩 같이 해 두었어도 그 날이 되면 갑자기 시집식구들이 오거나, 누가 뭘 한다거나 해서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뒷전으로 밀렸어요. 책임과 의무에서 풀려나니 홀가분하고 좋아요. 좋은 구경도 하고.”


“공연을 보다보면 이 좋은 것들을 젊은 시절부터 보고 느끼고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지기도 합니다. 마음은 여고시절인데 몸은 아무리 부정해도 육학년 오반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문화적인 향수를 느끼고 돌아가면 ‘육학년 오반이 어때서, 누구나 나이는 드는 거야’하는 식으로 세월을 긍정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세 할머니는 한 달에 한번은 부족한 것 같아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만남을 늘리려고 한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마라톤 하면서 ‘나도 해낼 수 있다’ 자신감


“강바람이 세고 날이 차가웠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응원과 한강변의 아름다운 경관 덕에 어렵지 않게 완주했습니다.”


최근 하프코스에 출전, 2시간 3분 만에 결승점에 골인한 황모(77)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란 말을 거부한다. 주변에 ‘30대 노인’들이 넘쳐나지만 마라톤 덕에 70대 젊은이로 살고 있다는 황 할아버지가 마라톤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92년. 당시 황 할아버지는 복막염 수술을 받았는데 그 뒤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 등 각종 노인성 질환에 시달렸다.


‘골골 육십대’를 보내던 황 할아버지는 지인이 “마라톤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해 보지 않겠냐” 권유를 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라톤을 하며 황 할아버지는 병을 완치했고 100㎞ 울트라마라톤, 철인3종 경기에 이르기까지 수백차례의 마라톤 대회를 섭렵했다.

 

인생 후반부에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황 할아버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동호회에서 ‘건강 마라톤 특강’도 하고 있다.

 

현역 때 경험 살려 자원봉사


모대학병원에서 내과의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고모(73) 할아버지는 은퇴했지만, 현역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달력을 보면 한 달의 스케줄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빡빡하게 짜여있다. 한 달에 두 번은 노인복지관을 찾아 ‘노년과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노년기에는 신체장기에 노화가 진행되어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공의로서의 경험과 지혜를 살려 조언을 해주면 한 마디 한 마디가 노년층에게는 살아있는 지침이 된다. 메일 주소를 오픈해 인터넷을 통해 친절한 상담도 해준다.

 

원로 의사로서 각종 모임에 참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며 세대를 초월한 교류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육십대 후반의 배모 할아버지는 97년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으나 재발하여 뼈로 전이가 됐다. “두세 달이나 더 살까,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묘지를 알아보고 사업체를 정리하는 등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다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한방과 대체요법 등의 방법에 매달렸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의학상식으로 무장하며 투병생활을 하며 소생, 지금은 8년째 생존하고 있다.


말기암을 이기고 사업을 재개하며 아침 9시 출근 6시 퇴근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배 할아버지는 최근 암환자들을 위한 자원봉사단을 결성하여 암환자들에게 치료의지를 북돋워주는 치료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경로당, 공원벤치 거부,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노년 풍성하게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MP3플레이어를 들으며 신문을 보고 있다. 그 옆에서 자신의 MP3와 똑같은 제품을 쓰는 할아버지를 손자가 신기한 듯 쳐다본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넌 얼마 주고 샀지 ”라고 묻는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네이버 광고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백발의 노인이 어린아이와 같은 옷차림으로 벽걸이 형 LCD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다음 ‘화질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오래 빠져 있지는 마십시오’라는 광고 카피가 지나간다. 하이얼코리아의 LCD TV 광고 ‘올드 맨’의 내용이다. LCD TV에 빠져 어린아이가 노인이 될 때까지 계속 TV만 보고 있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고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신구를 내세운 쿠퍼스 광고 등 요즘 광고시장을 보면 노년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늙고 힘없다고 소외되었던 노년층이 경제와 소비의 중요한 한 축으로 부상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오팔족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준 말로 ‘활동적인 생활을 즐기고 있는 노인들’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노령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건강은 물론 경제적 능력을 갖춘 오팔족들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전국 노인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를 조사한 결과 전체 노인의 56.6%가 자녀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녀로부터 금전적 원조를 받고 싶다는 사람도 14%에 불과했다.


젊었을 때부터 은퇴 후를 생각하고 연금이나 저축 등으로 노후 준비를 든든히 한 노인들에게는 ‘뒷방 늙은이’같은 서러운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

 

준비된 자금으로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즐기며 오히려 젊은 층보다 더 건강과 여유를 챙기고 문화를 향유하며 이웃과 소통하며 살고 있는 것. 특히 젊은 시절부터 축적해온 지식, 경험 등의 연륜을 사회에 환원하며 늙어서도 젊은이 못지않는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 후반전을 보다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는 오팔족들이 노년층의 새 모델로 떠오르며 점차 이들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장옥경 프리랜서

 

 

우아하게 늙는 법

 

‘늙음에의 거부’를 출간한 미국 하버드대 노인병 전문의인 뮤리엘 R 질릭(54)은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아하게 늙는 법’을 소개했다.

 

1.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노화나 죽음은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이를 부정하거나 피하지 말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늙음을 부자연스럽게 여기는 생각부터 바꾸게 되면 성형을 하거나 부질없는 치료에 매달려 헛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 이보다는 운동과 사교생활에 정력을 쏟는 게 의미 있다고 조언한다.

 

또 50세에 전립선암 검사를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85세에는 ‘난센스’라는 것. 전립선암에 걸려 사망하기 전에 다른 일로 숨질 확률이 높기 때문.

 

2. 무리한 생명 연장보다는 원하는 일을 하라


중증 치매나 폐질환을 앓는 90세의 노인이 인공호흡기를 끼고 집중치료를 받는 일보다 당황스러운 일은 없다. 연령은 사람마다 의미가 달라, 82세에 심장 절개수술이 적절한 노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상식에 맞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년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에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에는 낙상을 조심하고 엉덩이 골절에 주의해야 한다.


부담을 주는 값비싼 수술로 생명을 조금 늘리기보다는 원하는 일을 하고 자녀는 부모를 잘 보살펴 드리는 일이 중요하다. 이 시기의 효도는 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다.

 

3. 채식·운동을 가까이하라


미국인이 노화방지를 위한 비책으로 1년간 사용하는 돈은 60억 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비타민 E가 건강에 좋지만, 다량 복용하면 수명이 는다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다.

 

질릭 교수는 비타민 E를 복용하는 것보다는 자전거를 사서 운동하는 등 늘 활동성을 유지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122세까지 장수를 누린 프랑스의 한 장수 여성은 말년의 몇 년은 잘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정신만은 총기가 넘쳤다.

 

110세까지 담배를 피웠는데 그녀의 장수 비결은 100세까지 자전거를 탔을 정도로 활동적이었고 늘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던 데 있다고 한다.

 

일본의 오키나와섬 주민들은 10만명 당 34명이 100세를 누리는데 이는 생선과 채식을 즐기기 때문이다. 육식을 즐기는 미국에서는 10만명 당 고작 10명만이 그런 행운을 갖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