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의 새 대안 ‘樹木葬’(수목장)
장묘문화의 새 대안 ‘樹木葬’(수목장)
  • super
  • 승인 2006.08.27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목장 법제화 통한 장묘문화 개선방안 국회세미나

최근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분묘를 대신할 장법이 나와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묘지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토에서 묘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아, 대체 장법의 도입은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수목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바람직한 수목장의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세미나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시민단체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관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우리 국토가 해마다 여의도 면적만큼 묘지의 면적이 넓어지고 있어, 전 국토가 묘지로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수목장의 제도화를 통한 올바른 장묘문화 정착을 위한 취지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 상임대표 김성훈 상지대 총장을 비롯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서승진 산림청장 등이 참석해 바람직한 수목장 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이어 변우혁 고려대학교 교수와 김용한 산지보전협회 상임이사가 수목장에 대한 소개 및 법제화 방안에 대한 주제를 발표하고, 김선미 국회 보건복지위원과 박하정 복지부 노인정책관, 구길본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이 토론자로 나서 법제화 방안 및 행정적인 처리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자연회귀 실천 통한 ‘숲 사랑’ 사회적 호응=‘수목장’이란 화장된 분골을 지정된 수목의 뿌리 주위에 묻어 줌으로써 그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섭리에 근거한 새로운 장묘방법으로, 스위스의 전기기술자 윌리 자우터에 의해 1993년 창안됐다.

 

이후 독일로 전파되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목장이 조성·운영되면서 유럽 전역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9월 국내 임학계의 거목 故 김장수 고려대 농대학장의 장례가 수목장(樹木葬)으로 치러지면서부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김 교수의 수목장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허례허식 없는 간결함과 나무의 밑거름이 되어 자연과 하나되는 자연회귀의 실천을 통해 아름다운 숲을 가꾸는 자연사랑에 사회적인 관심과 호응이 일어난 것이다.


국내 모 방송사는 지난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수목장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국민 10명 중 6명이 수목장을 실천하겠다고 답해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복지부는 지난달 5일 화장한 유골을 나무나 화초, 잔디 아래 묻거나 뿌리는 장례법을 제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면적 100㎡(30평) 미만인 개인이나 가족 단위 자연장 구역은 관할 시·군·구에 신고만으로, 100㎡ 이상인 자연장 구역은 관할 지자체장으로부터 지정을 받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자연장 구역에는 간단한 표식과 최소한의 편의시설만을 설치하도록 했고, 추모 등 간단한 의식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내에서만 허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30만㎡ 이상의 대규모 산림으로 조성된 수목장림을 조성해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장례문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수목장 도입형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주제 발표자로 나선 변우혁 고려대 교수는 수목장의 장점에 대해 ▷국토 잠식이나 환경피해가 없고 ▷육림을 통한 환경개선 효과 ▷저렴한 장례비용 ▷핵가족화에 따른 묘지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점을 꼽으며, 제도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선 수목장의 도입형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목장의 형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고 각 유형마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이를 잘못 적용하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즉 취지와 달리 산림파괴를 초래할 수 있고 호화사치 장법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수목장이 편이주의로 전락할 수도 있다. 준비 없는 제도 도입은 현재의 매장이나 납골과 동일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의 장사법 개정안 중에 수목장림을 자연장 구역으로 규정한 점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수목장을 자연장 구역으로 규정하면 더 넓은 산림이 묘역화 되고, 수목장이 묘역으로 인식돼 지역주민의 님비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사설 자연장 시설을 대단위로 허용하는 상업주의를 부추겨 기존의 납골당과 묘지에서 생긴 폐해를 되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한 산지보전협회 상임이사도 “수목장 제도가 처음의 취지와 달리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수목장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전국의 산림을 묘지로 인식하거나 영리목적으로 변질돼 호화시설이 설치되는 등 산림파괴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관·학 수목장 도입관련 기본 입장 한 뜻=이어 논의된 수목장 조성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학계와 정부관련 부처가 장묘서비스가 국가의 공공복지 정책으로 가야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변우혁 교수는 “사설 수목장림 승인은 시기상조로 수목장림의 관리주체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목장림은 장기간 운영돼야 하고 숲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기관과 그 부속기관 또는 공공특수법인이 운영하고 공유림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국회 보건복지위원도 “공감대 형성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먼저 앞장서서 시행한 후 사설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길본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은 “운영초기에는 지자체가 강제로 시행해야 하나, 운영에 있어서는 산림법에 의해야 한다. 또 현행 장묘법 개정안에 명시된 자연장 구역에서 수목장림은 빠져야하고 수목장림에 대한 별도의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박하정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장례관련 법을 복지부에서 관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관리주체 기준에 입장차이가 있어 처음부터 강제화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으니 양해해 달라. 그러나 좋은 취지인 만큼 지자체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유림 정착 후 사설 수목장 허용해야=참석자들은 이와 함께 과거 봉안시설 남발과 같은 폐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국유림, 공유림에서 수목장림에 걸 맞는 아름다운 숲의 모델을 조성한 후 일반 개인의 사설 수목장림이 허용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다음의 네 가지 중점 사항에 바탕을 두고 수목장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 정·관·학계가 협력하기로 했다.

 

첫째, 수목장 개념이 충실히 지켜지는 방향으로 법·제도적 정비와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숲을 제의공간으로 인식한다면 숲 가꾸기가 소홀해지고 전국 산림은 묘역으로 남게 되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셋째, 장사 제의시설은 복지부가 관리하더라도 제의시설이 아닌 수목장림은 산림부서가 전담해야 한다. 묘지의 90% 정도가 산에 있으므로 수목장림의 관리·운영은 산림부서와의 협조가 필요하며, 이 문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사항이다.

 

넷째, 한국형 수목장은 국가기관에 의해 만들어져서 국민들이 수목장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가진 이후에 민간에게 확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묘관행을 바꾸는 일은 법의 제도화만으로 쉽게 정착되기 어렵다. 그러나 국토의 잠식과 환경 파괴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재의 장묘문화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자연친화적이고 검소하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를 어어 갈 수 있는 수목장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