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가 가르쳐주는 한‧미‧중 안보외교
마키아벨리가 가르쳐주는 한‧미‧중 안보외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1.10 10:51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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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 있는 쪽과 동맹 맺어야 살아남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발표한 ‘3不 협의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악수(惡手)다. 협의문의 핵심 내용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는 단 한마디의 사과나 재발방지책은 듣지 못했다. 이는 유사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우리에게 잠재적 적이 될 지도 모를 국가에 우리 안보와 군사적 활동 등을 제한하는 약속을 처음 한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뭐가 그리 아쉬워 서둘러 꼬리를 내려야 했나’이다. 중국의 경제압력 때문이라면 정말 어리석은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이다.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이다.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하고 현대자동차의 중국내 자동차 판매가 40%로 급감하고 유커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해서 우리나라 경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핑계로 약소국을 괴롭혀 대국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자초할 뿐이다. 
이번 협의문을 계기로 한‧미‧중 관계를 어떻게 모색해나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마키아벨리(1469~1527)의 대표작 ‘군주론’을 읽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상황이 펼쳐진다. 군주론은 약자가 강자가 되는 법, 약자로서 강자를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다.  

A, B, C 세 국가가 있다. A와 C는 강대국, B는 약소국이다. A와 C가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A가 B를 찾아와 “우리 동맹을 맺어 C를 쳐부수자”고 한다. B가 동맹 제휴를 받아들일까 고민하고 있는데 C가 찾아왔다. C는 “나하고 동맹 맺어 A를 박살내자”고 제의했다. 이때 B라면 어떻게 할까. A, C 둘 중 하나와 동맹을 맺던가 아니면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마키아벨리는 이 경우 동맹을 제안하는 두 나라 중 승산이 높은 쪽을 잡고 상대를 쳐야 한다고 가르친다. 결과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동맹을 맺는다고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이겼을 경우 진 나라의 떡고물이 B에게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만약 동맹을 맺고 쳐들어갔는데 상대에게 졌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동맹을 제안한 나라에게 “너 나한테 빚진 거 있다. 네가 동맹하자고 해서 네 편을 들어 같이 쳐들어갔다가 졌으니까 다음번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보험 하나 들어둔 셈이다. 

반면에 중립을 지켰을 경우이다. A‧C 사이의 전쟁에서 승자가 나올 것이다. A가 승자라고 하자. C를 자기 휘하에 두게 된 A는 B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너 지난번 동맹 맺자고 했을 때 싫다고 했지. 너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는 전쟁을 엄청 어렵게 치렀다. 까딱하면 질 뻔했다”고 억지 부린 후 자기 밑에 들어온 C군대까지 합쳐 B를 없애버린다.
C는 또, B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 내가 동맹 맺자고 했을 때 싫다고 했지. 내가 진 건 너 때문이야”라고 C로부터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한‧미‧중 세 나라의 삼각 구도를 이 얘기에 대입해 보자. 여기서 B는 한국, A와 C는 미‧중이다. 두 나라가 동맹을 요구할 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선택의 결과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갈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싱가포르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키아벨리의 얘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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