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첫 방한… 한‧미 양국 굳건한 동맹관계 재확인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첫 방한… 한‧미 양국 굳건한 동맹관계 재확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1.10 10:52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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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았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은 1992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이후로 25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7일 경기 평택시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 내리는 순간부터 국빈 방한에 걸맞은 예우를 받았다. 차관급 인사가 영접하던 과거와 달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영접했고, 예포 21발이 방한을 환영했다.

특히 방한 첫 일정으로 찾은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영접을 받은 후 한미 양국 군장병들과 함께 오찬을 했다. 두 정상의 캠프 험프리스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일 저녁 국빈만찬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차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부터 본관까지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았고 환영식에 두 정상이 입장할 때는 미국 대통령 전용 공식 입장곡인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가 연주됐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만찬공연에선 클래식인 ‘경기병 서곡’과 우리 전통가락인 ‘비나리’, 케이팝 발라드 가수 박효신씨의 ‘야생화’가 울려 퍼졌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잔엔 콜라가 채워졌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인 가자미와 함께 고기를 선호하는 입맛을 고려한 한우갈비구이, 독도새우 등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사에서 “오늘 아주 훌륭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방한의 압권은 정상회담이다. 비록 30분 단독회담, 30분 확대회담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담아낸 내용이 꽤나 묵직하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평택 기지 양국 장병들을 격려하며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뜨거운 우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국은 미국에 단순한 오랜 동맹국 그 이상”이라고 화답하며 ‘코리아 패싱’ 논란을 일축시켰다. 

양측의 시각차와 오해의 우려도 상당부분 씻어냈다.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인 북핵과 미사일 도발 문제 접근 방식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대적할 수 없는 힘을 보여줬으나 실제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의 강경 일변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평화적 해결을 줄곧 주장해온 문 대통령은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해결방법 모색을 언급했다. 만남과 소통을 통해 조금씩 간극이 좁아진 것이다.  
비록 기상조건때문에 무산됐지만,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위해 전용 헬기까지 띄웠던 점은 이번 방한이 얼마나 우호적이고 상호이해의 시간이 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8일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연설을 했다. 34분간의 국회연설에서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6·25 이후 남북한이 걸어온 길을 극적으로 대비했다. 남한의 정치·경제적 성장을 극찬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지옥”, “감옥 국가”라며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당신이 획득하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출발은 공격의 종식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이에 야당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연설이라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현충원 참배는 동맹국에 대한 존중의 의미와 함께 한국전쟁에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현충원 입구 방명록에 “여기 잠든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신들의 희생은 언제나 기억될 것이다”라고 쓴 그는 참배를 마친 뒤 미 공군 오산기지를 통해 다음 순방지인 중국으로 떠났다.

이번 방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려와는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한다거나 재협상을 심하게 압박하는 발언은 없었다. 그간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는 말 폭탄을 쏟아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양국이 경제협력을 한·미동맹의 한 축으로 평가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기대 이상의 결실이다. 양국은 이번에 확인한 대북공조를 가다듬어 우리의 외교안보 역량을 키우는 새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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