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질병, 사회활동 감소로 인한 우울증 많아
노년기 질병, 사회활동 감소로 인한 우울증 많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1.10 13:43
  • 호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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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 증상과 치료법
배우자나 친구와의 사별, 사회 활동 감소로 인한 대인 관계 축소, 신체적 질병에 의한 기능 저하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노년기 우울증이 발생한다. 사진은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체조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우자나 친구와의 사별, 사회 활동 감소로 인한 대인 관계 축소, 신체적 질병에 의한 기능 저하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노년기 우울증이 발생한다. 사진은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체조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억장애 동반돼 치매로 자주 오해… 우울증은 치료 후 기억 돌아와

만성질환 꾸준히 관리해야 우울증 예방… 약물‧상담치료 병행해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3년 전 아내와 사별한 성지환(78) 어르신은 최근 집중력이 떨어지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늘 잊어버리는 등 건망증 증세가 잦아졌다. 특히 지난해 아들 내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부터 이런 증상은 더 심해졌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싶어 병원을 찾은 김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노년기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은 정신 장애 중 하나로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감정, 생각, 신체 상태, 행동 등 다양한 인지 및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고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으레 ‘나이가 들면 당연히 우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노년기 우울증의 위험요소는 나이와 변화된 환경뿐만 아니라 ‘뇌’를 포함한 신체적 건강상태의 악화이다. 뇌의 건강은 치매성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 발생여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 심장질환 등 다른 신체질환 역시 우울증 발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깊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약 5%가 의학적 치료가 시급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약 5% 정도가 그보다는 경미하지만 우울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울증이었다. 결론적으로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특정한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노인들의 수는 그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노인 인구의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 원인

우울증은 기분, 의욕, 수면 등을 조율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어긋나면서 발생한다. 특히 노년기의 뇌는 여러 가지 신체적 질병, 뇌혈관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 의해 젊은 사람의 뇌에 비해 더 취약한 편이다. 여기에 경험하는 여러 종류의 상실들이 더해져 노년기 우울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 중 신체적 질병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우울증을 일으키는데, 우울증 자체도 신체적 질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서로 상호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노화 또는 퇴직으로 인한 생활습관의 변화, 사회 활동의 감소로 인해 불규칙해지는 생활패턴, 운동량과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생체 리듬에 교란이 발생하는 것도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이용주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생물학적으로 약해진 뇌에 경제적인 어려움, 배우자나 친구와의 사별, 사회 활동 감소로 인한 대인 관계 축소, 신체적 질병에 의한 기능 저하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노년기 우울증을 일으킨다”면서 “배우자가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 치매 등을 앓고 있어 간병하는 경우에도 그 부담으로 인한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 증상

일반적인 성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에 비해 노년기 우울증은 기억장애나 집중력장애가 심해 마치 치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노년기 우울증을 ‘가성치매’라고 부른다. 반대로 치매가 우울증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증상으로서의 인지기능 저하를 감별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우울증이 호전되고 난 후에도 인지장애가 지속되는지 여부이다. 기분이 우울했던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인지 장애가 지속될 때는 치매로 인해 나타난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우울한 기분에 대한 표현은 적다. 만약 모든 일에 짜증스럽고 흥미가 없으며,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고 불면증이나 식욕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 치료

노년기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체 질환과 정신(인지) 상태에 대한 철저하고도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 복용한 약물에 대해 확인하고, 우울증을 일으키는 신체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시행돼야 한다. 

몸이 피곤하면서 여기 저기 아프고 이상을 느껴 전반적인 검사를 했는데도 계속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반드시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일단,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가벼운 우울증의 경우 환경을 개선하고 상담이나 정신치료와 같은 비약물 치료부터 시작해야 한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빠른 호전을 위해서 항우울제를 투약하는 것이 좋다.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노년기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 과장은 “노년기에는 통상적으로 우울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태도와 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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