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추워도 손가락 파래지면 ‘전신경화증’ 의심
조금만 추워도 손가락 파래지면 ‘전신경화증’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1.17 18:38
  • 호수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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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경화증 증상과 치료법

진피층에 콜라겐 과다 축적돼 생겨… 손‧발 피부 두꺼워지면서 굳어 
내부 장기로 전이되면 치명적…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필
수 

[백세시대=배지영기자]주부 윤영숙(55)씨는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이 무섭다. 조금만 추워도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물론, 장갑을 끼고 다녀도 손가락이 순식간에 하얗거나 새파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손발이 자주 붓고 뻣뻣해지더니 주먹을 쥐거나 연필로 글씨를 쓰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가족들의 걱정에 병원을 찾은 윤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전신경화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얼굴 피부에 경화가 진행되면 주름이 없어져 표정을 짓기 힘들어지며, 손에 경화가 나타나면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딱딱해져 쥐기가 힘들어진다. 	그림=대한의학회
얼굴 피부에 경화가 진행되면 주름이 없어져 표정을 짓기 힘들어지며, 손에 경화가 나타나면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딱딱해져 쥐기가 힘들어진다. 그림=대한의학회

전신경화증이란 피부의 진피층에 있는 콜라겐이 과다하게 축적되면서 피부의 일부분 또는 전신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지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피부는 크게 표피, 진피, 피하지방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표피와 피하지방층 사이에 위치한 진피는 주로 콜라겐 섬유와 탄력섬유 등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피부의 탄력을 담당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신경화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4년 3227명, 2015년 3380명, 2016년 371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50대가 30.9%(1209명)로 가장 많으며 60대(25.4%/994명), 40대(18.7%/733명) 순이다. 

◇전신경화증 증상
전신경화증 증상은 크게 레이노 현상, 피부 증상, 내부 장기 침범 증상 등으로 분류된다. 우선 레이노 현상은 찬 곳에 손가락, 발가락, 코, 귀 등이 노출되면 혈액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초기에 레이노 현상이 생기며 전신경화증 환자의 95%에서 경험하게 된다. 
주로 추위나 진동,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발되는데 손가락, 발가락뿐만 아니라 코끝이나 귓불 등에 혈액순환이 안 될시 피부색깔이 처음에는 하얗게(창백하게) 되다가 푸르게 변하며, 혈관이 다시 확장되면서 붉게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 색조 변화와 함께 저림증상과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에서 피부 증상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손가락을 비롯한 손, 발, 팔, 얼굴 등에 붓는 현상이 나타나고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딱딱해져 손을 쥐기가 힘들어진다. 반복되는 레이노 현상과 함께 피부가 검게 변할 수도 있으며 병이 진행되면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상처가 잘 생기고 잘 낫지 않다가 결국에는 손상돼 손톱, 발톱이 없어지거나 궤양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얼굴 피부에 경화가 진행되면 주름이 없어지면서 표정을 짓기 힘들어지며, 두피가 딱딱해지면서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 피부뿐만 아니라 관절도 뻣뻣해져 통증이 발생해 류마티스 관절염과 혼동하기도 한다. 절반의 환자에서 식도 운동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심하면 음식물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 내부 장기에까지 경화 증상이 나타나면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는데, 위장관에 경화 증상이 나타나면 식도 기능 장애, 변비, 설사, 흡수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장에 나타나면 심부전, 심장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폐로 연결된 혈관이 딱딱해지면 호흡 기능이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지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전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내부 장기의 침범 여부와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폐기능 검사, 폐단층촬영(CT), 위내시경, 식도운동검사 등이 실시된다”고 말했다.

◇전신경화증 치료법
전신경화증은 원인이 되는 콜라겐이나 세포외 기질들의 과다생성을 완전히 억제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완치를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치료의 주된 목표는 증상을 완화하고 더 이상의 장기 손상을 막는 것뿐이다.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팔, 손, 발로 가는 혈관을 확장시켜 원활한 혈액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면으로 된 옷은 땀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땀으로 인한 열 손실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담배는 혈관 수축과 혈류량 감소를 초래하므로 반드시 끊어야 하며, 규칙적인 운동은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신경화증의 증상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피부가 두꺼워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디페니실라민’을, 관절통이나 종창이 발생한다면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사용하는 식이다. 더불어 폐나 심장, 신장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나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전 교수는 “전신경화증 환자는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더욱더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장기까지 퍼지게 되면 몸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으며, 원활한 혈액 공급과 체온 유지가 중요함을 명심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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