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대한보건협회 회장 “해외여행 많아 제2의 메르스 안심 못해… 투명‧공개 관리 필요”
박병주 대한보건협회 회장 “해외여행 많아 제2의 메르스 안심 못해… 투명‧공개 관리 필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1.17 18:38
  • 호수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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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노인회와 노인보건문제 심포지엄 개최… 우울증‧자살‧치매‧연명치료 논의
 지부 및 회원 확대 등 협회 인프라 구축… 비만예방 백만보 걷기운동 등 펼쳐
 

[백세시대=오현주기자]국민건강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대한보건협회는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대한노인회와 ‘노인보건문제예방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노인성질환 전문의와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노인 우울증, 자살, 치매, 연명치료 등 고령사회의 최대 현안과 관련, 실태를 파악하고 사회적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다음달 12월, 3년 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박병주(62‧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대한보건협회 회장을 연건동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나 노인 건강관리 수칙과 협회 활동 등을 물었다.  


-대한보건협회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에요. 1957년 창립됐고 광역시에 15개 지부, 회원 1500여명을 두고 있어요. 메르스 같은 전염병 관리, 금연‧절주 등 국민건강생활 실천과 건강한 환경조성을 위한 정부정책을 지원하고, 보건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 등을 수행해왔습니다.”
-대한노인회와 함께 개최한 심포지엄은 어땠는가.
“고령화 사회가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문제는 노인의 건강문제로 특히 우울증과 자살이에요. 이를 해결하려면 보건의료만이 아니라 경제력, 가족관계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분들에게 식권이나 줘 먹는 것만 해결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보건소에서 가정방문도 하고 사회복지사들이 도와주고 정부도 투자를 하고 같이 고민하면서 포괄적인 보건복지 제도‧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노인회와 같이 할 일들이 많아요. 두 단체가 적극 협력해 어르신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울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없나.
“서울대 의대를 나와 내과 전문의로 잘 나가는 60대 중반의 여교수가 3년 전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았어요. 이분이 하는 말이 ‘조그만 알약의 효능에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약을 먹자 세상 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고 해요. 그 전에는 부정적으로 봤는데 치료를 받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르게 보인다는 겁니다.”
-노인들은 우울증을 감추려고 한다.
“맞는 말입니다. 경로당이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인 장소입니다. 경로당에서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다 보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 여성이 남성보다 6~7년 더 오래 사는 이유가 생물학적․사회적 특성의 차이때문입니다. 처음 만난 할머니들은 바로 말을 트고 대화를 할 정도로 사회성이 높지만, 할아버지들은 ‘내가 왕년에 이랬는데’ 하면서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혼자 있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성격이 화끈해요. 4苦(가난‧질병‧고독‧무위)와 맞닥뜨렸을 때 여자들은 ‘참고 말지’ 그러지만 남자들은 ‘에잇’하고 바로 (자살로)갑니다.”
-치매도 문제다.
“치매는 50대부터 생겨 70, 80대로 올라갈수록 툭툭 튀듯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평균수명이 늘수록 치매발생률도 높아지고요. 핵가족화가 돼 가족이 관리를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국가가 치매를 관리한다고 하지만 중앙정부가 다 할 수는 없고 지자체도 나눠서 해야 합니다. 정부 부처 간 정책 협조도 잘 돼야 합니다.”
-요양원을 치매관리센터로 전환한다는 말이 있던데.
“요양원이 적절한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고 관리운영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지 안 그러면 탁상공론으로 흐를 수 있어요.”
-연명의료법이 내년 2월에 전면 시행된다.
“암환자는 마지막에 내과중환자실로 갑니다. 거기는 인권이 없어요. 인공호흡기를 붙이는 순간 말을 못합니다. 가족과 대화를 못해요. 마지막 3개월, 1개월은 환자의 얼굴만 쳐다보고 갑니다.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장비에 의존한 상태인데 인격이 있다고 볼 수 없지요.”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말기 암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모르핀으로 견뎌내요. 미국은 자가 조절하는 모르핀을 환자에게 주고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도록 합니다.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대화하고 삶을 마무리할 시간을 갖게 하는 거지요. 그렇게 해야 인권도 보호됩니다.”  
-수년 전 환자를 집으로 보냈던 의사가 고소를 당한 일이 있다. 
“장래를 촉망받던 젊은 의사였어요. 뇌사상태 환자의 보호자가 ‘집으로 보내달라’고 간절히 요청해 앰뷸런스로 환자를 이송해 집에 내려다놓고 인공호흡기를  떼자 곧 숨을 거뒀지요. 그러자 보호자가 ‘왜 끝까지 환자를 살려두지 않았느냐’고 의사를 고소했어요. 그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박병주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를 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해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있다. 국제약물역학회 국제개발위원회 위원장, 한국역학회 회장,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초대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환자안전학회 회장, 보건복지부 의료기술평가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  
 

-보건학이란 무엇인가.
“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연구하고, 질병을 조기에 진단‧치료하며, 환자를 속히 회복시켜 사회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학문분야입니다. 건강문제는 의료적 측면에서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흡연, 음주, 영양섭취, 운동 등 개인의 생활습관은 물론 환경오염, 제도‧정책, 사회학적 측면 등 넓게 보면서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학문분야가 보건학입니다.”
-보건협회는 어떤 일들을 해왔나.
“10여년간 절주사업을 수행했고 금연사업도 적극적으로 했어요. 만성질환시대에 맞추어 비만관리사업과 자살예방사업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현재 협회 산하에 23개 회원학회가 있습니다. 그 중 한국역학회와 환경보건학회의 비중이 커요. 전자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집단발병 원인을 파악하고 전파경로를 찾고 대책을 수립하는 일을 했어요. 후자는 미세먼지, 배기가스, 지구온난화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합니다. 그밖에 학교보건지역보건학회, 대한환자안전학회, 보건간호학회 등이 있어요.”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요.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는 요즘, 어디 가서 무슨 병을 가져올지 몰라요. 지난번 메르스 사태 때 초기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관리를 했다면 바로 잡았을 겁니다. 시기를 놓치고 그 사이에 환자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퍼졌어요. 그나마 규모가 크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1980년 초, 영호남, 충청지역에 발생한 콜레라는 환자규모가 10만명이었어요. 역학조사팀의 일원으로 참여해 진원지인 신안을 찾아가 가정방문을 하면서 역학조사를 수행하기도 했어요.”
-3년간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해방 후 2014년까지 70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저서 ‘대한민국보건발달사’를 발간했고, 노인보건, 전염병 관리, 국제보건 등 16개 분야를 논의하는 보건학종합학술대회를 올해로 41회째 개최했습니다. 지난 5월, 비만예방을 위해 전국 지부와 지회를 통해 회원들의 핸드폰에 ‘헬스온’ 어플을 깔고 하루 만보씩 100일 동안 ‘백만보 걷기운동’을 추진했습니다.”

박병주 회장은 노인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백세 건강수칙 10’을 소개했다. ▷정기건강검진을 빠지지 않고 받는다 ▷시기에 맞추어 예방접종을 맞는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철저히 관리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다 ▷금연‧절주한다 ▷가벼운 운동과 산책을 생활화한다 ▷몸의 변화를 관찰한다 ▷하루 6~8시간 푹 잔다 ▷취미생활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활발한 사회생활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대한노인회가 펼치는 노인자원봉사클럽이나 재능나눔활동에 적극 참여하면 해결될 일들이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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