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 공식 인정… 국제사회 일제히 ‘우려’
트럼프,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 공식 인정… 국제사회 일제히 ‘우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08 10:47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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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국제사회 내 논란이 되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다며 일제히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6일(현지 시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다. 또한 후속조치로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명령도 내렸다. 트럼프는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트럼프의 발표에 대해 “평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이스라엘은 매우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들도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루살렘은 종교와 민족주의, 안보가 첨예하게 얽힌 ‘중동의 화약고’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즉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가 첨예하게 맞붙어 있는 분쟁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어떤 나라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도 없다. 엘살바도르와 코스타리카 등 2개 남미국가들이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두었지만, 지난 2006년 국제사회의 뜻에 따라 텔아비브로 이전한 바 있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되면 중동 내 정치‧종교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물론 유엔,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저해하고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하는 불안한 조치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몰려나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의 결정은 평화중재자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의 열망이 이뤄져야 하고 두 국가의 미래 수도로서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려는 미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동의 평화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도 이 결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2국가 해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플랜 B가 없다”고 전했다. 2국가 해법은 지난 1967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방안이다.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힌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셈이다. 이 때문에 중동 문제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의 입지가 약화되고 오히려 외교적 고립을 낳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 선언이 수십 년째 미해결 상태로 지지부진한 중동 분쟁에 평화의 물꼬가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ABC방송에서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더욱 광범위한 평화협정 달성에 더 이로울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즉, ‘협상의 대가’를 자처하는 그가 특유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적으로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도 친이스라엘 행보에 우호적이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 수사 확대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공약 실천은 핵심 지지층을 다잡아 국정 운영 동력을 회복하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말대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면 중동 분쟁에 기름을 퍼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언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분란 조장 행위를 멈추고 국제사회의 상식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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