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5)-‘인간의 죽음과 죽어감’
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5)-‘인간의 죽음과 죽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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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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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알폰스 디켄 교수 초청 강연-“죽음 인정할 때 가치있는 삶 살 수 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불안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바람일 것이다. ‘한국죽음학회’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온 ‘죽음’의 문제를 부각시켜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창립 1주년을 맞아 지난 3~4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월례포럼에는 세계적인 죽음학자 알폰스 디켄(Alfons Deeken) 교수를 초청해 ‘인간의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강연을 열었다.

 

‘죽음이란 무엇이고 삶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죽음학의 대가 알폰스 디켄 일본 소피아대(상지대·上智大) 명예교수는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예수회 신부 신분으로 1959년 일본 소피아대서 유학하며 일본과 처음 인연을 맺은 알폰스 디켄 교수는 이후 1977년 철학교수로 다시 일본에 돌아왔다.


그리고 일본에서 금기시되던 ‘죽음’에 대한 강의를 처음 개설하며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알폰스 디켄 교수는 “당시 죽음에 대해 강의하겠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 그러나 막상 강의를 시작하니 1000여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몰려들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일본인들의 이런 반응에 힘입어 1982년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창설했으며, 현재 일본 내 53개 지부에 회원수만 7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 90년대 초 일본 NHK-TV를 통해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12주 동안 매주 한번씩 강의해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 강의는 일본 내에서 죽음에 대한 공론화 및 죽음 준비 교육을 활성화하는 전환점이 되며, 강의 내용을 책과 비디오를 만들어 게이오고교 등 일부 중·고교에서 강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3년 전 소피아대서 은퇴한 알폰스 디켄 교수는 현재 일본 전역과 세계 각국을 돌며 ‘바람직한 죽음’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체계적인 죽음 교육, 자살방지에도 효과적


알폰스 디켄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가운데 일본에서도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살률이 하루 평균 94명, 연간 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며 “특히 자살로 인해 그 가족들은 슬픔과 죄책감, 창피함 등으로 이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죽음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대중매체나 만화로 인해 죽음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생겨나기 전에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알폰스 디켄 교수는 “종종 학교에 건의해 건강관련 의료진을 불러 학생들에게 죽어감과 죽음에 대해 강연하게 하라고 요구한다.

 

병원이나 호스피스 센터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강의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죽음에 대해 쉽게 수긍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일의 경우 죽음에 관한 중·고등학교용 교재가 20종이 넘는데, 대개 종교나 윤리학 교재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82년 창립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도쿄본부에서 매년 여름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죽음 준비 교육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알폰스 디켄 교수는 “죽음 교육은 곧 삶에 대한 교육으로 ‘우린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인식시킴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는 예비 과부를 위한 준비교육도 하고 있다. 이는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의 슬픔을 치유해 주는 애도 상담의 일종이다.

 

알폰스 디켄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약 7~8년을 더 사는데, 남편과 사별하고 느끼는 슬픔과 공포, 곤경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남편 사별 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문제,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유언 부재로 발생하는 법정투쟁 등에 대한 대비책도 교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죽음’ 이해 통해 ‘슬픔’ 적극적 해소

 


전문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슬픔’이 암, 심장병과 더불어 가장 빈번한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부인과 사별한 사람의 경우 12.2%가 첫해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또 로체스터 의과대학 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이 암을 발생시킨다는 결과도 있다. 심리학적으로 걱정이 많거나 우울증 또는 좌절에 빠진 사람일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알폰스 디켄 교수는 “이 때문에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적절한 감정 표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과 자세는 각 문화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난다.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남자가 우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말하며, 남편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과부를 보고 모범적이고 강한 여인이라고 칭송한다.

 

또 내가 살았던 독일 역시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않도록 교육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슬픔을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슬픔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와서 신체를 손상시킨다. 즉 해소되지 못한 슬픔의 응어리는 신체나 정서적인 질병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알폰스 디켄 교수는 “이 때문에 많은 심리학자들은 치료과정에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슬픔을 성공적으로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적절하게 표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죽음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폰스 디켄 교수의 조언
1. 죽음은 모두에게 반드시 다가온다.
2. 삶은 유한하므로 더욱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
3. 체계적인 교육 통해 아이들이 왜곡된 생각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
4. 자살은 가족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5. 말기 환자들에게도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

 

알폰스 디켄 교수 약력
·1932년 독일생
·일본 소피아대에서 신학 연구, 미
·국 포덤대 철학박사
·75년 소피아대 교수 취임
·82년 일본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창설
·제3회 글로벌 사회복지의료상, 전
·미죽음학재단상, 독일 공로십자훈
·장, 제15회 도쿄시 문화상 등 수상
·「죽음준비교육」 「죽음을 어떻게 맞
·이할 것인가」 등 27개 저서 저술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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