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운현궁-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 전
서울역사박물관, '운현궁-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 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15 13:40
  •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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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에겐 평범한 조부였던 흥선대원군
이하응(흥선대원군) 초상
이하응(흥선대원군) 초상

청나라 유폐 시절 생활모습 공개… 왕실장부도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왕이 살던 곳 아닌가?”

지난 12월 12일, 노인들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앞에서는 어르신들 몇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센터 앞 고즈넉한 전통한옥을 가리키면서 어떤 건물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이때 한 어르신이 나서서 아무도 몰랐던 정답을 말했다.

“흥선대원군이 살던 곳이잖아.”

한때 조선에서 가장 위세를 떨친 ‘집’이었던 ‘운현궁’을 통해 흥선대원군의 생애를 한눈에 돌아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년 3월 4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운현궁-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 전에서는 그동안 서울역사박물관이 기증받은 운현궁 유물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흥선대원군이 청나라 보정부(保定府)에서 유폐돼 지냈던 시기의 관련 유품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운현궁 소장 유물을 10여 차례에 걸쳐 기증받았고 흥선대원군과 운현궁 관련 유물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현재 8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왕인 고종보다 더 강력한 권위를 지녔던 시절의 노안당, 명성왕후가 가례를 치른 노락당, 권력을 내려놓은 뒤 노년을 보낸 이로당 등 운현궁의 공간들을 흥선대원군의 회고로 재구성해 전시한다.

특히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청나라 보정부 유폐시절 흥선대원군의 생활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람객은 이 시기 흥선대원군이 가족들에게 보낸 짧은 편지들, 손자 이준용의 생일선물로 그려 보낸 묵란화, 유폐생활 기록인 ‘석파잡기’(石坡雜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중 성년이 된 맏손자 이준용을 위해 그려 보내준 ‘석란도’(石蘭圖)는 권력자가 아닌 평범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또 전시에서는 운현궁의 재정상황이 상세하게 기록된 장부 ‘통조수지’(統照須知)도 공개되는데  1889~1892년 운현궁의 수입과 지출 등 세부 사항을 살펴볼 수 있다. 운현궁은 전국에 걸쳐 많은 장토를 보유하고 있어 상당한 지대 수입을 올렸다. 특히 저수지나 보의 소유권도 가지고 있어서 농민들에게 매년 물세도 받았는데 이러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와 함께 흥선대원군의 부인 여흥부대부인의 장례의식과 절차 등이 기록된 ‘예장청등록’(禮葬廳謄錄)도 선보인다. 예장청은 고종이 어머니인 여흥부대부인의 사망 직후 장례를 주관하기 위해 설치한 임시 관청이다.

또한 최근 운현궁으로부터 기증받은 ‘임인진연도병풍’(壬寅進宴圖屛風)도 소개한다. 임인진연도병풍은 1902년 망육순(51세를 의미, 望六旬)이 된 고종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는 것을 기념해 새로운 황궁인 경운궁에서 연 궁중행사를 그린 병풍이다. 국립국악원에 소장돼 있는 것과 동일본이나 보존상태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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