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에 관대한 한수원?
성폭력 가해자에 관대한 한수원?
  • 라안일 기자
  • 승인 2017.12.20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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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직원에 정직 6개월…올해만 벌써 4건

솜방망이 처벌 등 성희롱 재발방지책 ‘무용지물’

[백세시대=라안일 기자]매년 성희롱 등 성폭력이 발생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대리급 남직원이 동료 여직원을 스토킹한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

한수원은 올해에만 벌써 성폭력으로 4건의 징계를 내렸다. 2012년부터 합산하면 성폭력 등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징계는 총 41건으로 재발방지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여직원이 자신의 옆 좌석에서 근무하던 30대 초반 A대리를 스토커로 신고하자 외부 전문기관과 감사실의 조사를 통해 A대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안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안은 인사위의 결정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A대리는 2016년부터 2017년 초까지 옆 좌석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을 스토킹했다. 해당 여직원의 사생활을 사내 직원들에게 알리면서 명예를 훼손한 것도 확인됐다.

피해 여직원은 지난 8월 25일 사내 성희롱 신고 센터를 통해 A대리를 신고하고 3일 뒤인 28일부터 9월 15일까지 유급휴가를 받았다. 한수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하기 위해 여직원이 업무에 복귀하기 전 9월 14일 A대리를 지방사업소로 보냈다.

한수원은 객관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9월 6일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해 20일 뒤인 9월 26일 답변을 받았으며 28일 감사실에 조사를 요청했다.

감사실은 추석연휴 전후로 기초조사를 마치고 10월 23일부터 10일간 집중 조사를 펼친 뒤 12월 초에 징계의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뒤 징계의뢰를 요청하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리면서 늦장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한수원은 피해자 보호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추석 연휴 등으로 징계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뒤 감사실이 또 다시 기초조사를 한 것 자체가 신속한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폭력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가해자가 다른 의견을 보여서 기초조사가 반복되고 여러 회사 현안이 생기면서 늦어졌다”며 “늦장대응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늦장 대응하려고 했으면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공시에도 올리지 않았다. 2차 피해를 줄이고자 프로세스에 맞춰 처리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징계건이 알려지면서 한수원은 올해에만 성폭력 사건으로 4명을 징계했다. 이 때문에 조직문화 자체가 성폭력 가해자에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솜방망이’ 처벌로 직장 내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연달아 제기됐다. 

국감에서 민경욱 의원은 한수원 인사위가 ‘해임’ 징계안에 대해 가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이유로 6개월 정직으로 감경 조치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훈 의원은 자신이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한 성추행 가해자가 단순 견책 징계받고 유럽지사로 파견나간 뒤 추가 조사나 징계도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한수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7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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