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노년생활]“아, 우리 부모님이 늙으셨구나”
[활기찬노년생활]“아, 우리 부모님이 늙으셨구나”
  • 이미정
  • 승인 2008.02.0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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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발견한 부모님 노화에 정신적 충격

이틀간 휴가를 얻게 된 맞벌이 주부 정모(44)씨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하다가 얼마 전 “얘,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지지고 싶구나”했던 친정어머니와의 전화통화가 생각났다. 칠순이 넘은 친정어머니는 무릎 건강이 좋지 않아, 걸어 다니는 걸 힘들어하고 계셨다. 정씨는 “친정어머니께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가까운 온천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대중탕에 들어간 순간 부인할 수 없이 할머니가 된 친정어머니의 몸을 목격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우리 엄마가 저렇게 늙으셨구나!’


20년 전 결혼해 딴 살림을 꾸린 이후 친정어머니와 함께 목욕할 일이 거의 없었다. 30대 초반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친정에서 몸조리를 할 때, 친정어머니가 “탕에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젠 목욕을 해도 좋겠다.

 

혼자서는 힘들 테니 함께 가자”고 해서 함께 목욕했던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이후 거의 10여년 만에 친정어머니와 대중탕에 가게 된 셈이었다. 정씨의 기억 속에서는 정정한 몸으로 자식들을 챙겨주던 어머니가 생생한데 눈앞의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방화동에 사는 김모(43)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와 부자간 산행에 나섰다가 아버지가 하산 길에서 바닥을 잘못 디디며 넘어지는 일이 생겼다. 가벼운 사고였음에도 아버지는 잘 일어서질 못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거의 업다시피하며 산을 내려와 정형외과로 향했다. 응급조치를 하고 뼈 밀도를 측정해보니 아버지는 골다공증 상태였다.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아 잘 몰랐는데 ‘속빈 강정’이었던 것이다. ‘이젠 아버지가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마르며 주름이 생기고 검버섯이 늘며, 근력이 딸리고 치아가 부실해진다. 소화기, 호흡기, 혈액순환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에 대해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내 부모나 나 자신과 일치시켜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식’ 따로, ‘인식’ 따로가 된다. 평생 늙을 것 같지 않던 부모님이 늙고, 내가 나이 드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충격이 온다.     


그런데 이렇게 충격을 주는 것은 비단 신체적인 노화현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동네에서 기억력하면 '여왕'으로 통할 정도로 총명하던 어머니가 깜빡깜빡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아는 길도 물어물어 겨우 갈 정도가 되면 ‘아, 이젠 보살핌이 필요한 연세구나’하며 자식들의 가슴엔 회한이 밀려오게 된다. 


노인을 둘러싼 주변상황이 노인임을 인식시키는 것을 사회적 노화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들은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년퇴직 등과 관련된 대인관계의 축소와 경제적 곤란 등 사회생활 변화가 일어났을 때 사회적 노화가 급속히 일어난다고 한다. 배우자나 친지의 사별로 인한 상실감, 할아버지의 경우는 실질적인 가장의 자리를 아들에게 인계함에 따라 고독감을 느끼고 사회적 노화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한다.


내 부모에게 인지되는 신체 및 사회적인 노화현상은 ‘예전보다 더욱 노부모에 대해 애정 어린 이해와 보살핌이 필요하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신호탄이 된다. 특히 온화하고 조심성 많던 연로한 부모님이 별안간 성미가 급해지고 거칠어지거나, 감정의 움직임이 적어져 변화가 없는 것 같이 보일 경우 뇌 속에 병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꼭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노화의 대표적인 현상>


- 최근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 쉽게 불안한 상태에 놓인다.
- 자기중심적이 된다.
-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열중해서 말한다.
- 눈앞의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
- 혼자서 걱정하고 아파한다.
- 새로운 것을 기억해내기 어렵다.
- 소음을 싫어한다.
-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경향이 많아진다.
- 사회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의혹심을 갖는다.
- 자기의 기분과 감각에 따라 강한 관심을 보인다.
- 과거에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 계획변경이 곤란하다.
- 잡다한 것을 수집한다.

글·장옥경-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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