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대구 달서구 노인자원봉사 ‘반딧불봉사클럽’
대한노인회 대구 달서구 노인자원봉사 ‘반딧불봉사클럽’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12.22 13:51
  • 호수 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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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뜨거운 학구열이 우리를 봉사로 이끌어”
퇴직 교장 출신 8명이 주축이 돼 자원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대구 달서구지회 ‘반딧불봉사클럽’ 회원과 경로당 어르신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퇴직 교장 출신 8명이 주축이 돼 자원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대구 달서구지회 ‘반딧불봉사클럽’ 회원과 경로당 어르신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아버지, 어머니를 한 글자씩 써내려가는 어르신들의 간절한 마음이 눈에 선해 경로당에 달려갑니다.”
대한노인회 대구 달서구지회 자원봉사 ‘반딧불봉사클럽’의 코치 박노보(68‧대구시 도원동)씨의 말이다. 몸이 힘들거나 집안의 급한 볼일이 생겨 봉사활동하기가 힘든 날도 있지만 한글을 깨우치려는 경로당 어르신들의 뜨거운 학구열 때문에 빠질 수가 없다는 얘기다. 

반딧불봉사클럽은 2015년 8월,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퇴직교장 8명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대부분 60대 후반이며 남성 2명, 나머지가 여성들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수요일), 인근경로당에 나가 2시간씩 문해교육, 치매예방, 맨손체조, 열쇠고리만들기 등 체험수업을 하고 있다. 이 클럽은 올해 ‘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복지부장관 상장을 받았으며, 킨텍스에서 우수사례 발표를 하기도 했다. 

클럽 탄생의 주역인 박노보 코치는 “2012년 퇴직 후 이듬해부터 경로당에 나가 혼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해온 내 얘기를 전해들은 교장들이 하나둘씩 참여하면서 현재의 팀을 갖췄다”고 말했다. 

박 코치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부친이었다. 박 코치의 아버지 역시 교사 출신으로 퇴직 후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소일했다. 그 모습을 본 박 코치는 ‘그런 노후를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퇴직 1년 전부터 학교의 학부모 모임이나 교육단체 등에 무료강연에 나서곤 했다. 

반딧불봉사클럽이 2년여 가르쳐온 경로당은 대구의 우방청자아파트경로당을 비롯해 월곡경로당, 평광경로당, 가람경로당, 용산파크경로당 등이다. 최근엔 월곡경로당 어르신 17~20명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달리 노인들에게 새로운 걸 가르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 클럽의 김달영(67) 코치는 “전 주에 배운 걸 물어보면 다들 기억을 못해 반복해 가르쳐야 한다. 어떤 어르신은 배우는 게 힘들다고 화를 내고 도중에 경로당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아이 다루듯이 달래서 가르친다”며 웃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쉽고 효과적인 교육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또, 1년에 5만~10만원의 회비를 걷어 교육용 보조도구 등을 구입해 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클럽 회원들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가르친 결과 한글을 읽거나 쓸 줄 몰랐던 어르신들이 어엿하게 시 쓰고 그림을 그려 시화전을 개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린 ‘반딧불문예시화전’에 어르신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탄생시킨 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  

박노보 코치는 “‘먼저 세상을 떠난 영감이 내 글을 보면 칭찬하겠지, 영감이 보고 싶다,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만나서 자랑할 수 있을까’라고 쓴 한 어르신의 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은 “우리가 하는 일들을 전해들은 교사들이 자기들도 퇴직 후 참여하겠다는 말을 할 때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오덕순(65) 클럽 회원은 “어르신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우리들 역시 행복감을 느낀다. 국가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고 말했다. 
조용길 달서구지회장은 “교원 출신들로 구성된 반딧불봉사클럽 회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수준 높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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