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어르신 건강에 실내식물 좋아…포인세티아 등 관엽식물 추천”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어르신 건강에 실내식물 좋아…포인세티아 등 관엽식물 추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1.05 10:51
  • 호수 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초에 있는 ‘오경아의 정원학교’. 	사진=임종기
속초에 있는 ‘오경아의 정원학교’. 사진=임종기

英 에식스대 석‧박사 과정 마쳐…국내 최초 가든 디자인 개념 소개

일반가정‧관공서‧학교 정원 디자인해줘…국립공원 ‘명품마을’ 만들기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정원은 우리 삶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치유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조차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희망을 주는 장소이다.”

속초에서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운영 중인 오경아(51) 가든 디자이너가 정원을 사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씨는 우리나라에 정원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씨는 영국의 에식스대학에서 7년 동안 조경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정원설계회사 ‘오가든’을 설립하고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오경아씨에게 정원의 의미와 노인들이 키울만한 겨울철 실내식물을 물었다.

-‘가든(정원)디자이너’는 생소하다.

“가든 디자이너는 건축가와 비슷한 일을 한다. 건축가가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도면으로 그려내듯이 가든 디자이너는 정원에 어떤 나무를 어떤 자리에, 어떤 구조물과 함께 설치한다는 등의 세세한 것들을 도면으로 표현하고, 이 도면을 바탕으로 시공자가 원활히 정원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겨울철에는 일이 많지 않겠다.

“디자인 쪽은 사계절 구분이 없다. 시공만 못할 뿐이지 꾸준히 한다. 오히려 봄에 시공을 할 수 있도록 겨울에 디자인을 하는 관계로 일이 줄거나 하지 않는다.”

-‘정원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나.

“이름은 거창하지만 정규 커리큘럼이 있는 건 아니고 시간이 날 때 비정기적으로 강의 공지를 띄워 특강식으로 진행한다. 귀농‧귀촌한 분 중에도 정원을 꾸미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고 전문가들도 정보를 얻으려고 찾는다.”  

‘오경아의 정원학교’는 설악산국립공원 입구, 강원도 속초시 중도문길의 자그만 마을 안에 위치해 있다. 250여평 대지에 허브‧상추‧보리 등을 심은 네모반듯한 텃밭정원과 정자, 아치형 조형물, 의자, 철공예품 등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집안에서 내다보이는 작은 화단에는 계절별 꽃을 심어 일년내내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오씨만의 정원이자, 강의실이자, 생활터전이다.   

-귀농‧귀촌한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나.

“농산물을 통해 수확을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농촌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해 농사가 2차, 3차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농원이 관상의 대상이 되고 농사도 아름답게 지을 수 있다.”

-농촌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한다고.

“예를 들어 포도농장을 보자. 단순히 포도생산만으로 그치지 않고 포도넝쿨로 아치를 만들고 아트적인 시설도 들여놔 종합적으로 농장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손을 댄 정원은.

“일반가정, 관공서, 학교의 요청에 의해 정원을 디자인해준다. 전시까지 포함해 일년에 20건 정도 일을 한다. 넓은 땅에 수목원을 만들고자 하는 개인에게 조언도 해준다. 요즘은 국립공원 인근 마을을 ‘명품마을’로 만드는 지자체의 일을 돕고 있다. 가령, 바닥에는 무얼 깔고 대문은 어떻게 하면 보기가 좋을까, 등산로 쉼터를 국립공원의 특징을 살려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하나…그런 것들이다.”

오경아씨는 원래 방송작가였다. 휴일도 없이 대본을 쓰고 맞벌이 주말부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일상에 지쳐 있었을 때 친정부모가 지병으로 잇따라 눈을 감았다. 당시의 충격으로 방송 일을 접고 2005년 살던 집을 처분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런던 인근의 에식스대학에서 조경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속초에 자리를 잡았다. 영국왕립식물원인 ‘큐가든’에서 1년간 정원사로 실전경험을 하며 써낸 에세이 ‘소박한 정원’을 비롯, ‘영국정원산책’, ‘정원의 발견’, ‘정원생활자’ 등을 펴내 정원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쌓았다.

-‘정원생활자’(궁리)란 책이 화제가 됐다.

오경아 씨 저서 ‘정원생활자’

“정원 꾸미기와 가꾸기는 특정인을 위한 문화적 호사나 취미생활이 아니다. 정원 속에 배울거리가 많고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뭔가가 숨어 있다. 이걸 더 쉽고 재밌게 나누고 싶어 책을 써오고 있다. 이 책에는 역사, 인물, 철학 등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간추려 썼다. 정원 관련 책을 꾸준히 내는 게 꿈이다.”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1987년 영국의 생물학자 제니퍼 오웬은 자신의 작은 정원(250여평)에 있는 식물과 곤충을 15년간 조사한 적이 있다. 그곳에 246종의 식물과 21종의 나비, 263종의 나방, 133종의 파리과 곤충은 물론 100여종의 벌도 포함됐고, 새롭게 발견됐다고 등록된 곤충만도 10종이 넘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가 15년간 관찰한 동식물은 총 2204종이었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장미정원을 만든 개척자는 나폴레옹 부인 조세핀이었다. 조세핀은 사치와 낭비가 심했다고 하지만 실은 전 세계로부터 값비싼 장미를 구하기 위해 돈을 썼다. 이렇게 수집한 장미로 만든 정원이 ‘말메종 성’이며 이곳엔 지금도 세계희귀장미 250여종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어떤가. 

“서양인은 자기 집 울타리 안에 인위적으로 식물을 식재하고 아름답게 연출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서양의 정원 개념이 없다. 고택을 가보면 식물을 심은 흔적을 찾기 힘들다. 겨우 담장 너머 울타리 개념으로 대나무를 심거나 연담이라고 사랑채 앞에 연못을 만들 정도였다.”

-서원들은 주변 자연을 정원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의 야트막하고 구릉진 지형은 굳이 내 집안에 정원을 꾸밀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담장을 낮게 쌓아 툇마루에 앉으면 사계의 산이 보이고, 내려다보면 시냇물이 흘러내렸다. 이를 전문용어로 ‘차경’(借景)이라고 한다. 자연의 경치를 빌려왔다는 얘기다. 또, ‘의경’(意境)이란 말도 있다. 바위에 시를 적고 그 경치에 이름을 붙인다. 윤선도는 산중턱에 정자를 세우고 거기서 내려다보는 경치를 ‘일경’, ‘이경’ 식으로 명했다. 그 덕에 풍수지리가 발달하기도 했다.”

-좋은 정원의 컨셉트는 무언가.

“풍수지리에 입각해 정원문화를 누렸던 우리가 현대에 들어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차경이고 뭐고 다 없어졌다. 지금은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원문화를 만들어내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억지로 식물을 심고 억지로 경치를 만들어내는 시점에 와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차경문화가 뿌리 깊어 자연하고 비스무리하게 만들어주면 좋아한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가 ‘이 자리에 원래 있었나’ 그렇게 보이게 하는 게 정답이다.”

-노인들은 화초 가꾸기를 좋아한다.

“어르신들이 식물을 키우면 건강에 좋다. 식물은 고온을 못 견딘다. 25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낮춰줘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건 건조해지는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물을 주어야 하고 환기도 해주고 선선하게 지낸다. 그런 일들이 어르신의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노인에게 적합한 식물을 묻자 오경아씨는 “따로 그런 게 있지 않고 화원에 들러 ‘실내식물이 어떤 게 있나’ 물어보고 그 중에서 잎이 넓은 관엽식물을 고르면 된다”며 “스킨답투스, 아이비, 포인세티아, 보스턴고사리, 파피루스 등을 겨울철 실내에서 키우면 좋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