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노인자원봉사 ‘행복의나무클럽’… “한글 깨우친 어르신들 자존감 되찾은 모습에 보람”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노인자원봉사 ‘행복의나무클럽’… “한글 깨우친 어르신들 자존감 되찾은 모습에 보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1.12 13:35
  • 호수 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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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나무클럽’ 최성임 코치(왼쪽 서있는 이)가 기찰경로당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행복의나무클럽’ 최성임 코치(왼쪽 서있는 이)가 기찰경로당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부산 기찰‧상록 두 경로당에 매주 2회씩 문해 교육

‘두부’를 ‘뜨부’로 발음…습관 된 말 고치기 더 힘들어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기찰경로당과 상록경로당이 ‘공부방’으로 변신, 만학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어르신들이 책상에 두루 모여 앉아 한글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무료한 표정으로 TV나 보고 가라오케에 따라 노래만 부르던 분위기가 이렇게 확 달라진 건 부산연합회 금정구지회 자원봉사 ‘행복의나무클럽’(코치 최성임‧65‧금정구 구서동) 덕분이다. 

이 클럽은 2017년 3월에 결성됐다. 창단 초기엔 8명이었으나 현재는 남자 1명, 여성 5명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교사, 은행원, 공무원 출신들로 60~70대이다. 최성임 코치는 자원봉사 경력 면에서 베테랑이다. 2000년부터 자원봉사를 해오던 참에 부산연합회의 권유로 클럽을 만들고 코치 역할을 맡게 됐다고 한다. 

최 코치는 두 아이를 키우며 시어른을 모시고 살면서 봉사할 시간‧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어느 날 편지를 읽어달라고 찾아온 이웃 할머니를 본 순간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쳐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봉사의 첫발을 디뎠다고 한다.

최 코치는 “클럽을 맡기 훨씬 전부터 요양병원에 공연봉사를 다녔고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만들어 경로당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어르신들을 대하는 게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최 코치는 사회복지사‧평생교육사‧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클럽 회원들은 매주 2회 경로당 두 곳을 나가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교육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하나는 교육의 기회를 놓친 완전 비문해자, 또 하나는 읽을 수는 있으나 쓰기가 안 되는 경우, 나머지는 한글을 좀 더 다질 필요가 있는 이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국어 문맹률이 가장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건 통계수치에 불과할 뿐이고 현실은 다르다고 한다. 80대 이상에서는 한글을 깨치지 못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게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상록경로당의 경우 회원 대부분이 80대 후반~90대 초이다. 97세도 있다. 한글을 모르는 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최 코치는 “귀들이 어두워 공부하는 내내 큰 소리로 떠들어야 해 목이 아플 정도다. 소형마이크를 써봤지만 오히려 소리가 울려 못 듣겠다고 해 그것도 중단했다”며 한글을 가르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어르신들은 글자를 새로 익히는 것도 어렵지만 습관이 된 말을 고치는 게 더 문제다. 이들은  ‘두부’를 ‘뜨부’라고 말한다. 몇 번을 반복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두’ 발음을 못하는가 싶어 두루마기 ‘두’, 두만강 ‘두’ 하고 반복해 따라하라고 시킨 후 두부를 말해보라고 하면 다시 뜨부가 된다. 

또 다른 노인은 ‘다리미’를 ‘다루미’로 발음했다. (사람의)‘다리’를 가리키며 반복한 후 거기에 ‘미’를 붙이라고 해도 역시 다루미다. 학생들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노인들에겐 어렵기만 하다.

클럽 회원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가르친 결과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들이 기뻐하고 자존감을 되찾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손맹구 부코치는 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 교육 경험이 풍부하다. 손 부코치는 “행복의나무클럽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한글을 가르쳐봤는데 다른 외국어에 비해 한글이 과학적이며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자원봉사로 얻는 기쁨은 그 어떤 물질보다 값지다는 걸 알게 돼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양수 금정구지회장은 “행복의나무클럽이 하는 문해교육은 머리를 써야 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한글을 몰라 답답해하던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있는 회원들의 봉사활동이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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