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재광 평택시장 “경로당 화장실·주방도 들여다봐… 노인복지에 최선 다해”
공재광 평택시장 “경로당 화장실·주방도 들여다봐… 노인복지에 최선 다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1.19 10:40
  • 호수 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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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지회 540개 전 경로당에 에어컨‧안마의자‧쌀 지원 “부모 대하듯”   

면서기에서 총리실 과장, 청와대 행정관으로… ‘흙수저’의 성공적인 삶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자체장과 지회장의 호흡이 잘 맞아야 노인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 그런 의미에서 평택시 노인들은 대한민국의 어떤 지자체보다 만족스런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15일, 공재광(55) 평택시장을 인터뷰하기 직전 홍장근 평택시지회장을 잠깐 만났다. 홍 지회장은 “평택시장은 거짓말을 안 한다. 진실하다. 우리 노인들에게 정말로 잘해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어떤 복지정책을 펴 이처럼 최고의 찬사를 받는 걸까. 공 시장으로부터  노인복지정책과 입지전적인 라이프 스토리를 들었다.

-취임 3년을 돌아보면.

“새롭게 성장하는 경제신도시, 멋지고 매력적인 평택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었다.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해 기반시설 적기 제공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한 삼성반도체 평택단지가 가동됐고,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미군기지 이전도 마무리 단계다. 자동차수출입처리실적 6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한 평택항과 항만 배후단지 개발도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취임식 대신 관내 요양원과 복지관을 찾았다고. 

“2014년 7월 1일, 당선 직후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공무원들 고생하는데 시장 바뀌었다고 그런 걸 하기 보다는 현장을 찾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장 방문 소감이라면.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대표적인 생활공간이다. 겉만 보는 게 아니라 화장실 바닥이 미끄러운지, 주방시설은 어떤지 샅샅이 살핀다. 물론 (노인장애인과)실무진들도 현장방문을 하지만 어르신들이 시장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테니까.”

공재광 평택시장(왼쪽 네번째)은 시간나는대로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곤 한다.
공재광 평택시장(왼쪽 네번째)은 시간나는대로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곤 한다.

공 시장은 “2년 전 무척 더웠던 여름에 낡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견디는 경로당을 확인하고 지역의 540개 전 경로당에 에어컨을 달아드렸다”고 말했다. 기존에 에어컨이 있는 경로당은 냉장고, TV 등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대체했다. 또, 운동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고가의 안마의자도 전 경로당에 넣어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화장실 안전손잡이, 소화기 등을 설치‧비치했다. 경로당 도우미 활동비와 활동기간을 늘렸고 경로당 회장 유니폼도 지원했다. 공 시장은 “전기세와 함께 경로당 운영비도 종전보다 5만원을 더 올려드렸고 특히 쌀 지원을 해 드렸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쌀 현금 지원을 고마워하더라. 

“저가로 들어오는 쌀의 질이 좋지 않아 어르신들이 지역농협에서 평택시의  고품질 ‘슈퍼오닝 쌀’, 잡곡 등을 구입해 드실 수 있도록 했다. 평택평야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평택 쌀이 이천‧경기미와 견주어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임대 경로당 지원은 무슨 내용인가.

“경로당이 없는 마을 어르신들은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느티나무 아래 서 계시다가 돌아가는 일이 있다. 시범적으로 33개 마을에 시비 49억6000만원을 투자해 전세 경로당을 마련해 드리려고 한다. 결과가 좋으면 확대할 계획이다.”

평택시지회는 오랜 숙원사업이던 남부복지타운도 2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총 면적 1만1000여㎡의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에 평택시지회를 비롯해 노인복지관, 여성회관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시는 또, 2억 6100만원의 예산을 들여 45인승 버스를 구입해 문화탐방 등 평택시지회 운영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노인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잘하나.

“오늘날 이 나라를 잘 살게 만든 분들이 바로 지금의 어르신들이 아닌가. 이제는 어르신들이 대우 받으면서 편하게 지내야 한다. ‘정치인의 악수’가 아니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게 진정 어르신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부모님을 모신다고 생각하면 정책도 원활하게 추진되고 어르신들도 행복해질 것이다.”

-부모에게는 어떻게 효도를 하는지.

“어머니는 현덕경로당에 나가신다(아버지는 작고). 시정 일에 전념하다보니 정작 어머니를 1년 이상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 

평택 출신의 공 시장은 ‘흙수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 군대를 다녀와 9급 면서기로 출발해 수원시청, 경기도청 근무, 안전행정부 장관 비서관, 국무총리실 과장,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경기도지사 상, 내무부장관 상, 행정자치부장관 상, 모범공무원(국무총리)상, 근정포장을 받았다.

-공무원이 된 계기는.

“군대를 다녀와 대입 학력고사를 준비 하던 중 지인에게서 ‘평택군 공무원 시험을 같이 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마침 아는 선배도 ‘대학만이 인생의 길이 아니다’고 조언해주었고, 스스로도 고향의 발전과 시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응시해 다행히 합격했다.”

-처음 맡은 일은.

“평택군 청북면사무소에서 11개월간 근무했다. 오토바이로 퇴근하고 밤 9시면 동네 전체가 소등을 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다 수원시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잊지 못할 일이라면.

“그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해지는데….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면서 집안 형편이 무척 어려운 형제를 알게 됐다. 어머니는 안계시고 아버지, 할머니는 백내장을 앓고 있었다. 형은 초등학교만 나와 소일하고 동생은 중학교도 못 나온 채 공장에 나가야할 처지였다. 그때 제가 결혼 전이라 자취방에 형제를 데리고 와 잠시 같이 지내기도 했다.”

공 시장은 동생을 학교에 진학시키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신 학원등록을 해주었고 수원에 임대주택을 마련해주었다. 그 사이에 공 시장도 장안구청에서 수원시청으로, 다시 경기도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마지막으로 겨울이불을 사다주고는 형제와 소식이 끊겼다. 하지만 형제에 대한 관심은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공 시장은 “형제가 성인이 되고나서 임대주택에 찾아갔더니 아버지 제사를 준비하고 있어 (제사를 모실 정도면)잘 컸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며 “최근에 페이스북으로 형제 이름을 찾아봤지만 연결이 잘 되지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면서기에서 어떻게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올랐나.

“수원시청에서 경기도청 갈 때는 시험을 봤다. 김대중 정부 때 생긴 제2건국위원회에 차출돼 본의 아니게 중앙부처 공무원이 됐다. 7급으로 여관생활 3년 6개월간 하며 열심히 했다. 연평도 포격사건, 구제역 등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니 총리실에 과장급으로 파견 나가라고 하더라. 거기서 2년간 열심히 하자 청와대 행정관 파견 기회를 얻었고…중앙부처 공무원은 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선을 다 했고 운도 따라준 것 같다(웃음).”

-노인인구 1000만명, 수명 100세 시대…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노인대학장이 모임에서 인사말 하는 걸 들었는데 거의 특강 수준이더라. 그만큼 지금의 어르신들은 고학력에 사회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분들이다. 그걸 사장시키면 개인‧국가적으로 손해다. 초등학교 인성교육을 어르신들이 맡아주시면 좋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사회공헌 모습에서 젊은 세대가 존경심도 갖고 동시에 어르신들도 자존감을 가질 것이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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