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령친화마을 1호 성남 산성동을 가보다
경기 고령친화마을 1호 성남 산성동을 가보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26 10:44
  • 호수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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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 미끄럼방지 장치… 노인이 노인일자리 소개
경기 고령친화마을 1호 산성동 카네이션 마을은 언덕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오르막길 곳곳에 미끄럼방지 패드를 설치하고 노노잡센터, 공동작업장을 신설해 노인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미끄럼방지 패드를 설치한 경사로를 내려가는 어르신들.사진=조준우 기자
경기 고령친화마을 1호 산성동 카네이션 마을은 언덕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오르막길 곳곳에 미끄럼방지 패드를 설치하고 노노잡센터, 공동작업장을 신설해 노인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미끄럼방지 패드를 설치한 경사로를 내려가는 어르신들.사진=조준우 기자

어르신 이동하기 쉽게 도로 정비, 노노잡센터·공동작업장 등 설치

노인 13명이 일하는 식당 운영, 전동휠체어 급속충전소 등도 호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눈이나 비가 조금만 내려도 산책을 포기했는데 이게 생긴 후로는 걱정 없어요.”

지난 1월 2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단대공원 앞 계단에서 만난 김영택(67) 씨는 미끄럼방지 패드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산성동이 경기 최초의 고령친화마을, 일명 ‘카네이션 마을’로 조성되면서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공원 계단을 정비해 눈비가 와도 안전하게 오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김 씨는 “아직은 작은 변화지만 마을이 점점 노인들이 살기 쉽게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관내 최초로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에 조성한 카네이션 마을이 주민들의 호평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카네이션 꽃말인 모정(母情), 사랑에서 이름을 딴 카네이션 마을은 경기도가 촘촘한 노인복지를 실현하겠다며 지난해 말 시범적으로 도입한 사업으로 공모과정을 거쳐 산성동이 첫 마을로 선정됐다. 

산성동은 전체 인구 1만4500여명 중 19% 가량이 노인으로 주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이런 동네 특성을 반영한 산성동 카네이션 마을은 일자리 창출과 노인들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꾸미는데 중점을 뒀다.

마을 조성은 성남시의 위탁을 받은 수정노인종합복지관(재단법인 성모성심수도회)이 맡았다. 경기도와 성남시로부터 3억6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수정노인종합복지관은 먼저 노인일자리 창출의 창구가 돼줄 노노잡(老老job) 센터와 소일거리로 용돈을 벌 수 있는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복지관 신관 1층에 자리잡은 노노잡 센터에서는 노인 상담사가 노인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준다. 같은 눈높이에서 일자리 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구직자들의 반응이 좋다. 노인이 상담한다고 해서 얼렁뚱땅하지 않는다. 일자리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취업상황 관리까지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임시로 가동한 결과 100여명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3월부터는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인원을 늘려 노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발굴해 연결해줄 방침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서로 입장을 잘 아는 동년배가 상담을 해줌으로써 구직자들이 편하게 상담을 받고 있다”면서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인원을 늘려 양질의 노인일자리를 소개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작업장은 센터 본관 4층에 들어섰다. 업무 협약을 맺은 인근 중소기업으로부터 쇼핑백 접기 등 일감을 가져와 노인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한다. 반응이 좋아 전체 32명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올해 65명으로 늘어났다. 일주일에 3차례 오전 오후로 나눠 3시간씩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날은 10여명의 노인이 쇼핑백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일하면서도 집중할 때는 전문가 못지않은 손놀림으로 단숨에 일을 처리해 나갔다. 특히 공동작업장은 향후 인근지역 3~4개 경로당으로 확대해 좀더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공동작업장에서 쇼핑백 만들기에 열중인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홍옥단(83) 어르신은 “가만히 집에서 노는 것보다 이렇게 담소를 나누면서 용돈을 벌고 있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외에도 산성동 카네이션 마을은 담백한 맛이 일품인 국수와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국시랑 밥이랑’ 음식점도 새로 문을 열었다. 13명의 어르신들이 일자리로 참여해 집밥처럼 맛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정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성공모델로 꼽히는 ‘마망 베이커리 앤 카페’의 노하우를 적용해 조성한 이 식당은 아직 초기라 흑자로 전환하지는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이동 여건을 개선한 것도 눈길을 끈다. 산성동은 동네 곳곳에 경사로가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낙상 사고를 염려하는 곳이 많은데 오르막 길 곳곳에 미끄럼방지 공사를 실시해 노인들의 걱정을 덜어냈다. 

전동휠체어를 많이 타는 노인들을 고려한 급속충전기 설치도 호평을 받고 있다. 주민들이 자주 찾는 행정복지센터 등 5곳에 노인들의 발이 돼주는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를 설치해 민원처리와 여가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1시간 이내 완충이 가능해 호평이 자자하다.

경기도는 산성동의 사례를 검토해 점차적으로 카네이션 마을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한현희 경기도 노인정책팀장은 “사업 효과를 검토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어르신들이 언제든 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고령 친화 카네이션 마을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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