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적극 치료 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적극 치료 필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8.01.26 13:40
  • 호수 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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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화재 등 재난 후 악몽‧회피‧각성 등의 불안장애 나타나

스스로 해결 어려워… 정신과 전문의 심리상담, 약물치료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재난은 인명이나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당사자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긴 후유증을 남긴다. 대표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들 수 있다. PTSD는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협을 겪거나 혹은 이를 목격한 이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불안 장애를 말한다. 

지진 이후 마이크 진동에도 깜짝 놀라거나 화재 이후 붉은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만약 이같은 증상을 방치할 경우에는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해 개인의 나약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PTSD는 엄연한 질환인 만큼 그 원인을 환자 개인에 돌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재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발현

PTSD로 인한 불안장애는 크게 3가지 형태다. 외상 사건 후 당시 상황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경험하게 되는 ‘재경험’,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회피’, 사건 후 일반적인 반응이 둔화되거나 각성된 증상이 나타나는 ‘과잉각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우울증이나 불안, 수면장애 등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PTSD를 야기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쟁 혹은 대형 재난이다. 실제 국내에서 PTSD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비롯해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재난이었다. 

더불어 이같은 재난은 직접 피해를 겪은 당사자 외 주변인들에게도 PTSD를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2014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구조 활동 등을 통해 PTSD를 경험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이들은 전체의 6.33%에 이르렀다. 이는 일반인 유병률(1.6%)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교통사고나 가정폭력, 질환 등으로 인해 신체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을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6개월 이내에 PTSD가 발병한 환자는 전체의 21.7%에 달하며, PTSD 진단 환자 중 약 3분의 1이 4년 후에도 증상이 지속 혹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만 봐도 그렇다.

◇사회적인 관심과 치료 필요 

과거에는 PTSD와 같은 정신질환에 대해 인지도가 낮아 이를 의지박약 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은 개인의 삶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것인 만큼 환자 스스로 치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PTSD에 대한 치료는 크게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가 있다. 상담 치료의 경우 ‘장기간 노출 요법’을 통해 환자의 외상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감소시키는 한편, ‘인지 재구성’을 통해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이 더 이상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환자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 외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 선별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변에서 환자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것이지만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은 환자의 PTSD 증상을 도리어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이기경 과장은 “특정 사건과 관련돼 벗어나기 어렵거나 수면 혹은 식욕의 변화, 심한 불안이나 죄책감, 절망, 자살 충동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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