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 보검으로 남한을 지켜주겠다?”
“북의 핵 보검으로 남한을 지켜주겠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2.02 13:16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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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는 한미동맹 근본 취지 잊지 않기를…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아이들 엄마 목소리를 흉내 내는 우화를 누구나 기억한다. 최근 북한의 주장을 듣는 순간 이 장면이 떠올랐다. 

북한은 1월 29일, “우리 민족이 틀어쥔 핵 보검은 북남 관계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밝은 전망을 열어주고 있다”며 “핵무기로 남조선을 지켜줄 테니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완전 중단하라”고 지시하듯 말했다.  

어처구니없고 가소로우면서도 한편으론 화가 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얼마나 저들에게 우리가 우습게 보였으면 이 같은 희롱을 주저하지 않는가.

최근 평창올림픽을 두고 북과 벌이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언제까지 북한이 저들 마음대로 하는 행동에 남한이 맥없이 휘둘려야 하는지 회의가 생긴다.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건을 보자. 남북이 공식 합의해 발표까지 한 사안을 마치 손바닥 뒤집듯 한밤중 통지문 하나로 뒤집어버렸다. 

국가가 갖춰야할 신의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1월 19일 밤에도 ‘현송월을 단장으로 한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을 전격 중지한다’는 통지문을 보낸 적이 있다. 

북한은 금강산 공연의 취소 이유를 우리 언론 탓으로 돌렸다. 한국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사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금강산 공연을 위해 우리 정부가 경유 제공을 하는 게 맞느냐, 또 북한의 위협적인 건군절 열병식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리 언론의 지적에 대한 반발이다. 

북한은 1월 한 달 동안 합의했거나 사전에 알려왔던 일정이나 계획을 제멋대로 세 차례나 변경, 파기했다. 평창올림픽 부대행사 문제를 놓고도 이럴 정도니 김정은 체제의 존망이 달려 있는 핵 문제에서 북이 어떤 태도로 나올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북의 변덕스러운 행태를 통해 그들이 올림픽 참가를 결심한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사회 대북압박의 가장 약한 고리인 남측과의 대화 공세를 통해 자신을 죄어오는 제재 망을 흔들어 놓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왜 평창올림픽과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는 금강산 공연과 마식령스키장 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아심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해 대선후보 시절 구상했던 내용이라고 이들 행사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으려 ‘바람 앞의 촛불’을 지키듯이 노심초사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자세 일변도로 과연 진정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의심된다. 

그런 점에서 송영무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은 북핵에 대한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처사라고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송 장관은 1월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다자 안보회의 ‘제6차 플러튼 포럼’에서 “만약 북한이 개발된 핵무기를 미국이라든지 한국에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은 지도에서 아마 지워질 것”이라고 했다.

더 이상 북에 끌려 다니거나 업신여김을 당하지 말고 한미동맹의 근본 취지를 근간으로 대북 문제에 대처해 나가기를 이 정부에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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