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 상록수자원봉사클럽 “폐우산 고쳐 학교· 보육원 등에 기증해요”
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 상록수자원봉사클럽 “폐우산 고쳐 학교· 보육원 등에 기증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2.09 13:57
  • 호수 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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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회 상록수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경로당 내의 공동 작업실에서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 주변에 선풍기, 전기청소기 등 고장 난 생활제품들이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연합회 상록수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경로당 내의 공동 작업실에서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 주변에 선풍기, 전기청소기 등 고장 난 생활제품들이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2014년 창단 이후 우산 3800여개 기증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적어도 대전 중구 태평로 버드내1단지아파트 3000여 세대 주민들은 우산 걱정만은 하지 않는다. 대전연합회 동구지회 상록수자원봉사클럽 덕분이다. 비가 오면 주민들은 경로당이나 주민센터에서 무료로 우산을 받아온다. 이 우산들은 이 클럽의 정동승 회원이 폐우산을 정성껏 고쳐 만든 새 우산들(?)이다. 

이효일(78·버드내1단지경로당 회장)클럽 코치는 “우리 클럽 회원 중 기계를 잘 만지는 정동승 회원이 못 쓰는 우산을 가져다 수선을 하는데 4년여간 총 3800여개 우산을 새것처럼 고쳐 사방에 기증했다”며 “손수 단지에 버려진 우산을 주워오거나 ‘폐우산 받는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아파트 단지에 걸어놓고 주민들이 가져다주는 우산을 수리해 보육원, 병원, 학교,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등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정동승(85) 회원은 젊었을 적 화물차운전을 오래 했다. 정 회원은 “우리 자랄 때는 우산이 귀했지만 요즘은 조금만 손을 보면 다시 쓸 수 있는 우산도 버린다. 하루에 30개까지 집에 가져올 때도 있다”며 웃었다. 우산수선 봉사가 널리 알려지면서 ‘우산 할아버지’란 별명까지 얻었다. 정 회원은 또, 주민들이 가져오는 전기밥솥, 오븐, 전기청소기 등도 수리해 기증하거나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다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봉사클럽은 2014년에 결성됐다. 20명 회원의 평균 나이는 80세이며 과거 직업이 공무원, 회사원, 군인 등 다양하다. 남자가 80%로 여자보다 많은 점도 특이하다. 어느 날 경로당에 모여 앉아 ‘화투 좀 줄이고 아파트 단지를 위해 뭔가 봉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 이후 대전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클럽을 만들게 됐다. 주 봉사는 아파트 단지와 유등천변, 옛 조폐공사 자리 등을 청소하는 환경정화이다. 따로 고지를 하지 않아도 한 달에 두 번, 정해진 요일에 회원들은 봉사조끼를 입고 집게와 비닐봉지를 들고 모인다.   

이효일 코치는 “노인은 걸어야 건강을 유지하고 그러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요즘처럼 춥거나 무더운 여름에는 안전사고 염려로 움직이지 않고 4월부터 10월까지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특기인 노래를 활용한 ‘노래봉사’를 오래 동안 해왔다. 가요콩쿠르 수상경력도 있으며 경로당에 ‘노래교실’을 열어 회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가르쳐 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노인회, 요양원 행사에 초청 받기도 한다. 

클럽 창단부터 힘을 보탠 황종철 코치는 “젊은 사람들이나 주부들이 우리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할 것이고, 노인에 대한 존경심도 생길 것”이라며 “회원들이 힘든 기색 보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휴지를 줍는다”고 말했다.  

이인상 대전 중구지회장은 “한번은 부여의 초등학교에서 우산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고 전교생 40여명이 사용할 우산 50개를 보내주었더니 교감선생님이 감사장을 만들어 가지고 온 일도 있다. 상록수자원봉사클럽은 우리 노인회의 위상과 회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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