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국가의 대중교통이 되려면 아직 멀었나
일류국가의 대중교통이 되려면 아직 멀었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2.23 10:48
  • 호수 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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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일류국가, 선진국가에 진입했다는 말이 들린다. 여름, 겨울 올림픽을 다 치러 냈고 곧 국민소득 3만 달러 고개를 넘으며 한류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서란 이유를 댄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이유는? 복잡한 경제수치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일부 버스운전기사는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방송을 자기 안방에서처럼 마음껏 크게, 몇 시간을 틀어댄다. 승차 내내 커다란 목소리로 스마트폰 통화를 하는 승객을 자제시키지 않고 모른 척 한다. 

몇몇 버스운전기사들은 정류장에 정확히 버스를 세우지 않는다. 정류장에 훨씬 못 미친 도로 위에서 문을 열고 승객을 내려준다. 승객들은 도로 위를 걸어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교통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은 버스를 향해 온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버스운전기사가 정류장에서 다시 문을 열어줄 것이란 섣부른 기대감으로 망설였다가는 버스를 놓치기 십상이다. 왜냐면 정류장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승객들을 무시한 채 그대로 떠나버리는 버스가 일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객은 괜찮은가. 그렇지 않다. 소수의 승객들은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달려 나가 버스 문을 열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히말라야 등반에라도 나선 듯 크게 부풀어 오른 백팩을 등에 맨 젊은이들은 서로 등을 댄 채 통로를 가로막고 서 있다. 백팩 사이를 헤집고 나아가려는 이에게 몸을 돌려 길을 터주기는커녕 한 번 해보라는 듯이 몸 전체에 강한 힘을 주고 꿈쩍도 않는다.

버스 좌석에 앉아 있어도 편치가 않다. 스마트폰 전자파가 우려돼서다. 일부 젊은이들은 전자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를 앉아 있는 승객의 머리에 바싹 대고 수십분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간혹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소리를 ‘외부’로 돌려놓은 노인을 만나기도 한다.  

지하철에서의 또 다른 불편은 겨울철 두꺼운 패딩점퍼로 몸집을 30%쯤 불린 남자둘 사이에 앉게 되는 경우이다. 너무 비좁아 의자 깊숙이 몸을 들이미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엉덩이만 슬쩍 걸친 채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가장 참기 어려운 건 50~70대 남성들의 술 냄새. 어떤 이는 술집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 차안 전체에 지독한 술 냄새를 피운다. 폐쇄된 공간에서 상대의 날숨을 온전하게 들이 마셔야 하는 불쾌함 때문에 어떤 여성은 중간에 내려 다른 버스를 이용한다. 

택시를 타도 때때로 괴롭기는 매한가지. 택시운전수 대부분이 60~70대 노인들이다. 이들의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좁은 차안에 가득하다. 몸을 깨끗이 씻지 않은데다 노인 특유의 냄새까지 겹쳐 심한 경우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다. 

일부 택시기사는 과묵형이다. 서비스 정신이 결여돼 있다. 목적지를 대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묵묵부답 앞만 보고 달린다. 승객은 이때 이중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목적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잘 안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함을 느끼고, 상대방의 말에 대답을 안 하는 무례함 때문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물론 대중교통 전체가 이렇게 사람을 불편하게만 하고 짜증나게 만든다는 말은 아니다. 라디오를 틀지 않고 조용히, 부드럽게 운전을 하고 정류장에 정확하게 멈추는 버스기사가 훨씬 더 많다. 백팩을 앞으로 메고 통로를 비워주는 젠틀한 젊은이들이 여전히 더 많고 깔끔하게 내부 세차까지 마치고 손님을 맞는 택시가 그렇지 않은 택시보다 많다.  

대중교통을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으로 이용할 때 비로소 일류국가, 선진국가에 한발 더 바싹 다가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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