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만나는 김정은 보고 있자니…
대북특사단 만나는 김정은 보고 있자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3.09 11:12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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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방자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김정은이 대북특사단과 찍은 사진을 보고서다. 다리를 벌리고 살찐 배를 앞으로 불쑥 내민 채 뒷짐을 지고 서있다. 김일성이 하던 짓거리를 그대로 흉내 내고 있다.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건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을 환송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가식적인 행동이다 마치 집들이를 마치고 다정한 친지들을 떠나보내듯 손을 흔들고 정겨운 웃음을 날리는 모습이 역겹기조차 하다. 

김정은이 어떤 인물인가. 이복형 김정남과 고모부 장성택 등 일가친척을 무참히 살해하고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며 ‘목함지뢰’ 등으로 남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폭군이다. 핵과 미사일을 쏘아대며 남한을 공포로 몰아넣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해오는 국제적 테러리스트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도 평화를 위장한 채 회담에 나서 미국, 남한 등으로부터 엄청난 무상원조를 받아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악마’로 돌변해 아웅산 테러, 민간항공기 폭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무고한 시민, 청와대 수석,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독재자들이다. 

김정은이 왜 갑자기 미소의 탈을 뒤집어쓰고 유화의 포즈를 취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먹고살 때거리와 통치자금이 떨어져서다. 김정은은 미국의 해상 봉쇄 등 유엔의 압박·제재로 인해 통치자금이 바닥났다.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현재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면 북한 경제는 5% 이상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그렇더라도 중국의 단호한 제재의지는 북한에 더 부담된다. 합작사업을 하던 중국 내 북한 기업과 북한 내 중국기업이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입이 쪼그라들면서 수출입을 통한 리베이트를 챙길 수 없고 해외근로자들이 철수함에 따라 이들로부터 ‘충성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선물정치’를 통해 당·정·군 간부들을 포섭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게 됐다. 경제 침체와 통치자금 고갈이 체제불안정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문제 해결이 시급했던 것이다.

김정은이 비열하리만큼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이유가 또 있다.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헨리 키신저가 말한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의 맞교환이라는 미·북 빅딜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를 북한 주도의 통일기회로 잡겠다는 속셈이다. 

이번 대북특사단이 내놓은 언론발표문은 ‘허황된 메아리’에 불과하다. 4월 말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한다는 내용은 남북 간, 북미 간 접촉을 위한 사전작업이기에 별 뜻이 없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도발 않기로 한 것도 비핵화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언론발표문 가운데 가장 뻔뻔스런 거짓말은 ‘북,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이란 부분이다. 김정은이 6년여 숨어서 완성시킨 핵·미사일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하루아침에 뒤집거나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언론발표문의 합의 사실은 빼고 “조선의 핵보유는 정당하며 시빗거리로 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설사 비핵화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재생산은 가능하다. 북한이 경제 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이란 반대급부를 받고 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까지 수용하더라도 과학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설계도까지 비핵화시킬 수는 없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핵·미사일의 재생산이 가능하다. 김정은은 이번에도 북미 회담을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내고 바로 회담을 백지화하려는 전략이 예상된다. 

김정은의 목표는 분명하다. 경제를 살리되 핵보유국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북의 핵무기는 우리에겐 재앙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분명히 알고 모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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