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손 대거나 性관련 칭찬도 안 돼요”
“몸에 손 대거나 性관련 칭찬도 안 돼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16 10:48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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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계기로 어르신들 성폭력 경각심 높아져

성폭력은 성희롱‧성추행‧성폭행 포괄… 귀엽다고 아이 만져도 문제

나보다 피해자 감정 중시해야… 여성에 ‘섹시하다’ 표현해도 성희롱


#1. 지난 1월 인천의 한 시장에서 만취한 70대 노인이 60대 청소부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특정 신체부위를 손으로 만지며 추행을 이어가던 어르신은 청소부가 도망치려하자 추가적으로 폭행까지 저질렀다. 

#2. 김 모(70) 어르신은 2년 전 동네에 사는 초등학생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가 벌금 1500만원과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잘 모르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뽀뽀를 하는 게 싫었다”는 피해 어린이의 진술이 인정돼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추악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갖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성적 의도 없이 친근감을 표시했던 노인들이 잇달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노인 대상 성폭력 방지 교육의 중요성도 높아 지고 있다.  

현재 성폭력의 경각심을 일깨워준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폭로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지난해 10월 영화배우 로즈 맥고완이 SNS를 통해 ‘나도 당했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고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고발하면서 파장이 커졌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월에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만연한 성폭력을 용기 있게 고백한 이후 고은, 이윤택 등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저지른 성희롱 성추행 등이 드러났다. 특히 차기 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그의 비서 김지은 씨의 폭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성범죄를 피하려면 먼저 관련 용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다.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성폭력이라고 부른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기도 하다.

성폭행은 강간과 강간미수를 의미한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사람과 교접행위를 하는 것’으로 형법 제297조에 따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성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강제로 추행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298조에 따라 강제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남성 어르신이 자신보다 약한 어린 아이의 몸에 손을 잘못 댔다간 강제 추행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는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에 한 60대 남성이 30대 여성의 엉덩이를 두 차례 만졌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에 회부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한적한 지하철에서는 가급적 거리를 유지하고 혼잡할 때는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어르신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성희롱이다. 성추행, 성폭행과 달리 선한 의도로 한 말이나 행동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불쾌하게 받아들이면 법에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인요양원 등에서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빈번하게 벌어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경기 수원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원지역 장기요양요원 191명 가운데 13.6%가 치매 노인 등 시설 이용자로부터 ‘성희롱·신체접촉 등 성적폭력’을 경험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성희롱은 미국에서 직장 내 성폭력을 방지해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처음 만든 개념으로 미연방고용평등위원회는 ‘직장이나 캠퍼스 등에서 직무 또는 고용관계에 있는 상사 또는 동료가 부하, 직원 등에게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4월 서울대 조교 성희롱사건 담당재판부가 “직장 내에서 근로자의 임면, 지위, 근로조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가 근로자를 상대로 언동을 통해 불쾌감이나 성적 굴욕감을 주는 행위, 성 접근을 요구하거나 성적 접근을 하는 행위, 근무환경을 불쾌하고 열악하게 하기 위하여 성적인 언동을 하는 행위”라고 처음 규정했다.  

현재 성희롱은 보통 위계질서 또는 권력의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적인 말과 행동을 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또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성적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성희롱에 해당된다.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을 고려하지만 피해자와 비슷한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객관적 사정도 함께 살핀다. 쉽게 말하면 당사자가 불쾌하다고 해도 대다수가 보기엔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성희롱이 아니다.

가령 간호사의 몸을 노골적으로 위아래로 훑어본다거나 물리치료 중에 치료 부위가 아닌 타 신체를 만져달라고 하는 행위 등은 성희롱에 해당된다. 

칭찬이라도 상대방을 성적대상으로 여긴 발언을 한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상대방에게 “라인이 살아있다”라거나 “섹시하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면 문제가 된다. 여성 어르신도 마찬가지. 친근함을 표하기 위해 지나친 신체접촉을 하면 성희롱으로 걸릴 수 있어 가급적 대화를 할 때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국성희롱예방센터 관계자는 “부부나 연인 관계가 아니라면 신체부위와 관련된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성과 관련된 농담은 하지 않는 것이 성희롱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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