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핵은 사라질까
5월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핵은 사라질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3.16 11:06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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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약속을 지킬까. 과연 핵과 미사일을 폐기할까. 이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지금까지 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1992년 제네바 합의 이후로 지금까지 북한은 8번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이번에도 북핵 폐기란 말은 전혀 쓰지 않고 김정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맞이하는 사진으로 1,2면을 도배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동결하거나 폐기한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남한이 열광하는 남북·북미 간 정상회담 개최 얘기조차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핵 폐기 또는 동결한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나. 그것은 우리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김정은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육성을 통해 듣지 못했다. 따라서 김정은은 언제라도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느냐’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다. 미국도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라”고 북한에 외치지만 회담 전에 진정성을 증명할 행동 따위는 없다는 걸 안다. 그러니 백악관 회동 후 3월 8일 미·북 간 회담 개최 발표를 굳이 정 실장이 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정치적 보증을 한국이 선 셈이다. 이 점이 중요 포인트이다. 3월 8일 밤의 주인공은 한국이었지만 5월 말(미·북 정상회담)의 희생양 또한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북 정상회담이 설사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회담의 성과를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정상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아니다. ‘모 아니면 도’식의 즉흥·폭력적 국가 경영의 공통된 스타일을 보인다. 두 나라의 정상회담을 안심하고 바라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미·북 정상회담은 세 방향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과 미국이 바라는 북핵 폐기이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주고,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체제안전보장을 주는 딜 형식이다. 이같은 결과가 나올 확률은 50대 50이다.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이 비정상적인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단계적 비핵화’이다.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사후 검증 및 폐기에 동의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풀고 에너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우려하는 ICBM을 즉각 폐기한다거나 북에 억류된 미국인을 풀어주는 선물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국내 정치에서 안전하고 확고한 지위를 얻어낸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미 본토에 오는 걸 내손으로 막았다”고 말함으로써 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결렬’. 한·미 두 나라가 원하지 않는 결과이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트럼프는 무력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할 지도 모른다. 징후가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온건대화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사퇴시키고 핵 원칙론자인 폼페이오 전 CIA국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폼페이오는 나와 사고방식이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 정권 교체까지 주장하는 대북강경파이다. 그는 CIA 국장으로서 3월 11일, “북한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양보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신임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협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내정자가 강경파이지만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이 대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북한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세계 최강대국 정상과 나란히 서는 장면만으로도 국내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비핵화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거짓이거나 속임수로 판명되는 순간 김정은은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를 피할 수 없다. 제2의 카다피와 후세인이 될 수도 있다. 
평창올림픽의 모멘텀을 살려 한반도에 새 국면을 연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두 달 꼼꼼하고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 한민족의 미래가 거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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