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코딩 강사, 강아지 산책시키는 ‘도그 워커’ 등 이색 노인일자리 주목받아
학교 코딩 강사, 강아지 산책시키는 ‘도그 워커’ 등 이색 노인일자리 주목받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23 10:43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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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초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코딩 강사’와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는 ‘도그 워커’ 등 이색 노인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시니어 코딩 강사(왼쪽)와 도그 워커로 활동하는 시니어들의 모습.
노인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초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코딩 강사’와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는 ‘도그 워커’ 등 이색 노인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시니어 코딩 강사(왼쪽)와 도그 워커로 활동하는 시니어들의 모습.

코딩 강사, 기초 프로그래밍 교육… 3개월 연수 필요

도그 워커, 견주 대신 산책 돕고 수고비… 미국선 인기

정리수납 돕는 시니어 전문가도 국내 3000여명 활동

[백세시대=배성호기자]

3월 20일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컴퓨터실에선 방과후 교육이 한창이었다. 컴퓨터 앞에서 학생들은 ‘스크래치’라는 어린이용으로 개발된 교육용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코딩’ 배우기에 한창이었다. 이날 주제인 미로탈출 게임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학교 선생님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시니어 코딩 강사로 활동하는 정건섭(63) 씨였다. 정 씨는 “은퇴 후 소일 거리를 찾던 중 올해부터 초등학교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강사 교육을 받았다”면서 “아이들과 소통도 하고 용돈벌이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노인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존 일자리와 다른 이색 노인일자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맞춰 산책을 돕는 ‘도그 워커’가 등장하고 현재 의무화 된 코딩을 가르치는 코딩 강사 등이 시니어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 코딩 강사의 경우 이번 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 일명 코딩교육이 의무화되면서 덩달아 생긴 일자리다.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중학교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까지 코딩교육 의무화가 실시된다.

‘코딩’(coding)은 각종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을 일컫는 말로 어린 학생들의 논리력·창의력·문제해결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생·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재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대부분 코딩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시니어 강사가 되기 위해선 교육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3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크래치 등 기초 코딩 프로그램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컴퓨터 기초 지식이 필요하지만 작동이 서툴러도 교육과정만 충실히 따라가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역 시니어클럽과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니어 코딩 강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스타트업 기업도 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바나나코딩 관계자는 “어르신들도 쉽게 익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즐겁게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진국에서 인기 직종 중 하나인 반려견의 산책을 도와주는 도그 워커(dog walker)도 시니어 일자리로 떠오르고 있다. 개의 경우 산책을 하지 않으면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로 이상 행동을 보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산책이 필수적이지만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매일 산책을 시키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미국, 영국 등 국가에서는 대신 산책을 시켜주는 도그 워커가 활성화됐고 역시 건강을 위해 산책이 필요한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직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2015년 미국 직업별 소득 통계에 따르면 도그 워커는 평균적으로 연 1만6000~5만1000달러(1800만원~58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지난해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정도로 반려견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견주들이 늘어난 것도 도그 워커 도입에 한몫했다. 

원하는 시간대에 고객을 받아 일하기 때문에 시간 활용이 여유롭고 반려견 한 마리의 산책 서비스 가격이 1만5000원인데 1시간에 6마리를 산책시키면 9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등을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4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민간자격증인 도그 워커 자격증을 취득하면 활동할 수 있다. 또 견주와 도그 워커를 매칭해주는 어플도 등장해 도그 워커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있다.

정리수납을 돕는 정리수납전문가도 주목받는 일자리 중 하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리수납은 ‘청소’로 인식될 정도로 생소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정리수납 과정을 통해 숨겨졌던 공간을 확보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물건 구매 등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협회와 협동조합, 자격증이 만들어지고 3000명이 활동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대전 동구시니어클럽과 함께 시니어 정리수납 도우미 사업을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초부터 3주간 옷장과 주방, 냉장고를 사용빈도나 용도‧종류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방법을 배운 20여명의 어르신들은 11월까지 월 10회씩 대전 동구지역 내 취약노인 가정을 방문해 정리수납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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