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섭 대한노인회 경기 화성시지회장 “4년째 선진지 견학에 사비 500만원…남 위해 쓰는 만큼 복 들어와”
정일섭 대한노인회 경기 화성시지회장 “4년째 선진지 견학에 사비 500만원…남 위해 쓰는 만큼 복 들어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3.30 13:25
  • 호수 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대학 11개로 가장 많고 학생수만 2000명… 매년 운영 예산 4억 들여

작년 ‘화성효마라톤’ 5km 완주…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1km 뛰기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경기 화성시지회는 몇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대한노인회 245개 지회 가운데 가장 면적이 크다. 서울의 1.3배이다. 노인대학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1개이다. 경로당 수(630개)도 전국 5위안에 든다. 지난 3월 말,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노인회관에서 정일섭(84) 화성시지회장을 만나 연임된 소감과 지회운영 철학을 들었다.

-화성시는 어떤 도시인가.

“화성은 비나 눈이 많지 않고 공기도 깨끗해 노인이 살기 좋은 곳이다. 향남·남양·동탄 등지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짓는다. 집값이 비싸지 않아 안산·수원·서울에서 많이들 온다. 동탄은 서울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시 인구 71만, 노인 인구는 6만여명, 그 중 회원은 2만2000여명이다.”

정 지회장은 이어 “용두사 바로 옆에 정조대왕과 사도세자의 묘가 있고, 전곡항·궁평항의 회단지가 잘 조성돼 있고, 제부도의 낙조가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는 어땠는가.

“노인대학장을 지낸 상대후보(68)와 경선을 했다. 제 나이도 있고 해서 (나보다)적은 이가 하는 게 원칙이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그렇지만 80대 분회장들이 ‘순리를 따라야 한다’며 많이 밀어주셨다. 앞으로 4년 간 최선을 다해 신세를 갚으려고 한다.”

-선거에 이긴 비결이라면.

“630개 경로당 중 두 곳을 빼고는 다 돌았다. 상대후보가 속한 경로당과 제가 경로당 회장 했던 곳이다. 경로당이 많은 동탄에 직접 운전하고 다녔다. 몸살이 나 영양제주사 맞아가며 어떤 곳은 두세 번 찾아가기도 했다.”

-첫 임기의 과업이라면.

“4년 전 지회장 선거 공약 중 하나가 선진지 견학이었다. 분회장 대상의 선진지 견학은 지원이 되지만 경로당 회장들에겐 해당이 안된다. 지회 예산은 부족해 해마다 500만원을 내가 내놓는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노인대학이 월등히 많다.

“요즘 노인대학 개강식에 참석해 덕담도 하며 인사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최근에 한 곳이 늘어 총 11개이다. 학생 수만 2000명에 달하고 예산도 4억원에 이른다. 채인석 화성시장이 그만큼 노인복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정일섭 화성시지회장이 지회 직원들과 지회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6명의 직원이 경로당 630개를 관리한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홍정남 사무국장.
정일섭 화성시지회장이 지회 직원들과 지회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6명의 직원이 경로당 630개를 관리한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홍정남 사무국장.

-경로당 운영이 쉽지 않겠다.

“우리 지회 직원이 6명에 불과하다. 120개 경로당을 둔 인근 지회의 직원이 7명인데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들 헌신적으로 일해 줘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경로부장 둘이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경로당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사실 (인터뷰하는 이 시간도)나가봐야 한다. 자리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정 지회장은 경로당 활성화가 잘 되는 곳을 소개했다.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으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회원들이 직접 콩농사도 짓고 생산·판매도 한다. 향남읍의 휴먼시아 6단지경로당과 팔탄면 노하3리 경로당 회원들은 콩을 수확해 된장과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경로당이 많다보니 골치 아픈 일도 생기겠다.

“드물게 경로당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로당을 방문할 때마다 먼저 회장과 꼭 인사하고 지회장이라고 지시하는 일도 없이 겸손하게 처신하니까 회장들이 내 말을 안 들을 수가 없다. 따라서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정일섭 지회장은 화성을 떠난 적이 없다. 송산고등공민학교를 나와 군대 갔다 온 뒤 새마을운동과 농업에 평생을 바쳤다. 

송산면 풍화각경로당의 결산을 봐준 인연으로 경로당 총무 6년, 감사 2년을 했다. 주위의 권유로 그곳 회장을 4년간 지낸 후 2014년 지회장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2018년 3월 선거에 당선돼 연임에 성공했다. 경기연합회 부회장, 서·남부노인복지관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은.

“39세 때부터 이장하면서 마을가꾸기를 해 화성에서 가장 먼저 새마을봉사 상을 받았다. 동네로 버스가 들어오는 길을 만들기 위해 군수를 찾아가 시멘트 1000포대, 돈 1000만원을 받아 4km를 포장한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정 지회장은 이어 “내 땅(800평)을 먼저 내놓자 다른 사람들도 그걸 보고 땅들을 기증해 새로운 길을 뚫을 수 있었다”며 “끝까지 땅을 움켜쥐고 있는 부잣집을 찾아가 술 한 잔 올리며 큰절을 했더니 ‘자네가 이렇게 할 줄 몰랐다’며 순순히 내놓더라”며 웃었다.

-재산을 모은 계기는. 

“집안이 워낙 없어 땅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고생 많이 했다. 하루 종일 새끼줄 꽈 염전에 팔기도 했다. 남의 땅에 참외농사를 지어 대도시에 갖다 팔았더니 목돈이 되더라. 그거 3년 하니까 땅 열 마지기를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시작한 목장엔 소 200두가 있다. 학교 같은 건물 4동이 있는데 규모가 웅장하다.” 

-복지관 두 곳의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관장, 직원들이 어르신 대하듯 대우를 잘해준다. 나보고 운영을 맡으라고 했지만 지회 일만도 힘에 부칠 정도라 거절했다.”

-경기연합회 부회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나.

“연합회와 지회의 유대 관계를 위해 중간에서 노력을 많이 한다. 지난 2년간 도 예산 4000만원을 지원 받아 연합회 내에 두부·간장공장을 짓기도 했다.”

-후배 노인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70대 때는 봉사라는 걸 몰랐다. 그저 내 자신과 내 자식, 손주들만 위해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경로당에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정부로부터, 시로부터 받는 거만큼 후손들과 남들에게 봉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위해 어떻게 봉사하느냐가 중요하다. 돈 싸들고 있으면 뭘 하나. 돈 가지고 오면 염라대왕도 안 받아준다(웃음).”

-봉사도 가진 것이 있어야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하나님은 이만큼 쓰면 이만큼 복을 주신다. 아플 사람이 아프지 않으니까 복이 오는 거다.”  

정일섭 화성시지회장은 체력도 남다르다. 매일 오전 6시, 40분간 조깅을 한다. 작년 5월, 제18회 화성효마라톤대회에 최고령자로 참가해 5km를 완주했다. 

이번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여해 용인 구간에서 성화를 들고 1km를 뛰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