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와 부안 참뽕와인
마오타이와 부안 참뽕와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4.06 13:39
  • 호수 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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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크고 웅장함이다. 중국 천안문 광장, 모스크바 붉은 광장은 영국 트라팔가 광장, 미국 워싱턴 광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넓다. 사회주의국가들이 건물과 광장을 크게 짓는 건 기만·위장에 기인한다. 속빈 강정처럼 인민을 현혹하기 위한 사기술(?)이기도 하다. 

이번 김정은과 시진핑의 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올라간 술만 보아도 사회주의 국가들의 허영과 사치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누리꾼들이 밝혀낸 이 술은 1960~80년에 생산된 한정판 마오타이주인 아이쭈이(작은 주둥이) 장핑 브랜드이다. 황갈색의 독특한 병 디자인의 이 술은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 520㎖ 한 병에 128만 위안(2억2000여만원)에 팔린다. 한 모금에 300여만원인 셈이다.

마오타이는 수수를 주원료로 누룩과 함께 향과 맛을 내는 수십 종의 원료를 배합해서 오랫동안 숙성과정을 거친 술이다. 예부터 색을 보고 향을 맡은 뒤 맛을 보는 술이라고 했다.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 술이 나왔다. 닉슨의 보좌관들은 “술잔에 입만 대지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닉슨은 저우언라이 총리의 건배 제의에 따라 홀짝홀짝 술잔을 비웠다. 술맛에 홀린 것이다. 

각국의 정상회담과 술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3월 5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대북 특사단 앞에 내놓은 와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 부르고뉴에 있는 코트드뉘이의 신생 와이너리 미셀 피카르의 ‘코트드뉘이 빌라주’(2002년산)이다. 시가 4만원대이다. 프랑스 문화유산 방문 프로그램의 와인 명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와인은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오찬에 오른 술이다. 이 술이 북한과 인연을 맺은 건 1992년이다. 파리 북한대사관 직원이 헬기를 타고 찾아와 ‘높으신 분을 위한 것’이라며 출시 제품 15종류를 1박스씩 구입했고 이후 1,2년마다 하위등급부터 최고급까지 주문해 갔다. 수십만 명이 굶어죽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도 김정일은 와인을 공수해 가 홀짝거린 것이다. 김정은도 마찬가지. 북한 주민은 피죽을 먹고 있는데 여전히 철갑상어 알을 안주 삼아 고급와인을 마시고 있다.

대북특사단 만찬상에는 수삼을 통째로 넣은 수삼 삼로주도 곁들여졌다. 귀빈 접대용으로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1차 정상회담 때엔 백두산 자생 들쭉으로 빚은 들쭉술이, 2차 정상회담 때엔 용성맥주와 고량주 등이 와인과 함께 올라왔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술들이 있다. 전북 부안의 ‘참뽕와인’도 그중 하나다. 이 술은 6월에 수확한 오디만을 사용해 6개월 동안 숙성시켜 생산한다. 특히 오디에는 혈당강화성분과 고혈압억제물질이 다른 열매에 비해 많이 들어 있어 건강주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김봉철 전북 부안군지회장은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이 술을 내놓는다. 이 술을 마셔본 이들은 한결같이 “이처럼 향과 맛이 뛰어난 순한 술은 처음”이라며 극찬한다. 과일 향과 낮은 도수에 이끌려 그 자리에서 가볍게 술 한 병을 비운다. 1960년대 ‘뜨거운 안녕’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 자니 리는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드는 와인 애호가이다. 그가 이 와인을 지인에게서 얻어 마신 후 단골고객이 됐다는 후문이다.

마오타이와 참뽕와인은 천안문 광장과 여의도광장 만큼이나 가격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향기와 맛, 품격에서는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좋은 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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