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올바로 이해하자
건강보험, 올바로 이해하자
  •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 승인 2018.04.20 10:48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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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58]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부러워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건강보험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얼마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미국의 건강보험을 들여다보자. 미국 건강보험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 필자의 아들이 어릴 때 미국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손톱 끝에 가시가 박힌 적이 있다. 집에서 가시를 빼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린 아들이 아프다며 발버둥을 치자 결국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됐다. 핀셋으로 가시를 빼내고 소독한 후 지불한 의료비는 한국 돈으로 무려 30만원이나 됐다. 우리나라였다면 아무리 많아도 2~3만원이면 해결됐을 일이다. 

미국은 전체 국민의 15% 남짓한 노인만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국민 중 약 15%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은 국가지원으로 의료를 이용한다. 그 외의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4인가족 기준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월 평균 보험료는 100만원 가까이 된다. 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없으며 자기가 가입한 보험과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만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어떤가?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중병이 아닌 감기, 배탈 등의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의 의료비가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또 국가지원으로 의료를 이용하는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한 전체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원하는 병원은 어디든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 국민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인까지 모두 건강보험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불만은 ‘저보험료-저혜택-저수가’에서 기인한 것이다. 

저보험료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족 중 누군가가 중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 지출이 갑작스럽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저보험료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보장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불안 심리를 극복하려고 너도나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가구가 건강보험료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민간의료보험료로 지출하면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민간의료보험료를 지출하는 것보다 건강보험료를 좀 더 내고 건강보험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국민들은 병‧의원을 이용하며 불친절한 진료나 과잉진료 때문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러한 문제는 건강보험료 ‘저수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사와 병원에 돌아가는 수가가 낮다고 하면 의아해할 국민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 보전율이 75~80% 수준에 불과하다. 원가 보전율이 낮더라도 환자 수를 늘리면 마진이 생기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병‧의원에서는 가격을 비교적 자유롭게 매길 수 있는 비보험 진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서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한 재정 손실을 메꾸는 것이 우리나라 병‧의원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며 돈이 없어 병‧의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앞으로도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건강 버팀목이 되기 위해 건강보험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의 ‘저보험료-저혜택-저수가’의 문제점을 해결해 ‘적정보험료-적정혜택-적정수가’ 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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