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은 70대 할머니 밀치고 폭언
요즘 우리 사회는 미투 운동, 재벌가의 갑질, 드루킹(댓글) 사건 등으로 영 편치가 않다. 특히 가진 자의 갑질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세가 아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35) 전무는 회의 중 거래업체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전무의 비이성적 행동이 ‘일상사’라고 전했다. 직원들은 “조 전무가 일주일에 두세 차례 소리를 질러대 ‘이번에는 또 누가 당하나’라며 측은해하곤 했다”고 밝혔다.
조 전무처럼 병적으로 화를 잘 내거나 도가 지나칠 정도로 화를 내는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은 분노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 분노조절 장애자”라고 말한다. 원인으로는 호르몬 분비 이상, 뇌 기능적 이상, 어린 시절 학대 등 가정적 요인, 외상에 대한 지속적 노출 등이다. 분노조절 장애는 의학적으로 정확한 진단명이 아니다. 간헐적 폭발 장애, 경계성 성격 장애, 적대적 반항 장애 같은 여러 질환의 증세를 뭉뚱그려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중 주위에서 흔하게 보는 분노조절 장애는 간헐적 폭발 장애(IED)이다. 이 장애는 정신적 ‘블랙아웃’ 현상을 일으킨다. 만취해 필름이 끊기는 것과 비슷하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증세가 조 전무처럼 아랫사람에게만 일어난다면 그건 ‘선택적’ 조절 장애다. ‘선택’과 ‘조절 장애’는 모순이다. 상대를 선택해 불같이 화를 낸다면 조절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다. 즉, 병이 아니라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가 알아서 조심해”라는 신호일 뿐이다.
조 전무의 경우는 화를 내야 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화를 내도 되니까 화내는 것이다.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 칼네트웍스 사장도 마찬가지다. 조 사장은 4년 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경영에 복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녀는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86편 퍼스트클래스에 타고 있다가 봉지 채 땅콩을 제공하는 승무원과 사무장을 호되게 나무랬다. 그러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사무장을 내려놓으려고 비행기를 되돌린 사건의 장본인이다. 그로 인해 300명 가까운 승객들이 수십 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 조 사장의 분노 역시 동생 조 전무처럼 선택적 분노조절 장애였다. 아랫사람(사무장)에게 불같이 화를 낸 것이다. 당시 피해를 당한 사무장은 대한항공에 여전히 남아 있지만 보직이 화장실, 좌석 청소로 밀려나 있다고 한다.
조양호 회장은 부인 이명희씨와 사이에 1남 2녀를 두었다. 조 회장의 후계자인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분노조절 장애를 갖고 있다. 2000년 차선을 위반한 조 사장을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m 가량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2005년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70대 어르신을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입건 된 적이 있으며 인하대 학생시위 때 폭언하기도 했다.
조씨 삼남매를 키운 이명희씨는 분노조절 장애의 원조 격이다. 이모 전 교통부 차관의 딸인 이씨는 1973년 조양호 회장과 중매 결혼했다. 이씨는 인천국제업무단지에 있는 대한항공 소유의 호텔 인테리어를 손수 꾸몄다. 어느 날 어린이가 뛰어놀다 쿠션을 바닥에 내던지고 사라졌다. 공교롭게 바닥에 떨어진 쿠션을 본 이씨가 지배인을 나오라고 하더니 눈 깜짝 할 사이에 따귀를 세 차례 올려붙였다는 것이다. 이씨의 전 수행기사도 최근 “폭언과 욕설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분노조절 장애는 아쉬운 것 없이 넘치는 환경에서 성장한 재벌 자녀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삼남매가 똑같이 조절 장애를 겪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년에 정치적 상황 때문에 아테네를 떠나 인근 도시로 망명했다. 그 후 스트레스성 위장병으로 사망했다. 생전의 그는 “마땅한 때에, 마땅한 방식으로, 마땅한 시간 동안 화를 내는 사람은 칭찬할 만하다”고 말했다. 얼마나 분노를 조절하기가 어려웠으면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대학자도 이런 말을 남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