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철 신임 대한노인회 대전 동구지회장 “지회가 비대하면 안 돼… 경로당 활성화 뒤에서 돕는 역할로 족해”
박헌철 신임 대한노인회 대전 동구지회장 “지회가 비대하면 안 돼… 경로당 활성화 뒤에서 돕는 역할로 족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5.18 11:11
  • 호수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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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어르신들 IMF 고통 못 느낄 정도로 시·구청에서 적극 지원해줘

회원 한 명인 경로당 회장 맡아 70명으로 늘려… “회장이 후덕해야 돼”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경로당은 집보다 좋아야 한다.”

박헌철(74) 신임 대전 동구지회장의 지론이다. 박 지회장은 ‘앞으로 경로당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고 묻자 바로 이 같이 대답했다. 박 지회장은 “경로당이 겨울에는 따듯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야 회원들이 오지, 아끼겠다며 집보다 냉골이거나 더우면 누가 오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지회장 선거에 당선된 박 지회장을 대전광역시 동구 대전로에 위치한 지회 회관에서 만나 취임 후 한 달 동안 무엇을 느꼈고, 앞으로 어떻게 지회를 운영할지 등을 물었다. 

박 지회장은 동구의회 2·3·4대 의원, 새마을대전 동구지회장, 삼성신협 이사장, 민주평통 동구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경로당 회장(5년), 동구지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지회장 선거 당선의 비결이라면.

“일대일 선거는 더 힘들더라. 같은 구의원 출신에 경로당 회장끼리 경쟁했다. 아무래도 회원들이 진실을 알아준 것 같다. 경로당 회장들의 생각이 깊다. 옛날 회장들하고 다르다. 그분들이 ‘아, 이 사람이면 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갖도록 노력했다.”

-경로당을 다 찾아다녔겠다.

“158개 경로당을 한번만 간 게 아니고 여러 번 찾아갔다. 지회에서 회의할 때 보던 회장들하고 실제 경로당에서 만난 회장들이 많이 달랐다. 경로당 회장, 사무장들이 너무 고생하고 있더라.”

-어떤 점에서 그런가.

“회원들은 자기들을 객으로 생각하고 경로당 회장이나 사무장을 주인으로 안다. ‘너희들은 주인이니까 우리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 의자 하나 치우려고 하지 않는다. 회장은 보수도 없이 책임만 지는 셈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경로당 회장, 사무장들에게 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대전 동구를 소개하자면.

“이곳은 구도심권이다. 과거엔 대전역 앞이라 번화했지만 외곽 쪽이 번창하다보니 이제는 과거만 못하다. 노인 수(3만여명)도 대전의 다른 4개구에 비해 많고 나이도 8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회원 수는 약 7000명. 그 대신 인심은 좋다. 원주민이 많아서 그렇다고들 한다.”

-경로당 수준은.

“농촌의 경로당은 시설이 좋지만 도시 쪽은 상대적으로 좁고 시설이 낙후됐다. 아파트단지 내의 경로당은 그런대로 괜찮다.”

박 지회장은 “여기는 행정기관이 경로당에 잘 해준다. 노인들이 IMF의 고통도 못 느낄 만큼  시와 구청에서 협조를 잘해준다. 싱크대가 고장 났다고 동사무소에 연락하면 열일 제쳐놓고 바로 와서 수리해 준다.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나면 한시가 급하니까 담당 직원들이 운영의 묘를 살려 ‘선처리, 후결제’ 방식으로 일을 해준다. 동구의 회원들은 복 받은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박 지회장은 지난 선거 때 ▷우수경로당 선정 ▷노인일자리 확대 ▷경로당 보조금 정산 간소화 ▷신바람 나는 경로당 만들기 ▷직책수행경비 절감 등 5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박 지회장은 “할 수 있는 것만 했다”고 말했다.  

-우수 경로당 선정 기준은.

“경로당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회의나 교육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지회에서 내려 보내는 시책을 잘 이행하는지 10가지 항목을 만들어 연말에 선정심의위원회가 심사를 해 총회에서 시상하려고 한다.”

-일자리 확충 계획이라면.

“대표적인 예가 ‘상소동 삼림욕장 안전 도우미’이다. 지자체로부터 1억3000여만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3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등산로, 편의시설 위치 안내, 삼림욕장 내 안전사고 예방 등의 일을 한다. 참여 어르신들이 자존감과 함께 경제적 안정을 얻었다.”

박헌철 대전 동구지회장이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직원 4명이 158개 경로당을 담당하고 있다. 왼쪽 끝이 이상례 사무국장.
박헌철 대전 동구지회장이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직원 4명이 158개 경로당을 담당하고 있다. 왼쪽 끝이 이상례 사무국장.

동구지회는 어린이공원과 녹지시설 위탁관리도 하고 있다. 동구청과 협약을 맺고 판암1·2단지(아)경로당 등 38개 경로당, 1만3400명의 회원들이 공원청소, 수목관리, 시설물 관리 등의 봉사를 하고 매월 평균 13만원에서 최대 25만원까지 관리비를 받아 자체 경비에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 간 우애와 친목이 두터워지기도 한다.  

-경로당 보조금 정산 간소화는 많은 지회에서 공감하는 부분이다.

“농사짓거나 자영업을 하던 어르신들이 회계에 대해 얼마나 아시겠냐. 보조금 통장을 하나라도 줄여야 한다. 현재 국비·시비·구비·자체비 등 경로당 통장이 무려 4개나 된다. 또 구청, 시청 등 유관기관의 젊은 직원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장부정리 등을 도와줄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동구지회는 일 년에 4회 회장단 정례회의를 개최해 규정, 회계 및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5개 구 지회 중 유일하게 사무장단을 조직해 회장단 회의 내용을 숙지해 경로당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자체적으로 지자체 예산(420만원)을 확보해 ‘백세시대’ 신문도 경로당에 무료로 보급, 회원들에게 각종 정보 제공 및 교양 함양에 기여하고 있다. 

-경로당 운영 철학은.

“경로당은 노후에 맘 편하게 잘 지내는 곳이다. 처음 경로당 회장 맡았을 때 회원이 한 명이었다. 일일이 나오시라고 연락하고 점심 대접도 하고 편안하게 해드렸더니 회원이 점점 늘어 임기를 마칠 때 70명이었다. 우수 경로당으로 뽑히기도 했다. 경로당 회장이 후덕해야 회원들이 모인다.” 

박 지회장은 한밭상고, 대전대학 경영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본업인 건설업을 하면서 꾸준히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런 일이 계기가 돼 구의원도 하고 대한노인회와도 인연을 맺었다. 국민훈장 목련장, 대통령 표창, 내무부장관상(2회), 대전시장 표창을 수상했다.

-구의원을 여러 차례 했다. 

“주민자치위원, 바르게살기 고문, 방위협의회 회장 등 봉사활동을 하는 걸 보고 주위에서 출마를 권했다. 아무생각 없이 나왔다가 선거에 떨어져 마음고생도 했다. 단점을 보완하고 해서 두 번째 도전에 당선돼 내리 세 번했다.”

-의원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살던 삼성동의 주택들이 낡았다. 국회의원하고 연계해서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해 아파트 600호 가량을 지었다. 지금까지도 주민들을 만나면 적은 돈으로 좋은 집에서 살게 해준 걸 고마워하며 반긴다.”

-지회회관은 문제가 없는지.

“2001년에 지은 3층짜리 지회회관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편하다. 구청장도 와서 보고 갔지만 공간이 없어 손을 못 댄다. 사실 지회가 비대하면 안 된다. 경로당이 활성화 되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족하다.”

-노인인구 1000만 시대를 바라본다. 노인의 역할이라면.

“정부에서 우리에게 지원을 잘 해주면 거기에 걸맞게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 과거처럼 자식들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 자리를 찾고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동구지회 회원들도 이런 뜻을 잘 알고 그렇게 하고 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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