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치매인식 개선 캠페인, 경증치매노인이 서빙하는 이동카페 25개구 순회
서울시 치매인식 개선 캠페인, 경증치매노인이 서빙하는 이동카페 25개구 순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9 10:45
  • 호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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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잘못돼도 즐거운 ‘기억다방’, "노인이 만든 커피라니 맘이 너그러워져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시 치매 인식 개선 캠페인… 경증치매노인이 주문·음료제조

이동카페 25개구 순회… 치매 조기검진, 전문상담 등 부대행사도

6월 27일 서울 중랑구에서 진행된 기억다방 캠페인에서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바리스타가 주문받은 음료를 건네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6월 27일 서울 중랑구에서 진행된 기억다방 캠페인에서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바리스타가 주문받은 음료를 건네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주문한대로 잘 받았습니다.”

지난 6월 27일 서울 중랑구의 한 ‘이동카페’에서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받은 이철환(67) 씨는 이렇게 말했다. 주문한 대로 커피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씨가 감사한 이유는 이동카페의 바리스타가 경증치매노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손수 만들어준 커피라 더욱 의미 있다”면서 “치매는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약업체 한독과 손잡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기억다방’ 캠페인을 전개해 주목받고 있다. 기억다방이란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의 줄임 말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로 진단받은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참여해 이동식 카페트럭에서 주문을 받고 서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바리스타 참여자는 대인활동에서 삶의 자신감을 얻게 되고 참여한 시민들도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이 나오거나 조금 늦게 나오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다. 

6월 20일 서울시청 앞 광장을 시작으로 오는 7월 27일 동작구 신대방2동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행사까지 1차 순회캠페인을 진행한 후 8월부터는 서울광역치매센터와 25개 서울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가 연중으로 ‘기억다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중랑구 시립중랑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시작 시간인 10시부터 수많은 주민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바리스타로 나선 건 59세로 이른 나이에 경도인지장애가 온 양혜순(가명) 씨였다. 양씨는 양천구 신월동 복지센터를 다니며 전두엽 손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정신과는 물론 내과와의 협진을 통해 치매를 악화시키는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운동부족, 당뇨병 등을 체크하고 약물치료도 받으며 증상악화를 막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신과 같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주변에서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양 씨는 “손님 상대하는 게 재미있다”면서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주문을 받았다. 기억다방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음료는 ‘기억커피’와 색감도 화려한 ‘기억의 오로라’다. 기억커피는 카페라떼에 치매예방에 좋은 커큐민을, ‘기억의 오로라’는 레모네이드에 커큐민을 넣어서 만든 음료다. 더군다나 이 음료를 무료로 제공해 더위와 장마에 지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고 잠시 쉬는 동안에도 양 씨는 오늘 주문 받은 커피를 헤아리면서 “100잔의 기억커피를 팔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실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억다방 한쪽에서는 치매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전문상담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함께 진행해 캠페인의 효과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긴 이름의 메뉴를 외워서 주문하기’는 긴 이름의 메뉴를 틀리지 않고 주문하면 성공하는 게임으로, 치매 환자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간접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치매 자가 진단하기, 치매 조기검진 및 전문상담, 치매 바로 알기 OX 퀴즈, 치매 예방 같은 그림 맞추기, 치매 바로 알기 뽑기 이벤트 등 다양한 기억력 증진 게임을 즐기며 치매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치매인식 개선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기억다방’ 홈페이지(memorycafe.kr 또는 기억다방.kr)를 개설, 온라인 캠페인도 함께 실시한다. 홈페이지는 기억다방 운영 일정, 치매 수기 공모전, 치매 바로 알기 등 총 4개의 탭으로 구성돼 있어 향후 일정 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치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 얻을 수 있도록 연계한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치매가 개인이나 가족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 민·관이 협력해 기억다방 치매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며 “치매 환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과 치매환자도 사회구성원으로 역할과 참여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확산시킴으로써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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