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노인일자리, 초등생 통학길 동행하는 ‘시니어 워킹스쿨버스’ 시행
복지부 노인일자리, 초등생 통학길 동행하는 ‘시니어 워킹스쿨버스’ 시행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9 14:59
  • 호수 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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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노인일자리로 전국 확대 계획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행… 등하교 통학 돕고 교통 안전교육도 하고

노인 1명이 8명까지 인솔… 학생수 적은 지역선 1대1 통학 지원도

노인들이 초등학생들과 함께 등·하교를 하며 안전한 통학을 지원하면서 교통 안전교육도 진행하는 '시니어 워킹스쿨버스'가 저출산·고령화 시대 노인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에서 시니어 워킹스클버스 도우미로 활동하는 어르신이 학생들과 함께 통학하는 모습.
노인들이 초등학생들과 함께 등·하교를 하며 안전한 통학을 지원하면서 교통 안전교육도 진행하는 '시니어 워킹스쿨버스'가 저출산·고령화 시대 노인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에서 시니어 워킹스클버스 도우미로 활동하는 어르신이 학생들과 함께 통학하는 모습.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6일 인천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김현미(67·가명) 씨가 장대비를 맞으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학생들의 하교가 시작되자 김 씨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손자로 보이는 학생에게 다가갔다. 나란히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면서 두 사람은 학교에서 벌어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정답게 나눴다. 하지만 학생의 집 앞에 다다르자 다정히 인사를 나눈 김 씨가 돌연 발길을 돌렸다. 김 씨는 학생의 가족이 아닌 등·하교를 돕는 이른바 ‘워킹스쿨버스’였던 것이다. 김 씨는 “오늘처럼 우산을 쓴 날엔 사고 확률이 높아 더 주의해서 등·하교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도우미로 나서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통 상식을 길러주고 안전한 등·하교를 지원하는 ‘시니어 워킹스쿨버스’ 사업이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노인일자리로 떠오르고 있다.

워킹스쿨버스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이미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스쿨버스가 등·하교 학생을 태우고 내려주듯 봉사자가 통학로를 걸으며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어린이와 동행하는 등·하교 지원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서울 성동구청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행정안전부가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 등과 교통안전지킴이 협약을 맺고 본격 출범시켰다. 서울시는 2012년 이를 전면적으로 도입했는데, 홍보 부족과 일선 초등학교의 미온적인 대응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용률이 2%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 그간의 문제점을 보완한 후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제시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인천 중구, 울산 북구, 충남 공주시, 경남 창녕군 등에서 시니어 워킹스쿨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서울(마포구, 영등포구), 인천(동구, 계양구), 충북(청주시), 전북(군산시), 경남(거제시, 하동군)에서도 참여 노인과 학생을 모집해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워킹스쿨버스는 등교시간인 오전 8∼9시와 하교 시간에 맞춰 활동한다. 교통안전 관련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노인이 통학길이 같은 초등학생들을 모아 정해진 노선을 따라 함께 보행한다. 보통 1명이 최대로 인솔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수는 8명이다. 이밖에 노선별 이동거리와 시간, 도로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한 학교 당 1~2명에서 3~4명까지 배치하고 있다. 

다만 지역마다 특성이 다른 점을 감안해 실정에 맞게 능동적으로 변형해 운영하고 있다. 가령 같은 경로로 이동하는 학생이 적은 경우에는 1대1로 도우미와 학생들을 매칭해 안전한 등·하교를 지원한다. 인천 중구는 워킹스쿨버스로 활동하는 노인(60명)이 학생(45명)보다 많아서 두 명이 교대로 한 학생의 등·하교를 지원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워킹스쿨버스는 학생들의 보행안전을 지켜줄 뿐 아니라 학부모의 등하교 차량 운행을 줄여줘 학교 주변의 교통안전도까지 높여주고 유괴 등 아동 대상 범죄 예방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홍성민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워킹스쿨버스 우수 시행 국가인 뉴질랜드는 2016년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진 14세 이하 어린이가 단 3명에 불과했고, 그 중 초등학교를 다니는 5~14세 아동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보행 중 교통 사고로 숨진 아동이 39명에 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전한 등·하교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면서 부가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 함께 걸으면서 학교에서 겪었던 일들과 개인적인 고민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천 중구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의 가장 큰 고민이 학생들의 통학문제인데 워킹스쿨버스로 인해 이런 시름을 덜고 있다”면서 “매일 다니며 도우미와 학생 간 유대감도 생겨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의 효과를 분석해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워킹스쿨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워킹스쿨버스는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사업 시행 후 등·하교 어린이 교통사고가 70% 이상 줄었다”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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