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 전설 속 ‘엘도라도’ 신비한 보물과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 전설 속 ‘엘도라도’ 신비한 보물과 만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10 13:53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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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이 보유한 기원전 300년경 유물 320여점 선봬 

생생히 재현한 동물조각상, 무당이 쓰던 장신구, 황금인형 등 눈길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엘도라도’라 불릴 만큼 많은 황금 유물을 보유했던 황금문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은 전시에 소개된 주요 작품 ‘춤추는 샤먼’, ‘동물인간 장식’, ‘악기를 부는 사람’, ‘새인간 장식’의 모습.(왼쪽부터 순서대로)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엘도라도’라 불릴 만큼 많은 황금 유물을 보유했던 황금문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은 전시에 소개된 주요 작품 ‘춤추는 샤먼’, ‘동물인간 장식’, ‘악기를 부는 사람’, ‘새인간 장식’의 모습.(왼쪽부터 순서대로)

16세기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는 황금 집에 살며 ‘태양의 아들’을 자처하는 부족 왕이 온몸에 황금을 두르고, 제사 때면 각종 황금 물품을 호수에 던져 제물로 바친다는 ‘엘도라도’의 전설이 퍼졌다. 

이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존강을 지나 안데스 산맥을 넘어 잃어버린 황금문명을 찾아 나섰지만 큰 수확을 올리지 못했고 이 전설은 상상이 빚어낸 허구로 치부됐다. 1969년 ‘무이스카 황금 뗏목’ 조각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 조각의 발견으로 엘도라도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엘도라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오는 10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악박물관에서는 ‘황금문명 엘도라도 -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전이 진행된다. 2009년 특별전 ‘태양의 아들, 잉카’, 2012년 특별전 ‘마야 2012’에 이어 6년 만에 개최하는 중남미 문명 특별전으로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황금유물 등 322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기원전 301년경 캄바야 문명의 종교행사에 사용되던 코카 잎 보관용기와 엘도라도 전설을 대표하는 무이스카 황금뗏목 등으로 유명한 황금박물관은 현재 3만6000여점의 금과 합금세공품 및 2만5000점의 도자기, 석기, 뼈 도구, 패각, 직물 등의 아름다운 전통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9개국에서 200회 이상 순회전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냈던 황금박물관이 소유한 322점의 대표 유물을 선보인다. 

먼저 제1부 ‘부활한 엘도라도’에서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을 이용한 3면 영상으로 관람객들을 신비의 땅, 엘도라도로 인도한다. 황금을 빼앗으려는 이들과 지키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신을 위해 과타비타 호수에 바친 황금이 감동적인 영상으로 펼쳐진다.

발걸음을 안으로 옮기면 정글을 연상케 하는 온갖 나무 그림이 좌우를 에워싼다. 그 앞에 비석 하나가 눈을 감은 채 다가오는 이들을 반긴다. 사방에 귀뚜라미, 새 소리 등이 배음으로 깔리며 실제 정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의 2부 ‘자연과의 동화’에서는 원주민들의 의식 세계가 반영돼 있는 황금으로 만든 새, 재규어, 도마뱀 등 동물 장식과 생활용품을 전시해 자신들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콜롬비아 원주민의  삶을 소개한다. 이들 조각상은 신라인들이 오밀조밀 만들어 쓴 토우(土偶)를 연상하게 하고 금관과 금제장신구가 대거 출토된 신라의 황금문화까지 떠올리게 한다.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산과 강, 하늘을 신성하게 여겼고, 다양한 동물들은 하늘과 땅과 물을 연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도마뱀 모양 장식’이다. 황금색 매끄러운 표면과 몸통 좌우 끝마다 균등하게 새겨진 금박 네모꼴의 세세한 무늬들, 좌우 앞뒤로 매달린 구부러진 다리는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생동감을 준다. 

안데스지역과 중앙아메리카에선 도마뱀과 악어를 신으로 모신 흔적이 자주 확인되는데, 특히 콜롬비아 고대인들은 황금으로 이 같은 장식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제3부 ‘샤먼으로의 변신’은 원주민 사회에서 샤먼(무당)이 의식을 치를 때 사용한 화려하고 다양한 황금 장신구들을 선보인다. 콜롬비아 원주민 사회에서 샤먼은 많은 영혼을 가질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악령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샤먼은 변신하고자 하는 동물 모양의 가면을 쓰고 모습을 바꾸어 병을 치료하고 날씨를 관장했다. 이러한 의식을 치를 때 사용했던 화려하고 다양한 황금 장신구들을 전시하여 원주민들을 꿈과 이상으로 인도하고자 했다. 금과 동으로 구성된 매우 무른 합금인 툼바가로 제작된 다양한 장신구와 콜롬비아 지형상 석재가 귀해 추장 등 높은 신분 인물이 사용한 검은돌 지팡이, 녹색 돌도끼, 코걸이에 장식한 녹색 돌 등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신과의 만남’은 샤먼이 온 몸에 문신을 새기고 코카 잎과 석회 가루로 환각 상태에서 신을 만나는 과정에 사용된 유물 등을 소개한다. 변신 과정에 사용된 황금 장신구, 롤러 스탬프 등 문신 도구, 봉헌용 황금인형, 뼈 항아리 등 장례용품을 볼 수 있다. 원주민들은 1차 장례를 치른 시신을 동굴에 안치했다가 시신이 부패하면 다시 안치하는 2차 장례를 치렀다. 이때 남은 유골을 담기 위해 뼈 항아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콜롬비아의 오늘’이란 섹션을 통해 남미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참여한 우방국 콜롬비아의 오늘날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특별전 전시품을 대여해 준 콜롬비아 황금박물관과 소속 박물관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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