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코코 카피탄’ 전…무더위 식혀주는 청량한 삶의 위로
대림미술관 ‘코코 카피탄’ 전…무더위 식혀주는 청량한 삶의 위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24 14:03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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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구찌’ 등과 협업한 스페인 젊은 작가… 사진‧영상 등 150여점

폭염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8월 19일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 4층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수영장이 펼쳐져 있었다. 물론 진짜가 아닌, 푸른 타일 위에 물결치는 영상을 쏘아 만든 가상의 수영장이다. 다소 도발적인 문구도 적혀 있었다. 

“나는 수영장 한가운데 떠 있다. 유일한 사실은 난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스페인 출신 작가 코코 카피탄(26)의 통통 튀는 젊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은 늦더위를 날릴 정도로 관객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구찌, 보그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및 잡지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코코 카피탄의 첫 개인전이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1월 27일까지 진행되는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전에서는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감정을 담은 사진과 그림, 영상, 설치 등 총 150여 점을 선보인다(사진).

코코 카피탄은 영국 런던에서 패션 사진을 전공했다. 보그, 데이즈드, 컨버스 등과 패션 화보를 진행했으며, 사진 외에도 그림, 벽화, 영상, 설치 등을 선보였다. 특이한 건 그의 패션 사진엔 ‘패션’이 없다. 옷과 브랜드 로고를 강조한 기존의 패션 사진과 달리 인물에게 초점을 둔 구도로 신선함을 안겼다.

갓 20대 중반을 넘긴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와의 협업 덕분이다. 코코 카피탄은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구찌의 영 아트 스타(Young Art Star)로 선정돼 예술가로서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돌아가고 싶은 동화를 믿었던 시절’(I want to go back to be-living a story), ‘내일이 이미 어제가 됐다’(Tomorrow is Now Yesterday) 등 그의 손글씨가 들어간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찌와 협업한 화보와 구찌 티셔츠를 활용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엔 구찌의 예술 감독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초상화도 있다. 금색 배경에 캐주얼한 옷차림을 한 그림 속 미켈레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를 후원해 르네상스 예술이 번성한 것처럼, 미켈레를 현대적 개념의 예술 후원자로 정의했다.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코코 카피탄은 영국 대학의 사진학과에 입학하면서 엄격한 교육방식에 적응하며 혼란을 겪었다. 그때 느꼈던 소외감과 혼란은 냉소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작품으로 표현됐다.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개인적 신념과 사회적 통념 사이의 갈등 등 누군가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주제를 끄집어내 관객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예술가로서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자신의 고민도 솔직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스페인 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을 촬영한 작품이다. 실제로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는 작가는 강도 높은 연습에 매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수영장처럼 연출한 설치 작품은 무더위로 지친 관람객들에게 청량한 기운을 안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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