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지역 옛 물건 전시회…보물이 된 ‘고물’ 감상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다
서울‧경기 지역 옛 물건 전시회…보물이 된 ‘고물’ 감상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31 14:49
  • 호수 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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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세대를 넘어-수제화 장인’ 전  허영호 등산화 등 우리나라 수제구두 변천사 조명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 전  최초의 자전거 등 세계 희귀 자전거 100여점 선봬

경기 양평 ‘추억의 청춘뮤지엄’  옛 소품 활용해 1970년대 점빵‧고고장‧다방 등 재현

최근 서울·경기 일대에서 옛 물건을 토대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다양한 전시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한 남녀가 1970년대 다방, 점빵 등을 생생히 재현한 경기 양평 ‘추억의 청춘뮤지엄’을 체험하는 장면.
최근 서울·경기 일대에서 옛 물건을 토대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다양한 전시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한 남녀가 1970년대 다방, 점빵 등을 생생히 재현한 경기 양평 ‘추억의 청춘뮤지엄’을 체험하는 장면.

오래 되거나, 낡은 물건을 고물(古物)이라 부른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요강, 수십년 간 논밭을 일구는데 사용된 농기구, 수신조차 되지 않는 브라운관 TV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부분은 심하게 훼손돼 그대로 버려지지만 잘 보존된 일부 고물들은 희소성을 인정받아 일종의 ‘보물’로 인정받기도 한다. 최근 서울‧경기 지역에서 이런 가치 있는 고물들을 모아 소개하는 전시가 잇달아 열려 주목받고 있다.  

먼저 오는 10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대를 넘어-수제화 장인’ 전에서는 우리나라 구두의 역사와 함께 수제화 장인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장인들이 사용했던 수제화 제작도구, 산악인 허영호의 수제 등산화,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등 구두와 관련된 유물과 기록 사진, 동영상 224점을 선보인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의 첫 번째 공간에서는 조선 시대 갖바치가 만들었던 징신부터 대통령이 신은 수제화 가죽구두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신발을 만드는 기술력이 있었고 징신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부 ‘백년의 가게’에서는 서울 을지로 수표교에서 4대에 걸쳐 83년의 역사를 지닌 송림수제화의 이야기를 다룬다. 1936년 시작한 송림수제화는 1950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등산화를 만들었다. 그 당시에 등산화를 만들 기술이 없어서 군화의 목 부분을 줄이고 밑창만 바꿔서 등산화를 만들었다.

전시의 백미는 수제 구두 공방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 공간이다. 손님을 맞는 접객부터 가죽을 재단하고, 바닥창을 제외한 가죽을 자르고 박음질하는 갑피, 바닥창에 갑피를 붙이고 밑창과 굽, 깔창 작업을 하는 저부 등 수제 구두 제작의 전 과정을 소개한다. 주말 전시장을 찾아가면 송림 수제화 장인들이 직접 구두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부족하던 시절 주요 이동수단이었던 자전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10월 28일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세계 희귀 자전거 총집합’ 전에는 최초의 자전거를 비롯 19세기 자전거 38대, 20세기 자전거 47대, 21세기 자전거 20대 등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105대의 자전거가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최초의 자전거 드라이지네, 페달이 처음 부착된 벨로시페드 등 세계에서 한 대 밖에 없는 자전거들도 볼 수 있다. 

1817년 독일의 발명가 드라이스 남작이 발명한 ‘칼 폰 드라이스 드라이지네’는 운전자가 핸들로 방향을 바꾸고 땅을 박차며 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시속 14킬로미터의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1878년 파리 세계만국박람회에 출품됐던 높이 2m의 르나르 프레르 자이언트 하이 휠도 전시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2인승 세 바퀴 자전거인 소셔블 삼륜자전거(1875년, 길이 3미터)도 만나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접이식 군용 자전거(1910년),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세이프티 자전거, 소방용 자전거(1925년), 최근 만들어진 대나무자전거(2011년), 8단 기어 접이식 자전거(2018년)도 눈길을 끌었다.

배재웅 국립과천과학관장은 “초창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전거는 1900년대 초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대중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며 “이번 전시회는 200년 자전거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억의 고물들을 모아 박물관을 만든 곳도 있다. 2016년 경기 양평 용문사관광단지에 문을 연 ‘추억의 청춘뮤지엄’은 1970~8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 개관 2년 만에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총 8가지 테마로 구성된 박물관을 들어서면 ‘추억의 점빵’을 만날 수 있다. 종이 뽑기, 다트 던지기, 복불복 뽑기, 10원이면 맛볼 수 있던 대왕엿, 쫀드기 같은 형형색색의 불량식품을 팔던 골목길 점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박물관 2층에 마련된 ‘젊음의 행진’ 공간은 트위스트, 디스코 등 1970년대를 풍미했던 댄스 음악이 흐르는 고고장을 재현했다. 미니스커트 단속 등 지금을 볼 수 없었던 그 시절 풍경과 함께 주크박스를 마련 원하는 음악을 골라들을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의 하이라이트는 ‘청춘다방’이다. 휴대폰은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 다방의 메모판에는 다음을 기약하는 엇갈린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파란 수족관이 있던 옛날 다방과 빨간 공중전화와 대형 메모판이 그대로 재현돼 어르신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느린 편지와 소원나무를 통해 미래의 나에게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직접 손 편지를 부칠 수 있고 신청곡을 틀어주던 음악부스에서 직접 DJ가 될 수도 있다.

청춘뮤지엄 관계자는 “1970년대에 청춘시절을 보낸 노인 세대와 이 시절을 궁금해 하는 젊은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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